[Salon de Celine] 그는 자연이었다

‘김재홍 거인의 잠’에 대해
Celine | jwhaha@nate.com | 입력 2021-03-31 03: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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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은 인간이 이 지구 상에 자리 잡은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질문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질문으로 인해 철학가?라는 직업군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가끔 삶이 목을 조이고 숨을 쉴 수 없음을 누구나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을 많이 한 이들은 아마도 목이 졸리우는 것이 두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 어차피 나는 바닥이야 여기서 어딜 더 내려갈 수 있을까? 그리고 목이 조이더라고 가만히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든 될 거야?' 또는 '왜 신은 나에게만 이러한 가혹함을 주는 것일까?' 하는 맘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고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삶이든 저러한 삶이든 삶이란 결국 누구에게나 끝이 있는 것이며 삶의 끝이란 모두가 한 줌의 재가 되어 남는다는 덧없는 생각을 해본다.

 

▲ 거인의 잠Ⅲ/김재홍/oil on canvas/2004

 

이 한 점의 그림을 보라. 그림의 형체를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그것은 개인의 시안에 따라 달리 보일 것이다.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민둥산을 떠올리수도 있을 것이며, 상처로 얼룩진 몸뚱이로 보일 수 도 있겠다. 상처의 흔적은 그림에서 흐르는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은 단순한 하나의 장면 같지만 하나의 캔버스 안에 공간성과 시간성 그리고 사건의 전개(알레고리) 등을 알려주는 흐르는 시간을 말하는 시각적 예술이다. 

 

이 그림은 신체와 살의 연작 시리즈로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은 한국화가 김재홍의 그림이다. 그의 그림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살갗의 쓰라림과 그 쓰라림이 굳어져 이제는 굳은 살은 만들어 놓아 버린 시간 속에서 한 인간이 경험한 세월의 질곡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는 느낌에 삶이란 참으로 아리고도 아픔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갗은 깊이 패여 아주 깊은 골을 만들어 이제는 길이 되어 버렸다. 상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과 함께 그 움푹 파인 길을 보듬으며 때로는 아파하며 견디고 걸어야 한다. 

 

김재홍의 극사실 회화 ‘거인의 잠’의 피부는 몸이자 자연풍경이다. 갈비뼈와 근육이 드러난 인간의 상반신이 얼핏 보면 황폐한 풍경으로 느껴지며 피부 표면의 꿰맨 자국은 개인사의 굴곡진 상처이자 무차별적인 자연개발이 남긴 흔적을 상징한다. 

 

실제 이 그림은 화가의 장인어른을 표현한 것이다. 그의 장인은 한국전쟁에 참가하였던 분이었다. 그의 몸에 난 상처란, 우리 윗세대들의 상처이기도 하며 그 아랫 세대들에겐 정신적 상처이기도 하다.

 


민둥산과 같은 상처의 길엔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나지 않았다. 마치 먼지가 풀풀 나는 마른 흙길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보는 순간 작품을 향해 나도 모르게 손이 향해 그 마른 흙길과 같은 살갗을 만지고 싶은 충동을 준다. 

 

마른 흙길엔 두갈래의 길이 나 있다. 그리고 가운데엔 유두가 보이고 있다. 유두란 우리가 생명을 가지는 순간부터 생명력을 부여하는 곳이다. 

 

두갈래의 길이 생긴 한국의 현실 속에서도 어쩌면 비무장지대와 같이 훼손되지 않은 청정자연의 땅은 어머니의 유두와 같은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유두와 달리 아버지의 유두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생명력을 부여하지는 않으나 아버지의 유두는 생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화가의 장인은 마른 흙길을 걸으며 어떤 마음으로 시간 속 여행을 하였을까?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나의 아버지 그리고 지금도 가족과 나라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저 민둥산에 대해 누가 감히 무어라 말하고 표현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들어 괜스레 숙연한 마음이 든다.

 

▲ 아버지-1/김재홍/oil on canvas

 

작가 김재홍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58년 태어난 그는 9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으로 인해 두 여동생을 해외로 입양을 보내며이별의 슬픔을 평생 간직한 화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슬픔과 고통이 여실히 나타난다. 

 

검정고시로 우리나라 최고의 미대에 입학하였으나 획일적인 수업에 염증을 느낀 그는 보다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학교를 그만두었다. 또한 우리나라 미술계의 학연과 지연에 대한 반발로 한 때 모든 출품 전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하였던 화가이다. 

 

또한 그는 2004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이틀 만에 작품 매진이라는 대성공을 거두며 혜성처럼 떠오른 작가이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이중구조 그림으로 풀어내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가는 현재 현대회화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로 2004 에스파스 앙팡(Espace Enfants)’상 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삶은 어쩌면 각자에게 주어진 마른 흙땅에 물을 주고 풀과 꽃 그리고 나무를 심으며삶이라는 민둥산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 이 한 점의 그림을 보며 나의 마른땅에 얼마나 촉촉이 물을 주었는가? 그 물로 풀과 꽃들과 나무들을 얼마나 가꾸었나 뒤돌아 보았다. 

 

오늘 우리도 나의 삶에 습기의 정도를 돌아보았으면 한다. 마른땅이었다면 물을 주고 사랑과 더불어 꽃을 한 포기 심자 그리고 아주 아름답고 이쁘게 키워 나가면 어떨까 싶다. 

 

그 꽃은 분명 언젠가 곱디 고운 꽃잎이 떨어지겠지만 화려하게 꽃 피우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어본다. 

아트 에세이스트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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