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읍 벚꽃축제 개막식, 어린이합창단 추위에 ‘덜덜’

체감온도 0℃에 반소매차림 수십분간 방치…추위 피할 천막도 없어
조주연 기자 | news9desk@gmail.com | 입력 2019-03-31 1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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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벚꽃축제 개막식에서 어린이 합창단 아이들이 추위를 견디며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주연 기자)

 

[세계로컬타임즈 조주연 기자] 추위에 어른, 아이가 따로 없겠지만, 체감 온도 0℃의 기온은 성인남성이라도 반소매 차림이라며 10분을 견디기 힘든 온도다.

그런데 지방의 한 축제 행사장에서 이렇게 차가운 기온의 날씨 속에 반소매 차림의 어린이들을 수 십분간 무대에 세운채 행사가 진행 돼 물의를 빚고 있다.

전북 정읍시는 5일간의 정읍 벚꽃축제 시작을 알린다며 지난 30일 저녁 7시에 개막식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날 무대에 오르기로 한 어린이 합창단원들은옷깃도 없는 반소매 드레스 차림으로 개막식 예정시각 7시부터 무대 옆 계단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대기실용 천막 하나 없는 상황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그 추위를 온 몸으로 견뎌내야 만 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비와 강풍으로 예정됐던 이전 행사가 중단되고 진행시간이 밀리면서 합창단 아이들의 대기시간도 길어졌다.

무대 앞 쪽의 합창단원 보호자로 보이는 한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체감온도가 0℃"라며 아이 걱정에 연신 한숨을 내쉬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무대에 오른 합창단 어린이들은 맑은 목소리의 화음으로 멋진 합창을 선사했다. 그런데 무대 가까이에서 지켜본 취재진의 눈에는 추위를 애써 참으며, 주먹을 꼭 쥐고, 몸을 바르르 떠는 아이들이 보였다.

합창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은 화관을 들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 일부 내빈들의 손을 잡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합창은 끝났지만, 아이들은 반소매 드레스 차림 그대로 무대에 더 남아 추위를 계속 견뎌야 했다. '개막 퍼포먼스'를 위해서다.

일부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졌고, 그들 사이에 선 아이들은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추위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에도 조금 고학년으로 보이는 합창단 어린이는 내빈 축사가 끝나면 힘겨운 박수를 보냈다.

 

▲한 합창단 어린이가 옆에 선 동생이 추을까봐 손목을 감싸주고 있다. (사진=조주연 기자)

 

 

자신들에게 주어진 모든 순서를 마치고 내려온 한 아이에게 "춥지 않아요?" 라고 말을 건네자 "너무 추워요" 라고 답했고, "노래부르기 전 많이 기다렸어요?"라고 더 묻자 "많이요"라고 대답했다. 너무 추워보이는 모습으로 힘겹게 대답하는 아이에게 더 이상 질문을 건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당시 추위는 어땠을까, 현장의 기온과 풍속을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제공하는 체감온도 공식의 대입에 따르면 현장의 체감온도는 0℃였다.

개막식 직후 이어진 축하공연에서 무대에 오른 모든 가수들은 '추위'에 관련된 이야기로 인사를 전했다. 심지어 공연 초반부터 추위를 견디다 못해 자리를 뜬 시민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한 해당 지자체의 단체장은 마지막 피날레 무대를 앞두고 텅빈 관중석을 향해 "하늘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 추위 속에서 자리를 지키며 공연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미안해서 자신도 가지않고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현장의 추위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정읍 벚꽃축제 개막 축하공연 피날레 무대에 관중석은 맨 앞 두세줄을 제외하면 추위에 모두 자리를 떠나 텅 비어있다. (사진=조주연 기자)

 

 

봄 축제라고 하더라도 일교차가 심한 기간인 점이나 행사가 저녁 7시에 진행된다는 점 등을 염두해 두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서 출연진 아이들에게 바람 피할 천막 하나 게공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갑작스런 기상상태라 할지라도 상황을 고려해 '합창단 어린이들이 외투를 입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할 생각을 관계자들은 단 한사람도 하지 못했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어설프게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정읍시는 이번 벚꽃축제 행사를 위해 2억 2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한편, 지난 2015년 12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는 어린이 합창단이 외투도 없이 추위에 떨며 서있던 모습이 국민적인 공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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