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업 계속 떠나…자치행정 실패 사례로 지적

연중 기획 [지방자치 행정 해부]
3. 쇠락하는 ‛600년 수도’ 서울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2-27 08: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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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도시와 문화 격차는 점점 벌어져
문화 서울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도시로 다양한 역사적 유물을 갖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사용했던 궁궐도 있고 35년간 한반도를 식민 통치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도 많다. 1945년 해방 이후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는 고층 현대식 건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분포해 있다.  

 

서울의 문화적 문제점은 국내 수준에서 문화재급 유산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국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가진 문화재는 많지 않은 편이라는 점이다.  

 

경복궁과 같은 고궁도 중국·일본의 궁궐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연간 수천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중국의 자금성, 일본의 오사카성, 영국의 윈저성,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 등에 비해 열등한 것이 현실이다. 서울 시내의 문화적 유산 대부분은 지방에 사는 내국인과 학생들의 견학용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서울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전혀 없고, 지역적 특색이나 전통을 내포하고 있는 문화재나 축제도 없다. 경남 진주에서 오랫동안 명물로 자리매김한 유등 축제를 모방해 조그마한 콘크리트 도랑에 불과한 청계천에 유사한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대표도시 서울의 문화행정으로 보면 수치스럽다.


매년 10월경 개최되는 ‘정조대왕 능행차’도 한국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2018년에는 서울에서 수원까지 대규모 퍼레이드를 재현했지만 외국인들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창경궁 비원을 야간에 관람하는 행사를 개최해 호황을 누린다고 하지만 정작 문화·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수십 년 간 서울에 살고 있는 필자가 기억하기에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한 서울 축제로 매김한 것은 2000년 이후 매년 10월경 한강에서 벌어지는 ‘서울세계불꽃축제’정도다. 불꽃놀이의 규모가 웅장하거나 차별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짜로 즐길 만한 놀이가 없는 서울시민에게 사랑을 받는 수준이다.


매년 마지막 날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인근에서 화려하게 벌어지는 불꽃놀이, 홍콩의 쿠룽반도와 홍콩섬 인근에서 장엄하게 펼쳐지는 불꽃쇼에 수십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물, 조형물도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을 상징하는 상징물은 63빌딩과 남산타워였고, 현재는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로 변경됐다.


멋도 없고 다른 글로벌 도시에 몇 개씩 있는 초고층 빌딩이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상징물이라니 부끄럽다. 방한한 외국인에게 물어봐도 서울 하면 생각나는 상징물은 없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스스로 5000년 역사와 화려한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편이다. 서울 600년 역사도 세계사에서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짧지 않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지만 자랑스럽게 내세울 문화유산 측면에서 보면 조족지혈 수준이다.


중국은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고 동양의 중심지로 수많은 외적의 침입으로 파괴와 약탈이 점철됐지만 변방국가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문화를 꽃피웠다.


문화는 국민 스스로 자의식에 충만한다고 해서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역사 이래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한 대제국을 건설해도 문화를 꽃피우지 못해 망한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서울시가 가만히 앉아서 얻은 소소한 역사적 유물로 우려먹는 사이에 문화 마케팅을 강화한 일본의 역사 도시 교토는 연간 수천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부상했다.


전시행정과 쥐꼬리만한 권한을 즐기는 서울시 공무원의 수준으로 문화적 가치를 향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글로벌 도시들과 문화적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서울은 국내에서 1위 도시일지 모르지만 글로벌 수준에서는 하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문화적 유산과 문화적 가치가 무엇인지조차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는 서울시 문화행정은 상당기간 낙제점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수도 서울의 문화적 가치가 폄하되면서 한국의 국가위상도 실추되고 있어 아쉬움이 점증된다.

 

▲ 서울은 높은 집값과 땅값으로 기업과 젊은이가 탈출하는 도시가 됐다. 이는 그동안의 자치행정이 실패로 평가받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젊은이 등 돌리면 기업도 산업도 무너져
기술 자치행정 평가에서 기술은 공단과 같은 산업기반 시설,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유형과 규모, 지역에 위치한 대학, 인재유치 전략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시는 한때 구로공단, 청계천 봉제공장 등을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의 심장부였지만 이제는 금융, 유통, 물류, 관광 등 서비스 업종으로 경제기반이 변했다.


2000년대 초반 강남 테헤란밸리를 중심으로 ICT산업이 부흥했지만 임대료 상승, 인재 유출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최대 ICT기업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과 기흥에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LG전자는 경기도 평택과 파주에 대규모 제조기지를 조성했다. LG그룹과 코오롱그룹 등이 강서구에 R&D센터를 건설하면서 최첨단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초를 닦았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시에 본사를 두고 있던 다수의 공기업이 정부의 강제 이전 정책에 따라 서울을 떠났고, 삼성그룹도 전자 관련 계열사의 본사를 강남에서 경기도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강남에 집중돼 있던 벤처기업들은 이미 테헤란밸리를 떠난 지 오래됐다.

 

인재와 돈을 집어삼키던 서울은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빈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도 공동화되고 있는 중이다.


서울은 인재가 몰리는 상위권 대학 대다수가 위치해 있어 인재 육성 측면에서는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입학 때 우수 인재가 몰린다고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대학 교육의 질은 경쟁국들에 비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모두 서울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임대료와 집값으로 서울 생활을 포기하고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는 비자발적 전출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수한 청년 인재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 편하게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때 기업이 모여들고, 산업기반이 구축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독과점하고 있는 기득권이 지대를 추구(rent seeking)하는 행위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에 사회적 활력을 파괴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측면에서 보면 기득권의 지대 추구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청년이 떠나는 서울의 미래는 밝지 않고 당연하게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은 없어져도 서비스업의 기반은 살아남아야 그나마 있는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데 서울시의 자치행정은 그러한 희망마저 접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가 저절로 잘 살게 되지는 않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지방자치행정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밸리모델에 적용해 서울시의 자치행정을 평가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서울시 자치행정은 10점 만점에 평균 4점 수준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시 자치행정은 10점 만점에 평균 4점 수준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정치와 문화가 10점 만점에 2점으로 존재감이 전혀 없었고, 경제와 사회는 4점으로 평균 점수, 기술은 6점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각각 받았다.


지난 20여년 동안 서울시 자치행정은 전진하기는 커녕 퇴보에 퇴보를 거듭했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도 몰락은 진행 중이다. 세부 내역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는 단체장, 자치의회 의원, 공무원, 주민 등이 모두 지방행정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 행정으로 서울을 망치고 있다.


한국 정치의 1번지라고 불리는 것처럼 중앙정치의 나쁜 점은 모조리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의 치적만 쌓으면 된다는 한탕주의 전시행정과 땅 파기식 토건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입으로는 4차산업혁명을 외치지만 정작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2차산업혁명 시기에 머물고 있다. 보수 출신의 시장은 이명박과 오세훈, 진보 출신은 조순, 고건, 박원순 등이다.


행정의 수준이나 정치적 역량 발휘 측면에서 보면 진보와 보수 모두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서울시정은 등한시하고 중앙정치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행정력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는 예산, 소득, 지속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보면 덩치는 커졌는데 정작 이를 집행하는 머리는 그대로라고 볼 수 있다.


경제는 좋아졌다고 하고 국민소득은 높아졌지만 서울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서울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진보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며 집값을 올렸고, 보수 정부는 소비경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주택을 투기대상으로 전락시켰다.


부동산에 의존한 서울경제의 끝은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 기형적 대출 구조를 갖춘 금융기관, 쇠퇴하는 유통·소매업으로 귀결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거품은 고통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모두 경제 흐름을 읽지 못하는 일반 서민에게 돌아간다. 지방자치단체도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체 경제정책을 수립해 실천해야 하지만 정치놀음에 정신이 팔린 단체장과 의원들은 손을 놓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국가 탓만 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셋째, 사회는 인구, 부패, 태도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서울시의 사회 영역 평가도 낙제점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 성장속도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서울시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경제의 활력소라고 볼 수 있는 30~40대 우수 인재는 밀려나고, 지대 추구로 기반을 구축한 노인세대가 늘어나는 것은 우려해야 할 부문이다.


아직 지대에 대한 세금제도가 불비한 한국에서 지대는 개인의 이익인 반면 사회복지비용은 공공재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도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면서 영리한 공무원들조차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익추구에 여념이 없다.


 2014년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공무원은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한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정작 뇌물수수와 이익 챙기기는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넷째, 문화는 역사, 행사, 정체성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5개 대분류 중 정치와 마찬가지로 2점을 받는데 그쳤다.


필자도 해외에 나가 다른 국가의 문화유산을 보기 전에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했다. 하지만 넓은 세상을 돌아보고 나서 잘못된 교육에 대해 느낀 배신감은 문화적 격차보다 컸다.  

 

한민족 5000년의 역사와 정도(定都)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시는 해외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상징물 하나 없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나마 있는 문화재조차도 엉터리 외국어로 된 안내판과 소개 책자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쥐꼬리만한 보조금 배분 권한을 악용해 예술가를 천대하는 행정이 존재하는 한 서울시의 문화는 영원히 진흙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다섯째, 기술은 산업, 기업, 인재 등의 지표로 구성되는데 그나마 5개 대분류 중 가장 높은 점수인 6점을 획득했다.


서울에 국내 대표 대학들이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우수 인재가 몰려들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에 ‘반값 등록금’ 정책을 도입했지만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 불과하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서울과 한국을 떠나는 행렬에 줄을 서고 있다. 서울시 예산 중에 일자리 창출과 청년층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액은 2018년 기준 총 31조 중에서 몇 천억 원에 불과하다. 교통·안전에 3조6,400억원을 집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며 잘못된 예산 배분 기준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젊은 인재가 떠나면 도시가 망하는데 교통과 안전에 대한 투자가 무슨 소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정치 1번지 서울시의 지방행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5가지 대분류 모두 낙제점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도시가 점점 더 쇠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장과 시의원 다수가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색깔과는 관계없이 모두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기 이익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감시 활동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자치행정은 정치꾼들의 놀이터에 불과하고 도시의 퇴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다고 서울시 자치행정이 개선되거나 모두가 저절로 잘 살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이명박의 사례에서도 충분하게 파악했을 것이다. 시민 모두가 24시간 365일 깨어 있어야 서울시정이 올곧게 간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다음 호에 계속 - / 민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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