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초록빛이다

시인 조영미(남양주 여성문학회 회장)
온라인뉴스팀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8-12-05 09: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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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영미
연두색 연정과 연민으로 돋아났던 새 순이 어느덧 8월의 초록색 속으로 짙어져 간다.

 

가슴속 시퍼런 흰 눈 덩어리 얼음 같은 긴 이별의 이산가족 한이 폭염에 찌들어 이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긴 무더위 속에서도 소나기 단비를 맞으며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풀들이 녹색의 지평을 연다.

그날도 폭풍을 몰고 물폭탄이 전국적으로 쏟아졌지만 대한적십자에서 이산가족 상봉 접수 마지막 날이라 발걸음을 돌이킬 수 없었다.

도착하고 보니 이미 돌아가신 내 부모님과 같은 연세의 고령이고 지팡이를 딛고 나온 분들을 보고 나는 먼 후일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대기자 5만명 중에 1백명만 뽑는다니 죽기 전에 꼭 만나게 해달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절규가 천둥 소리 보다 더 크게 메아리 치고 있었다.

한반도 평화 협정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 남북및 북미 정상회담 등등 이젠 옛 서독과 동독 통곡의 벽보다 아직도 더 넘을 수 없는 이념의 지뢰꽃이 만개할 뿐이다.

몇년전 탈북인의 여자 무용수 공연 행사를 함께한 자리에서 멋진 춤을 끝내고 울면서 하는 말이, 북에 두고온 아들과 아버지께 매달 몇 백만원씩 정기적으로 중국에 있는 인편을 통해 보낸다며 사실 그 돈 때문에 잘 계신다는 소리를 듣고 그 무용수의 춤이 절망을 딛고 일어나서 미래의 희망인 통일을 위한 것임을 알고 숙연해졌다. 

가끔 파주를 다니면서 임진강을 유심히 보게 됐다.

우리나라 역사의 기억과 망각이 함께 흐르고 망배단에는 연초에 실향민 1세 2세들이 모여 북녘을 향해 조상님들께 상을 차리고 절을 하는 곳이다. 강하나만 건너면 똑같은 언어 한 핏줄의 한 민족이지만 한반도는 생사를 모른 체 떠돌며 가슴앓이 한지가 68년째니 이젠 우리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다.

나를 '미미'라고 부르던 어린 외손녀가 이젠 초등학교 2학년이다. 

통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 같은데 벌써 통일부 주체 문예상을 한번 받더니 이번에는 최고의 특상을 타서 가지고 온 것을 보고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거짓말을 모르는 어린이들은 무엇을 보고 알고 있을까.

한번은 넌지시 통일은 무엇이냐 물어보니 "통일은 숙제"란다. "숙제는 어렵다"며 초롱초롱한 두 눈을 나는 피하고 말았다. 그리고 "통일은 초록빛이야"하고 내가 위로하자 팔짝 팔짝 뛰며 외손녀는 자기도 제일 좋아하는 색이 초록색이란다

1950년 6.25가 터진 유월은 초록색으로 물들 때였다. 또한 1953년 7월 3일은 휴전 협정한 날이고 한여름의 녹색이었다. 또한 일제 강점기를 지나 광복절이 8.15 이니 한여름의 절정 짙은 녹음 속이었다.

이제 통일은 초록빛이다. 자유와 희망과 자연 그대로의 상징대로 풀빛 녹색이다.

올여름 곧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간다. 외손녀와 나는 벌써부터 초록빛 바다 동요를 함께 부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초록 바다 이 동요를 지으신 작곡가 이계석 선생님도 평안 북도 선천에서 태어나고 1.4 후퇴 때 넘어 통일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 어디 그 뿐이랴.

푸른 달빛이 쏟아지는 장독대 위에 정한수 떠 놓고 북에 남긴 가족들 위해 두 손을 빌던 내 어머니의 손은 어쩌랴! 만석꾼집 외동딸로 부러울 것이 없던 북쪽의 강원도 철원 평야가 두 눈에 늘 밟힌다며 평생 노동으로 버틴 삶이 날이 가고 세월이 더 할수록 애 닮아 생각하면 요즘 눈물이 자주 난다.

두레박으로 길어 올 리는 아침 사이로 어머님이 잘 다려 놓은 하루가 내 허기진 배를 채우고도 남고 어머님의 나이테가 내 둥지까지도 꼬옥 껴안을 때 나는 섬뜩한 어머님의 갈퀴 손을 본다.

이산가족과 꼭 한번 만나게 해달라며 통일을 빌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반복된 말씀들이 초록빛 바다 노래처럼 들리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꿈을 자유의 상징인 초록으로 물들이고 어서 빨리 통일이여 오라.
통일은 초록빛이야? 하고 묻는 외손녀에게 환한 함박꽃 같은 웃음을 보내며
8월의 한 여름속에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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