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언론중재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야

황종택 기자 | resembletree@naver.com | 입력 2021-09-08 09: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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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언론학회 회장
작금 쟁점으로 등장한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가짜뉴스와 조작보도에 무거운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허위와 악의적 조작보도의 피해자는 가해자 언론에 피해액의 다섯 배까지 손해를 배상케 함으로써 가짜뉴스를 억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고 입법 취지다. 그래서 언론피해 구제법이요, 가짜뉴스 방지법이다.

입법의 선한 목적에 ‘악의 수단’ 동원

가짜뉴스 방지라는 이 법의 선한 목적과 취지는 옳다. 그러나 잠재적 가해자 언론에 가혹한 책임을 물어 더 중요한 가치인 언론자유와 표현의 권리 침해라는 법의 역효과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입법을 추진한 여당은, 입법의 선한 목적에 언론 책임 추궁이라는 악의 수단을 동원한 게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몇몇 보수언론의 악의적 허위·조작 보도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법적 수단 동원을 초래했음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그러나 빈대 몇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언론자유는 모든 언론이 향유하는 소중한 모두의 가치이기에 소실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입법에 결사반대하는 야당은 “언론탄압”에 핏대 세우기 전에 가짜뉴스 방지에 유효한 대안적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으니, ‘탄압이다’ ‘재갈 물리기다’ ‘입법 거부’의 외침이 설득력 없이 공허하게 들린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짚고 성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아무리 가혹한 징벌과 책임 추궁을 하더라도 언론에서 거짓뉴스가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는 것은 진리다. 법적으로 높은 징벌 수준이 가짜뉴스 청소 방법이 아니란 말이다. 이것은 언론법으로 가짜뉴스가 다스려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둘째, 언론의 뉴스 보도는 조건 없는 자유다. 책임을 묻는 법조문으로 그 언론자유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언론의 사전검열 금지를 헌법적으로 명문화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미국·영국 등 민주선진국에 방송법, 정기간행물법 같은 언론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서 확인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가 언론에 관한 입법을 아예 못하게 하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 계통의 나라에는 언론법이 광범위하고 세세하게 입법화돼 있고, 유럽연합(EU)에도 언론법은 있다. 그러나 이들 언론법은 언론매체 지원에 한정되며, 보도 논평에 제한을 가하거나 위축을 초래하는 입법은 용납되지 않는다.

셋째, 언론의 뉴스 보도나 논평 행위는 언론윤리 영역에 있지 법의 영역에 있지 않다. 취재·보도 행위가 현저히 윤리적 울타리를 넘을 경우 형법·보안법·민사법 등 위법행위에 따른 일반법 처벌을 받는 것이 민주사회의 통례다.

넷째, 민주언론은 여론조성자, 사회감시자, 균형자(체크&밸런스)로 기능하므로, 입법에 의해 그 기능이 위축되거나 퇴행하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는다. 그러므로 언론자유 신장을 목적하는 언론지원법만 입법 가능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 미국·일본의 언론단체, 심지어 유엔 등 해외 전통적 언론단체들이 가혹하게 책임을 묻는 한국 언론중재법을 문제시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조작보도‧페이크뉴스 단속 투 트랙

다섯째, 가짜뉴스나 악의적 조작보도는 언론매체보다는 인터넷 신문·방송이나 유튜브 등 통신매체가 양산하고 있고 그 국민적 피해가 막심하다. 일반 국민에게는 통신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페이크뉴스나 악성루머들이 기성언론의 그것과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국민 다수는 유튜브 등 통신매체의 악성가짜뉴스에 법적 책임을 묻는 언론중재법으로 오해하는 측면이 강하다.

결론적으로, 저널리즘 매체의 오보나 악의적 조작보도를 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입법과 유튜브 등 통신매체의 페이크뉴스 단속법을 투 트랙으로 분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자는 민주주의의 보루 역할을 하는 언론이고 후자는 언론법적 책임을 동반하지 않는 비 언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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