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많아 ‘愛鄕’ 희박…지역 낙후에 ‘나몰라라’ 무관심

연중 기획 [지방자치 행정 해부]
5. 2000년 역사 부끄러운 인천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4-22 09: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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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특별도시’ 공약 성공여부 미지수
사회 인천시 인구는 300만명에 달하지만 100만명 이상이 인근 도시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베드타운이라면 최소한 교통이라도 원활해야 하는데 인천시는 그마저도 낙후돼 있다. 저렴한 주택가격으로 한때 저소득층의 주거지역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경기도 신도시에 밀리고 있다. 

 

제1~3 경인고속도로가 서울로 향하고, 경인선 철도와 전철이 부설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선 7기 정부가 ‘교통특별도시’가 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청라지구까지 연장하고 제2경인전철, GTX-B노선 등도 추진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천시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3만명으로 전체의 11.4% 수준이다. 하지만 2025년에는 55만명으로 17.9%, 2040년에는 99만명 31.2%로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 된다. 

 

반면에 유소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부담이 점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과 청년층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 주장하지만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 

 

인천도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서울 주택가격의 급상승을 피해 이주한 주택난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송도, 청라, 영종 등 신도심은 서울 수준의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지만 기존 구도심은 재개발 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슬럼가로 전락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원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지역별 맞춤형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보수정당 후보인 유정복은 2014년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부채·부패·부실로 얼룩진 위기의 인천을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도시로 변모시키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전임 시장이나 시의원들의 부패연루가 심각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의지였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유정복 시장 당시에도 시장이 1조원대 배임행위를 저질렀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됐고, 송영길 시장도 측근들의 비위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력도 없고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이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에 무더기 당선되면서 ‘줄서기 문화’로 인한 적폐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 막대한 부채로 파산상태에 빠졌으며 공무원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면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가능성은 점점 높아져 대처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필자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거나 자문할 기회가 많은 편인데 인천시 관련 기관에서의 경험은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다. 

 

인천시도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지역 토박이보다는 이주민이 많아 지역에 대한 애착이 약했다. 주민들도 지역 정치보다는 중앙정치에 관심이 높았고, 지역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아 놀랐다. 

 

▶낡은 역사·소설 주인공, 문화부흥 어려워
문화 민선 7기 박남춘 시장의 6대 공약 중 하나가 ‘문화와 관광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고, 재발견·혁신·길의 3R로 관광정책을 펼치겠다고 한다.


인천시가 개발하겠다는 관광자원은 월미도, 송도유원지, 을왕리해수욕장, 소래포구, 송도국제도시 등인데 국내외 관광객 유인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정책 실패사례 중 하나는 월미도 은하철도다.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853억원을 투입해 건설했지만 부실시공으로 인한 안전문제로 2016년 철거하는데 250억원을 투입했다.

 

1980년대에 유행했던 철 지난 아이디어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을 낸 사람도 대단하지만 11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는데 책임지겠다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없어서 신기했다.


600년 이상 한국의 수도로 역사적 문화유산의 대부분이 위치한 서울시조차도 외국인에게 내세울 관광자원이 부족한데 서울의 변두리에 불과한 인천시에 문화유산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필자도 월미도, 소래포구, 을왕리해수욕장, 송도국제도시를 자주 방문했지만 추억이 어릴 정도로 기억에 남은 지역은 한곳도 없다.


젊은 시절 월미도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탔던 기억은 생생한 반면에 소래포구에서 먹은 회나 해산물은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저렴한 금액으로 산더미 같이 쌓아둔 신선한 해산물을 먹어 본 사람이면 한국 어촌의 포구에서 파는 해산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여름이면 동해안 해수욕장까지 가기가 어려워 가까운 을왕리해수욕장을 찾기도 했지만 흐린 바닷물과 바가지 물가로 얻은 불쾌감은 겨울이 올 때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천이 자랑하는 차이나타운도 근대양식의 건물과 중국 음식점이 많다는 것을 빼면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감흥은 생기지 않았다. 중구청 앞 일본거리는 차이나타운보다 경쟁력이 없는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문화제, 축제, 특산물도 보이지 않는다. 도심에 위치한 자치구보다는 강화군이나 옹진군이 오히려 문화유산이 많은데 소외되고 있다.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의 상징물도 무엇인지 찾기가 어렵다. 일부 홍보자료를 보면 인천대교, 송도국제도시 타워 등으로 표시돼 있지만 2000년 역사를 간직한 도시의 상징물로 적절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특히, 인천대교는 자랑스러운 상징물이 아니라 인천이 항구도시로서의 기능을 포기하겠다고 건설한 ‘치욕의 증거물’이다. 허브항만 입구에 선박의 진·출입을 막는 바다 위에 교량을 짓는 나라나 도시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낡은 건물과 네온사인으로 불을 밝힌 소규모 어시장에 불과한 소래포구, 한물간 송도유원지, 횟집이 줄지어 선 을왕리해수욕장도 인천 의 관광자원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인천시가 동북아 중심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문화정책부터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 

 

자랑스러운 2000년의 역사를 세계 속에 알리려면 인천대교가 아니라 강화도, 개항 이후의 건축물, 항만시설 등을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민선 7기 시정부가 문화정책도 땅파기식 토건행정과 전시성 사업과 같은 하드웨어 일변도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로 무장하는 문화행정을 추진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유행따라 변하는 산업정책 인재 유치 난망
기술 인천의 핵심 산업기지는 남동공단과 송도국제도시라고 볼 수 있다. 남동공단은 1985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으며 조립금속, 화합물 및 화학제품, 목재와 나무제품, 제1차금속산업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쇠퇴하고 있다.


정보통신, 음향, 정밀, 광학기계, 전기전자, 컴퓨터 주변기기 등 첨단 벤처기업으로 업종이 변하고 있지만 교통 접근성의 미비, 인천항의 쇠퇴, 주변 택지지구의 개발 등으로 옛 명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는 바이오 관련 기업이 30개 입주해 있고, 의약품 생산역량이 56만리터로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표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제약회사가 아니라 복제약 주문생산기업에 불과하다. 산업 파급효과나 성장 잠재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국제대학을 유치해 교육의 중심지로 부상하겠다고 하던 송도에 교육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ICT기업을 육성하겠다며 공단을 조성했다. 정작 송도국제도시에는 대형 건설업체나 대기업이 입주하면서 첨단기술단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은 퇴색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입주한 이후에는 바이오산업단지로 부상하겠다고 하지만 만약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떠나면 또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산업정책은 최소한 3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하면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 

 

지역에 인천대·인하대 등이 위치해 있지만 300만 인구 규모에 비해 젊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도 부족하다.


인천대와 인하대는 공학계열의 인재를 육성하지만 서울 소재 대학, 경기권 대학, 대전권 대학, 기타 주요 광역시에 위치한 대학에 비해 우수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인재가 취업할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송도에 유치하는 국제대학은 외국어 교육 등으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데 유리하지만 정작 특장점은 수요자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필자가 둘러본 송도국제신도시 대학 부지들은 거대한 공사장에 불과해 인천시 인재교육의 현주소를 상징하고 있었다. 인재양성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대학유치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인천시는 고령화 도시로 전락했고 인구 감소국가인 한국에서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다면 인천 지역 대학도 쇠락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인천시 청사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타 지자체와 비교하면 오히려 소박한 듯하다. 사진은 인천시 청사 정문.


▶소박한 청사에 감동…역량부족엔 실망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지방자치행정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밸리모델’을 적용해 경기도의 자치행정을 평가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인천시 자치행정은 10점 만점에 평균 2점 수준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광역자치단체로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들게 만들었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5개 영역이 10점 만점에 2점으로 세금을 투입해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평가한 세부 내역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는 보수정당 출신 시장이 장기간 행정을 장악하면서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 토착세력이 발호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 공무원과 주민도 ‘어차피 소용없다’는 패배의식에 빠져 무능한 지역 정치인을 단죄하는데 실패했다. 중앙정치만 쳐다보는 지역 정치인들은 정작 인천시 자치행정 서비스의 질에는 관심이 없었다.


둘째, 경제는 개항 이후 100년 이상 수도 서울의 관문역할을 수행했지만 정작 지역적 산업기반을 갖추는 데는 실패했다. 일자리가 없어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인구의 3분의 1을 넘고,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선거 때만 부르는 유행가에 불과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송도국제도시도 투기꾼의 활동무대에 불과하고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셋째, 인구는 3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지만 신도시와 구도심과의 생활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기존 지역 정치인들 중에서 부패와 행정 부실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기반은 약화됐다. 허약해진 사회체질로 재도약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넷째, 문화는 2000년 고도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개항 이후 수많은 근·현대 문화유산을 쌓았지만 진면목을 보지 못한 행정가와 지역주민들로 인해 콘크리트 교량에 불과한 인천대교를 문화적 상징물로 내세워야 하는 서글픈 처지로 전락했다.


다섯째, 기술은 행정 편의에 의해 추진한 남동공단,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한 송도국제도시 모두 본연의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인재를 양성할 대학도 제대로 없고, 젊은 엔지니어를 포용할 국가산업단지도 제구실을 다하지 못해 도시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확충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은 꿈꾸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2000년의 역사와 동북아 최대 무역항으로 군림했던 인천시의 지방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밸리모델’로 평가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의 영역에서 모두 낙제점을 기록했다.


인재와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주변이라는 지리적 취약점이 존재하고 있지만 스스로 지방자치행정의 비전과 방향을 정립할 의지를 표명한 적도 없었다. 

 

수십 층에 달하는 현대식 건물로 청사의 위용을 자랑하려는 경기도의 신청사와 달리 낮고 소박한 인천시 청사에 감동을 받았지만 정작 시 정부의 역량부족은 아쉬웠다.


차량과 방문객으로 혼잡한 시 청사 내부와는 달리 정문 앞 건물의 1층 상가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상가의 출입문과 유리 벽면마다 붙어 있는 ‘임대’라는 표지판이 이미 망해 회복조차 어려운 인천경제를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끝- / 민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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