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상 의사 ‘소록도 의거’ 기념비로 기린다

기념사업회, 6.20 의거 기념조형물 디자인 설명회 가져
최영주 기자 | young0509@segyelocal.com | 입력 2020-06-22 1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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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상 의사 의거 78주년 을 맞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기념회 및 기념조형물 디자인 설명회를 가졌다.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최영주 기자] 소록도를 기억하는가.

 

이 섬은 면적이 4.42㎢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이곳에는 아픔을 넘은 살 에이는 시련의 흔적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외치며 사람답게 살고자 한 이들의 깊은 한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다.


전남 고흥반도의 끝자락, 녹동항에서 1㎞ 정도만 가면 소록도에 닿을 수 있다. 이 섬은 그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해 소록도라고 불린다.

이 섬에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1916년에 설립된 이 병원은 소록도 자혜의원에서 부터 시작되는데, 조선 내의 유일한 한센병 전문의원이었다.

 

이들은 일제 지배 하에서 강제격리와 노역에 시달렸고, 해방이 됐어도 일제에게 받았던 억압과 희생에 대해 침묵을 강요받으며 국가 뿐 아니라 사회,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삶을 살았다.


소록도에 있는 중앙공원은 한센병 환자들의 강제 노역으로 만들어진 공원으로 공원 곳곳에는 환자들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기념물들이 보존돼 있다. 

공원 입구에는 이곳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을 불법감금하고 출감하는 날에는 예외없이 강제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다. 그들에게는 인권이란 단어 자체가 없었다.

자혜의원은 1934년 10월부터 조선총독부가 관리하는 국립나요양소가 되고 명칭도 소록도 갱생원으로 바꿨다. 

불법감금과 감식, 전쟁물자 조달을 위한 강제노역에 동원 등이 자행되던 이 곳 소록도 갱생원의 한센인에 대한 억압을 고발하기 위해 소록도 갱생원 수호 마사스에 원장을 요격해 암살한 이가 있다.

 

그가 바로 이춘상(1916~1943) 의사다.

경상북도 성주군 대가면에서 태어난 그는 독립운동가 이수봉의 아들이다.  

 

▲ 이춘상 의사 의거 78주년을 맞아 기념조형물 디자인 설명회 등 사업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춘상 의사도 한센병 환자였다. 십대에 발병해 1940년 소록도 갱생병원에 강제로 수용되고 그 곳의 인권유린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1942년 6월 20일, “너는 환자들에게 못된 짓을 많이 하였으니 나의 칼을 받아라!”라는 마지막 말을 외치며 마사스에 원장을 암살했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사형은 집행됐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춘상 의사의 항거는 당시 일본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그것과 대등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항거는 일제 35년 동안의 조선인의 저항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인권운동이자 독립운동이었다.

하지만 한센인이라는 이유와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정당한 역사적 평가나 보훈의 대가도 받지 못하고 역사적인 사료하나 남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의 벽이었다.

이렇게 기억으로만 남아 입으로만 전해지던 이춘상 의사의 업적을 2000년대 초 서울대 정근식 교수가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되고 2002년에는 이춘상 선생 기념사업회가 설립됐다. 

 

기념사업회 측은 2005년부터 3차례 걸쳐 이춘상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보훈처에 서훈 요청을 했지만 논란의 여지와 함께 독립운동으로서의 불분명함을 이유로 기각됐다.

 

2020년, 올해로 이춘상 의사 의거 78주년 을 맞이하고 지난 2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이춘상 의사 6.20의거 78주년 기념회 및 기념조형물 디자인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1984년부터 국립소록도병원에 매년 두 번씩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학 참길자원봉사센터 단장과 운영진·정근식 이춘상기념사업회 상임대표·박영립 '함께하는 빛' 이사장·이 의사의 조형물 디자인을 맡은 홍성담 화백 등이 참가했다.

 

▲ 홍성담 화백이 기념비의 디자인과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춘상의사기념사업회’는 ‘6.20의거 상징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이춘상 의거 기념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소록도 의거 현장에 비를 건립하고 소록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일제 강점기 소록도에서 이루어진 항일의거와 한센인에 대한 인권 회복을 위해 희생하신 이춘상 의사의 뜻을 기리고자 한다.


현재 기념비 사업은 지난해 장재중 소록유니복지재단 이사장이 1천만 원을 기부해 추진 중이며 이춘상 조형물건립 추진위원회(위원장 최우영)가 주축이 돼 성금을 모으는 등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제작될 기념비는 디자인과 구성은 홍성담 화백이, 글씨는 여태명 원광대 교수가 맡아, 내년 중으로 소록도에 건립할 계획이다. 홍성담 화백은 전두환독재시절 저항예술가이자 서울대도서관 아래에 위치한 박종철, 최우혁 열사의 기념조형물을 제작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학 참길자원봉사단 단장은 “이춘상 의사께서 수호 마사스에의 심장으로 찌르고 세계만방에 한민족의 기개를 알린지 7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의사의 충혼을 널리 알리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또한 슬픈 일이기도 하다”면서 “진리의 길은 단순 명쾌하다. 의사가 행했던 길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 불의에 대한 함거 · 억압에 대한 저항 · 자유를 훼손하는 가치에 대한 분노가 바로 그 길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 협력해 공동의 선을 이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최우영(더불어민주당, 대구북구의회 부의장) 이춘상 의사 기념조형물 건립추진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의거 78주년 기념일에 맞춰 건립하지는 못했지만 기념비 조성으로만 그치지 않고 의 의사에 대한 사료도 계속 발굴할 것이다”며 “앞으로도 이 의사가 설훈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성주군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 (사)참길자원봉사센터 이춘상 의사 기념조형물 건립추진위원(왼쪽 두번째 최우영 위원장)과 (사)참길복지 이재우 회장(가운데)이 함께 참여했다.

 

한편, 이춘상 의사 6.20의거 78주년 기념식에 전재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이 영상으로 기념사를 보내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전 의원은 작년 국가 보훈처 국감에서 이춘상 6.20의거와 관련한 질의를 한 바도 있다.

전 의원은  기념사에서 “앞으로도 이춘상 선생님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겠다.  6.20의거의 정당한 역사적 평가에 힘을 보태겠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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