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web) 발신 청첩·부고…도가 넘었다

이남규 기자
이남규 기자 | diskarb@hanmail.net | 입력 2020-11-05 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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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규 기자

어느날 휴대폰에 결혼식 청첩장이 올라왔다.


모임 총무가 웹 발신이란 머리말을 달고 단체 청첩장을 보낸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이런저런 모임 서너 곳에 가입해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청첩장을 보낸 모임은 많은 사람이 가입돼 있는 모임으로, 청첩장 당사자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도 아니고 서로 애·경사를 나눌만한 관계도 아닌데 청첩장을 보내와 난감했다.

청첩·부고에 매달 나가는 비용이 적잖이 부담이 되는 터라 고심이 됐다.

넉넉하면 나들이 하는 셈 인사치레도 할 겸 다녀오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주머니 사정이 문제다.

고심 끝에 이번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오랜 기간 모임을 하다보면 서로 가까워질 것이기에 다음에 애·경사가 나면 서로 성의를 전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지만 왠지 찜찜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 다음 모임에 당사자를 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 걱정도 됐다.

이런 ‘고민’은 며칠 후 바로 현실로 부딪치게 됐다.

다시 웹 발신이 온 것이다. 얼마전 행사 당사자가 ‘자식 결혼식에 참석해 주시고 후의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하오며 귀 댁의 대소사 시에 꼭 연락을 주시면 잊지 않고 참석해 보답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직접 참석도 안했는데 감사 인사라니 민망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감사 문자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세 번 계속 왔다는 점이다.

 

‘왜 자꾸 보낼까’ 궁금했지만 생각다 못해 결국 늦게나마 축의금을 보냈다. 

“정말 감사하다”는 ‘진짜’ 문자가 와야 하는데 더 이상 안 오고 자연스레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무언가 강제 징수를 당한 것 같은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은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핸드폰 문자로 전하는 것이 보편화 됐다지만 ‘뭔가 도가 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고장은 갑자기 닥친 일에 보통 3일장을 치르다 보니 우편으로 전할 시일이 촉박하지만 청첩장은 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가.

청첩·부고장은 사실 축의·부의금 관련 내용이니 봉투 쓸 때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 사람에게 청첩을 보내는 것이 맞는 걸까, 혹시 실례가 되지나 않을까, 과거에 서로 애·경사에 왕래가 있었나,이번에 오셨으니 다음에 내가 가야겠다 등 품앗이로 봉투를 작성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라고 본다.

하지만 핸드폰에 저장된 단체 모임 등에 무작정 발송하는 청첩·부고장 그리고 확인도 안하고 보내는 감사인사 등 웹발신이 도리를 막는다.

그렇게 기계적인 것에 무슨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감사의 마음이 들어 있을 것인가.

무작위로 보내놓고 정작 본인은 누구한테 보냈는지도 모르면서 감사장 마저도 특정인 없이 웹발신으로 전하니 이해 어렵다. 

 

다음에 직접 만나도 고마운 감정이 그대로 일까. 

 

정말 세상이 왜 이렇게 형식적으로 변하는지 안타깝다.


이럴 바엔 ‘차라리 애·경사에 맞춘 부조금 보험이라도 만드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 그게 좋겠다. 보험료는 아주 저렴해도 될 테니까.몇십 원 몇백 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요즘은 청첩장, 부고장에 아예 계좌번호까지 적어 놓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하는지 따져보고 싶지는 않지만 ‘몸 대신 번호’인 세상이 된 것 같다.

애·경사 상부상조라고 했다.

축하도, 위로도 모두 마음에서 나온다. 진정한 깊은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은 갖추는 것이 맞다.

사람의 관계는 웹으로 오고 가는 것이 아닌 1대 1 결국 개인의 관계다.

가장 기본인 인간관계가 부정확해지면 어떤 모임이나 단체도 껍질에 불과하다.

우리의 미풍양속인 애·경사 상부상조 알림장이 마음 없는 껍질인 고지서처럼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축하해 주러 오세요라는 알림장을 보낸다는 것은 적어도 다음에 저도 가겠습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담아 청첩·부고장을 보내고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장을 보내는 미풍양속이 온전히 유지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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