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국내 2위 지자체서 ‘변방에 밀린 항구도시’ 추락

[연중기획] 지자체 행정 해부 6. 추락하고 있는 광역도시 부산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5-30 10: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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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6·25전쟁 당시 임시 수도 역할을 담당했으며 한 때 국내 2위 지방자치단체로 군림하다가 변방으로 밀려난 항구도시 부산은 한국 현대사의 중심을 벗어나지 않았다. 박정희 군사독재정부에 맨몸으로 저항했던 1979년 10월 부마항쟁, 전두환 군사정권을 종식시킨 1987년 6·10 민주화 운동 등 한국의 민주주의 투쟁 역사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부산은 온 국민이 사랑한 대중가요의 단골소재였다. 피난 시절을 노래한 손인호의 ‘이별의 부산항’과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비롯해 이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까지 항구도시 부산은 낭만과 사랑이 넘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남자들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영화의 무대이기도 했던 부산은 의리로 똘똘 뭉친 ‘진짜 사나이’들의 고향이다. 

지난 60년 이상 보수정치인의 아성이었던 부산시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5곡밸리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세부 지표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공항 등 개발논리로 정치적 후진성 입증

한때 국내 2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군림했던 부산시장은 부산경제의 쇠퇴와 더불어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정작 누가 시장인지 관심을 갖는 국민도 없는 지경에까지 내몰렸다.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이 후 민선 시장을 역임한 여야 정치인을 열거해 보면 문정수, 안상영, 허남식, 서병수, 오거돈 등이다. 이들 중 현재 시장인 오거돈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 정당 출신으로 보수의 깃발만 들면 당선되는 곳이 부산이었다. 

부산은 소위 말하는 부산·경남(PK)라고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권력을 장악한 대구·경북(TK)와 더불어 한국 정치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정치계파의 중심도시다. TK로 대변되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이 주도한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문민정부 시대를 연 김영삼, 친숙한 서민대통령의 이미지로 기득권과 한치의 양보 도 없이 대립했던 노무현이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보수정당 시장들의 시정구호를 살펴 보면 문정수는 ‘21세기 새 부산건설’, 안상영은 ‘시민과 하는 부산 재창조’와 ‘희망과 도약, 세계도시 부산’, 허남식은 ‘성숙한 세계 도시 부산’, ‘세계로 열린 선진부산’, ‘크고 강한 부산’, 서병수는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 오거돈은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등이다. 안상영은 재선, 허남식은 3선을 한 보수정당 출신 정치인으로 당선된 횟수에 동일한 시정목표를 제시했다. 

보수정당이 24년 동안 시정을 장악했지만 부산시의 정치적 위상이나 행정 서비스는 오히려 추락을 거듭했다. 지역발전은 보수가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진 지 오래 됐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특유의 지역주의로 뭉친 지역에서 정치공약을 개발하거나 시민을 위해 행정서비스를 개선할 필요는 없었다. 항만 도시의 발전과는 관계없는 해운대 신도시 건설을 위한 인허가 비리,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같은 지역이기주의적 공약의 반복, 전문가와 대립하는 문화행정 등은 부산의 정치가 3류로 전락했음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에 해당된다. 

특히 보수정권이었던 박근혜 정부조차도 거부했던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진보출신 시장이 다시 재론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지역 정치인들의 수준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해외 전문가들 이 객관적인 자료를 검토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안공항, 양양공항, 예천공항 등 수천 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유령 공항으로 전락한 수많은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지방 방백으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지역 땅값을 올리겠다는 단순 논리로 부동산 투기세력의 이익만 대변하려면 시장을 맡기 보다는 지주와 부동산 중개사 단체의 대표를 하는 것이 맞다. 시장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지방 의회 의원들이나 시민단체까지 망국적인 개발 논리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통·물류허브 꿈 ‘일장춘몽’ 가능성 커

부산시는 조선시대부터 일본과의 국제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국제무역항으로 성장했다. 해방 이후 미군의 원조물자를 하역했으며 6·25 전쟁 당시에는 임시수도로 한국 정치 및 경제의 중심지였다. 3년 간의 동족상잔의 비극이 끝나고 설탕, 밀가루, 합판, 신발, 섬유 등 경공업 위주로 국내경제가 성장하면서 정치수도인 서울과 더불어 경제수도로 확고한 위치를 점유했다. 

1970~80년대 석유화학, 철강, 기계, 조선, 플랜트 등으로 국내 산업이 중화학공업으로 전환되면서 울산, 창원, 거제, 여수, 구미 등에 주도권을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동북아 물류거점의 지위는 유지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이후 중국경제의 급부상, 반도체와 같은 첨단 수출상품의 항공운송 증가 등으로 부산항의 입지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부산시의 재정자립도는 2018년 기준 53.2%로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평균 65.7%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2016년에는 재정자립도가 55.4%를 기록했지만 2년만에 2%상 축소된 것은 우려된다. 2018년 기준 세입은 총 7조9,830억 원으로 자체 세입 4조2,462억 원, 이전재원 3조3,254억 원, 지방채 4,119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예산규모는 2015년 10조204억 원이었던 것이 2016년 11조1,476억 원, 2017년 11조2,926억 원, 2018년 11조9,991억 원, 2019년 12조9,012억 원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중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예산이 3조7,362억 원으로 전체의 42.3%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반공공행정이 1조1,581억 원으로 13.1%, 수송 및 교통이 9,127억 원으로 10.3%, 교육이 7,179억 원으로 8.1% 등 이들 분야가 전체 세출의 73.3%로 대부분을 점유했다. 

2018년 7월 오거돈 시장은 취임사에서 부산을 항만, 공항, 철도가 모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중국 상하이, 홍콩, 일본 후쿠오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등을 잇는 교통과 물류의 세계적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을 잇는 것이 어떤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오거돈 시장은 ‘세계 각국의 화물이 몰려들고 세계인이 다투어 찾아오는 활기찬 국제도시를 만들어 싱가포르와 홍콩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보수정부가 추진했던 부산을 동북아 국제금융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도 허구임이 드러났고, 오거돈의 첨단지식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단순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대기업이 스스로 투자하러 오도록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지만 부산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르노자동차는 정작 노사간의 극한대결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 지역정치인들이 중재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부산은 울산, 거제 등에 조선과 해양산업의 허브 항구라는 명성을 빼앗긴지 오래됐다. 부산시가 첨단지식산업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여전히 의식수준은 2차 산업혁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성이 없는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야욕을 버리지 않은 것은 보면 1차 산업혁명 고개도 넘어서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오거돈 시장도 30년 아성의 보수정권을 무너뜨리고 새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은 좋았지만 경제를 살릴 방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부산시 경제도 자갈치 시장에서 회나 팔고, 여름철 해운대 백사장에서 파라솔 장사나 하는 어촌의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의 마천루 빌딩군 사이로 국제요트대회 참가 요트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시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등의 성공요인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경제는 구호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발전목표를 설정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일관된 방향으로 죽도록 매진할 때 살릴 수 있다. 

부산경제의 문제점은 해양도시의 장점을 스스로 포기한 인천시와 마찬가지로 해양물류 거점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한다. 오거돈의 부산 경제정책도 무능했던 보수 정권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파탄 낼 신공항 건설 추진부터 중단하는 것이 좋다. 

경제추락…이권·뇌물 챙기는 공무원 등장 
 
부산 인구는 1995년 38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34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7년 4월 기준 349만명이었지만 1년 후인 2018년 4월에는 346만명으로 3만명 줄어들었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고령화와 출산감소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침체된 경제로 인구유인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시도 경제가 추락하면서 해운대 엘시티 등과 같은 지역 개발사업에 연루된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다. 엘시티의 뇌물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다수의 고위직 공무원과 지역 정치인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패 혐의를 받았던 전임 시장들의 정치행로가 드라마처럼 전개됐다. 고위공무원이 아들의 취업을 대가로 시금고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행정편의를 봐주면서 뇌물을 챙기거나 향응접대를 받은 공무원도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 동안 부산시 공무원 77명이 형사처분으로 징계를 받았다. 뇌물수수가 7명, 상해와 폭행이 5명, 음주운전이 24명 등으로 집계됐다. 최고 단계인 당연퇴직을 당한 3명을 포함해 11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부산은 6·25전쟁으로 전국 각지의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인구는 불어났지만 지역 특유의 정체성은 사라졌다. 

서울이나 경북 등의 지역에서 온 피난민들은 국군의 북진을 따라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지만 함경도 등 이북 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부산을 고향을 삼아 정착해 토박이가 됐다. 전쟁 이후에도 1970년대까지 한국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호남과 영남의 시골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출신지와는 상관없이 부산만의 독특한 정서를 창출했지만 여전히 영남과 호남세력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PK의 중심지면서 나름 야당의 냄새를 풍기는 이유다. 전쟁 와중에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고 구호물자의 배분 등 이권으로 통해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윤리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보수정권의 산물인 부패도 능력으로 치부되는 시기가 오래 유지됐고 한국사회 전체가 부패했던 것도 부정부패를 일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잃도록 만들었다. 부산이 1980~90년대 마약과 범죄의 도시로 낙인 찍혔던 것도 전혀 새롭지 않은 이유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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