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 무차별 설치…유지·관리는 "나 몰라라"

[연중 시리즈] K-safety 운동 - 에스컬레이터 안전진단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9-11 10: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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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세계에 대공황을 불러올 것이라며 부동산 거품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초고층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고 있다. 

 

대형 건물뿐만 아니라 지하철, 쇼핑센터 등에도 승강기의 일종인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수 많은 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리는 것보다 편리해 인기도 높은 편이다. 


지하철이나 공공기관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과잉 설치된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많아졌다. 

 

심지어 비·눈과 같은 악천후와 강한 햇빛에 무방비로 노출된 야외에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나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모두 세금이 아니라 자신들의 돈이라면 절대 설치하지 않을 장소도 막무가내로 설치하면서 세금 낭비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노인층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보다 고령화가 심한 일본과 비교해도 지나칠 정도로 많은 편이다. 신규로 설치되는 승강기가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라고 하니 공무원과 정치인의 선심성 예상 낭비가 어느 정도인지 저절로 상상이 된다. 


▶ 대형사고 줄고 있지만 경미한 안전사고는 급증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2014년 11건에 불과했지만 2016년 141건으로 급증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392건이 발생했다. 

 

사고의 대부분인 365건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어가거나 신발끈 걸림 등과 같은 이용자 부주의로 조사됐다. 취객이 넘어지거나 다친 사고가 전체의 90%에 달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급정지, 역(逆)주행 등과 같은 시설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27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역주행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2019년 7월 2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10여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던 승객은 30여명으로 사고가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9년 8월 26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장으로 운행이 중지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2019년 5월 14일 부산교통공사가 운행하고 있는 1호선 연산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굉음을 내고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스럽게도 부상자는 없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지능형 감시시스템을 설치해 사고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공공교통수단으로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를 한번이라도 보지 않는 날은 없었다. 


지하철이나 공공시설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면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지만 설치와 운용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재정적자는 심화되고 경제는 침체되는데 지난 10~20년 과잉 공급된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설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간단한 경구(警句)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 노후화·쥐꼬리 유지보수비 인한 허술한 관리가 사고 초래

사고발생 가능성 평가 대구도시철도에 따르면 2018년 지하철 안전사고 중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57%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안전사고 피해자의 79%에 달했다. 2019년 6월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5살 어린이의 고무재질 신발이 에스컬레이터 틈새에 낀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아이는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안전하게 구조됐으며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은 끼임 사고이다. 끈이 풀린 운동화나 물건을 노란 안전선 밖에 놓았을 때 바닥의 틈새에 끼는 사고를 말한다. 운동화가 아니더라도 슬리퍼, 목도리, 천으로 포장된 짐 등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전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대부분이 이용자가 뛰어가는 가운데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뛰어가거나 걸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지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과거 정부는 ‘오른쪽 통행’을 계도할 때 에스컬레이터를 두 줄로 이용하라고 홍보했다. 한 줄은 서서 가고 다른 줄은 걸어가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일본·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두줄 타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줄은 서서 가고 다른 줄은 걸어서 갈 경우에 부딪혀 넘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도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정상’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가만히 서서 가는 것이 답답해 왼쪽으로 걸어가는 방식을 선택하지만 스스로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는 편이다. 


두줄 타기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안전조치 중 하나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아라’라고 하는 권고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손잡이를 잡지 않고 서 있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많지만 대부분의 이용객들은 손잡이를 잡는 것을 꺼린다. 손잡이가 깨끗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1일 2회 이상 손잡이를 소독하기 때문에 위생문제가 없다"고 항변하지만 꺼림칙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한국도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이 늘어났다. 반려견이 엘리베이터의 이동에 불안감을 느껴 발버둥치거나 주변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하거나 반려견을 안고 이동하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반려견이 마음대로 활보하게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에스컬레이터도 엘리베이터와 마찬가지로 매월 정기점검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지만 사고발생 가능성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과거에 무작위로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중에서 10년이 넘어 노후화된 상태인 것도 많고 유지관리 업무를 맡은 외주업체는 부족한 편이다.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가 며칠씩 방치되는 현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공공기관의 특성 상 생색을 낼 수 있는 구입 및 설치 예산은 충분하게 확보하는데 유지보수 예산은 쥐꼬리로 배정해 고장이 나도 제때 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에서 중요한 점은 이용자가 방심하면 안전사고의 희생자가 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마음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폰을 보며 이동하는 것 역시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의 하나다. (사진=민진규 기자)


▶ 손잡이 반드시 잡는 것이 체력·순발력 믿는 것보다 안전

사고 방어능력 평가 2019년 5월 부산의 호텔 편의시설에서 70대 노인 1명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70대 노인 2명가 부딪혀 3명이 모두 부상당했다. 아마도 사고를 당한 노인들 모두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잡이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고령의 노인들이나 주변으로부터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고 유형 중 하나가 역주행이다. 역주행은 상하로 정상 운행되는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를 잡지 않는데 역주행 사고가 발생하면 중상을 입을 수 있다.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지만 역주행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아무리 신체가 건강하고 순발력이 좋은 청년이라고 해도 역주행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모차에 아이가 앉은 상태로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해서는 안 된다. 유모차는 아이를 내리도록 한 후 접어서 들고 타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유모차나 휠체어 진입 금지봉을 설치해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유아나 애완동물은 보호자가 안고 타야 한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보호자와 동반해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발생을 대비한 훈련이나 교육도 필요하지만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소방서가 합동훈련을 주관하지만 이용객이나 주민들의 호응은 저조하다. 

 

간혹 발생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옷이 끼여서 끌려가는 상황도 훈련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옷이 잘 찢어지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라고 해도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지나다 사고 위험이나 사고를 목격하면 하단에 있는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 위험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시설관리직원이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상조치이기 때문에 평소에 버튼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어야 한다. 

 

엘리베이터와 달리 에스컬레이터는 오픈된 공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위험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강인한 신체와 순발력을 믿기 보다는 손잡이를 잡는 것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이라고 판단된다.


▶ 손가락 절단·목 끼임 사고도 경미하다고 치부 어려워


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
에스컬레이터가 안전한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장난을 치다가 넘어지면 날카로운 모서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손가락이 틈새에 끼여 절단되는 사고도 일어난다.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밖으로 몸을 내밀고 올라가다가 목 끼임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에스컬레이터의 바닥에 앉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천으로 된 옷은 에스컬레이터의 틈새에 쉽게 말려들어가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타고 있는 중에서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이용객도 많은 편이다. 모두가 에스컬레이터는 안전하고, 간혹 사고가 발생해도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과신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행거리가 긴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을 하면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지진으로도 입증된다. 화재나 지진이 발생하면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계단으로 이동해야 한다. 


일부 지하철이나 공공시설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캐노피’라고 부르는 지붕이 없어 비나 눈이 오면 멈춰서는 등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누출돼 있다. 정밀한 기계와 고무 등 햇볕에 취약한 재질로 구성돼 있는데 노천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내구성과 방수처리가 잘 돼 있어 비나 눈이 와도 고장이 나지 않는다고 항변하지만 잦은 고장을 보면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일반적으로 심각한 자산손실까지 이어지지 않지만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 등의 경우에는 안심하기 이르다. 에스컬레이터의 재질이 강철이고 모서리가 날카롭기 때문에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용객 모두가 간단한 안전수칙 정도는 자발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불필요한 자산손실로 인해 지출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 많이 설치한다고 이용자 편의·복지가 증진되는 것은 아냐


안전 위험도 평가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이용객의 안전의식 부족〮시설의 노후화〮관리업체의 안전불감증〮고령자와 어린이의 방어능력 취약 등으로 위험한 수준이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시설물에 에스컬레이터를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이용자의 편의와 복지가 증진되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장소에만 최소 설치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을 줄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는 점도 공무원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High : 높은 수준의 위험’으로 행정안전부, 지하철공사,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센터와 같은 다중시설 관리업체, 지방자치단체, 이용자 모두가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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