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미래산업단지 ‘화려한 조명’ 뒤에 ‘과로사 그늘’

[2020 연중기획] 안전 산업단지 안전진단 - 1. 구로디지털산업단지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20-01-14 16: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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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구로구청 사이트 갈무리)

 

[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2019년 12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장인의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했다. ‘대통령과 점심’이라는 컨셉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경력단절여성, 장기근속자 등과 대화를 하면서 구로디지털단지가 ‘미래를 뜻하는 장소’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과거 의류공장, 주물공장 등이 많이 있었던 구로디지털단지는 IT 관련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이 이주하면서 미래산업의 요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저렴한 임대료와 생활비가 장점이며 게임개발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최첨단 IT산업으로 변신 성공

구로디지털단지는 1964년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건설한 국가산업단지다. 

당시에 강남은 거의 발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구로구도 논과 밭이 있었던 한산한 농촌 지역이었다. 

정부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했고, 2017년 대법원은 국가기관이 토지수용에 반대하던 농민들을 고문하거나 협박했다는 사실을 밝혀 국가가 강제로 뺏은 땅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건설 초기에 입주한 봉제공장은 1960~70년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의류를 제조했다. 

가난한 시골 출신 여성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1970년 수탈적인 노동환경에 반발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청계천 봉제공장과 큰 차이도 없었다.

1980년대 군사독재에 반발해 가열찬 동맹파업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필자의 기억 속에 구로디지털단지는 중소제조업체의 낡은 공장이 줄지어 있었던 곳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 높은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다. 

서울 강남 테헤란벨리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벤처기업이 먼저 이주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벤처기업이 모여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대형 IT기업들도 집적효과의 이점을 노리기 위해 몰려들었다.

입주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한산하던 구로디지털단지역도 붐비기 시작했다.

1일 유동인구가 2018년 기준 15만명을 돌파했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유동인구에 비해서 상권은 발달하지 못했지만 저렴한 식당은 많은 편이다.

대형 오피스건물 지하마다 대기업의 구내식당과 유사한 개념의 공동식당이 위치해 있다. 

양식, 한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해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많아 근로자들의 급여는 많지 않은 편이라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주력으로 하는 음식점은 즐비하다. 

야근을 하는 직원들이 많고, 구내식당 개념의 저렴한 공동식당으로 인해 회식문화는 발달하지 못했다.

▶ 신체장애보다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해

사고발생 가능성 평가 구로디지털단지는 제조업체가 집적된 국가산업단지와는 달리 최첨단 ICT기업이 입주해 있어 신체상해와 같은 산업재해의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반면에 국내 ICT업계의 고질병인 장시간 노동, 열정페이 등이 나타날 여지는 많다. 

2016년 11월 게임업체인 넷마블 20대 직원이 심장동맥경화(급성심근경색)로 사망했다. 

게임개발 업무를 담당했는데 사망한 직원은 1주일에 최대 95시간 55분이나 근무했다. 

사망 4주전에는 1주일에 78시간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6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첨단산업의 요람이라는 이미지를 품고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에도 전자부품 제조공장이 다수 있다.

핸드폰 부품을 세척하는 공장 등의 경우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지만 안전교육은 부실하다. 

세척액이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2016년 4월 삼성전자 부품업체에서 메탄올에 중독된 근로자 4명이 시력을 잃은 사고도 발생했다. 

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회사는 형식적인 요건 정도로 인식한다. 

화학물질의 경우에 정확한 성분을 파악하기 어렵고, 부작용도 수년 혹은 수십 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근로자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면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보다는 퇴사를 종용하는 것도 안전불감증에 걸린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필자도 게임개발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샘을 한 직원들이 의자에 앉은 채로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이고 30대만 되면 체력이 딸려 야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52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조항과 경쟁력 약화를 들먹이며 반발하는 기업은 널려있다. 

인력파견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법정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의 저임금, 첨단화에 따른 기업 영세화로 인한 고용의 질 악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계약직 근로자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고용을 독려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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