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on de Celine]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아메데오 모딜니아니(1884-1920)에 대해
윤지원 | jwhaha@nate.com | 입력 2021-02-19 10:25:58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롤랑 바르트의 저서 '사랑의 단상'에는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얼마나 깊은 사연과 감정이 담겨 있기에 이러한 문장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심장 한 구석에 살며시 묻어 둔 사연 많은 달콤 쌉쌀한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랑이란 믹스커피와 같다고 누군가 오래전 말한 기억이 난다. 첫째는 달콤하고, 둘째는 부드럽고, 셋째는 쓰다는 것이다. 사랑을 할 때의 그 달콤함은 세상의 어떤 유혹도 다 받아들일 듯 착각을 일으킨다. 또한, 사랑은 부드럽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생동감과 생명력으로 가득하여 피부에는 생기가 흐르고, 눈동자는 검푸른 바다에 반사된 밤하늘의 빛나는 검은 별과 같이 빛이 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한 설렘 가득한 이들의 표정은 더욱 충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랑을 잃은 이의 마음은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의 형태일 것이다. 사랑하던 이에 대한 실망과 증오 그리고 관계의 단절로 인한 상처가 때론 평생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다.

 

▲모딜리아니와 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그 달콤함 때문이 아닐까하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의 향기·숨결 그리고 상대와의 감정 교류에서 일어나는 뇌의 화학적 반응 즉 그 달콤함이란 화학적 반응에 대한 중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우리네 삶에 있어 사랑은 매우 중요하다.


가족과의 사랑, 연인과 또는 친구 등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상대와 교감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외롭다. 그리고 사랑으로 그 마음을 채워야 한다고 믿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면에 침잠한 외로움은 과연 사랑이 없어서일까?


자아가 확고한 이는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또한, 자신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이들은 상대에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이들의 사랑을 대처하는 방법은 상대를 자신에게 구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와의 결속력을 강화시키고 상대와의 유대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 반대로 자아가 약한 이들의 사랑의 과정은 집착과 불신으로 시작하여 결국 서로를 갉아먹는 사랑으로 서로를 옭아매게 만든다.

 

▲잔 아뷔테른의 초상·모딜리아니·55x38cm·oil on canvas·1919·개인소장. (출처=위키아트)

 

그림 속 여인은 풍성한 머릿결과 매끄러운 선홍색의 피부 그리고 입술을 꼭 다문 채 매우 안정된 모습으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이와의 시선의 마주침이 마치 부끄러운 듯 말이다.

 

그림 속의 여인은 거친 붓질 속에서도 부드러움과 사랑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은 표현주의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Clemente Modigliani 1884-1920)'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인 '잔 아뷔테른(Jeanne Hébuterne 1898-1920)'을 그린 작품이다.


1917년 유명 미술학교인 아카데미 콜라로시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잔’은 17세였다. 그러나 화가인 모딜리아니의 나이는 33세. 그러한 둘은 파리의 몽마르트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잔의 집안은 모딜리아니를 반대했으나, 그들은 동거를 시작했다. 이때 잔의 집안에서는 모딜리아니가 잔을 납치했다고 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둘 사이에는 딸이 태어났다.

 

무절제한 생활(알코올 중독)과 가뜩이나 병약했던 모딜리아니는 그림공부를 위해 이탈리아서 파리로 건너와 자신의 예술세계와 현실에 대한 고뇌로 인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딜리아니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정립해 나갔다. 그러한 모딜리아니에게 있어 잔은 서로에게 있어 예술적 동지이자 사랑이며 한 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딜리아니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에서 결핵성 뇌막염으로 인해 각혈을 하며 누워 있다가 1920년 1월 35세의 짧은 나이로 생(生)을 마감하게 됐다. 그때 그의 옆에서 임신 9개월의 잔은 죽어가는 모딜리아니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잔에게 모딜리아니는 뜨거운 생명이었다. 모딜리아니에게 잔 또한 그랬다. 그러한 모딜리아니가 잔의 곁에서 사라지자 모딜리아니가 사망한 다음날 모딜리아니의 장례식 준비가 한창이던 시간에 잔은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임신 9개월인 뱃속의 아이와 함께 모딜리아니의 곁으로 영원히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두 살짜리 딸을 세상에 남겨둔 채로. 그렇게 둘은 영원한 연인이 돼 우리를 떠난 것이다.

 

▲ 자살·잔 에뷔테른·종이에수채·1920·개인소장. (출처=위키아트)

 

모딜리아니는 원시적 회귀를 원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강렬함과 어두운 색채 그리고 거친 붓질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세상과 잔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거친 붓질은 우리에게 매우 부드럽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어둡고 강렬한 색채는 늘 병약했던 모딜리아니가 얼마나 죽음을 공포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잔과 모딜리아니의 뜨거운 사랑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얼음장 같이 온기를 잃은 둘의 사랑에 대해 신이여, 이를 용서하고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이러한 사랑이야 말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따스한 봄이 오는 2월의 어느 날  사랑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트에세이스트 Celine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윤지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