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환 소진공 이사장 "전통시장, 가격표시제로 신뢰확보"

코로나19로 이동인구 줄어 거리 썰렁…시장 방문도 급감 ‘직격탄’
전통시장 기본은 ‘오프라인’...온라인 강점 접목으로 경쟁률높여야
전통 시장 상인 10명만 모여도 전국 어디든 ‘찾아가는 교육’ 진행
이효진 | 입력 2020-03-10 1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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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서울사무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이효진 기자]전통시장은 낡고 허름하고 후미진 곳에 있어도 '맛'을 비롯해 한 두가지는 탁월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경제발전과 신도시 등의 경제사회구조 변화 등으로 침체돼 가고 있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이사장은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전통시장 부활'의 선봉장이다. 

 

조 이사장은 “노포 등 작은 것들을 연결해 '유통 공룡'에 맞서며 가족, 공동체, 전통 등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상생의 생태계’, ‘스마트 대한민국’ 건설의 작은 밀알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위해 오늘도 분주히 다니고 있다.


10일 뉴시스에 따르면 행시 30회로 기획예산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거친 엘리트 공무원 출신의 조 이사장을 만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애환과, 전통시장 재건의 비전을 들었다. 

조 이사장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신사업 창업사관학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통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조 이사장과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로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은데,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자매결연을 맺은 대전 중리시장·충남 아산 온양온천 시장·서울 신촌 명물거리 등을 다녀왔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소상공인들의 지원 신청이 몰리는) 천안 아산 소상공인 지원센터도 방문했다. (다들 어렵지만) 건대 양꼬치 거리는 정말 썰렁했다. 찾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중리시장 상인들은 오는 10월 상당수가 입주하는 주변의 재개발 지역 아파트 얘기를 했다. 입주민들이 처음에 오기 시작하면 계속 올 것이라는 그런 부분들을 얘기했다.품질·가격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순대국밥 아주머니부터, 건어물상 아저씨까지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깊다. 상인들은 언제부터 다시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나

“프랑스 파리에서 근무할 당시 영국에서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 그때도 처음에는 분위기가 최악이었다.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고기 소비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러한 기류가 계속될 것 같았다. 광우병 공포로 소고기를 멀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딱 두 달 정도 가더라. 하지만 이후 (소비가) 되살아났다. 프랑스 사람들이 대부분 소고기를 주식으로 하지 않나”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사무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JP모건도 코로나19가 오는 20일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단도 조기 수습을 위해 긴급 지원에 나서는 등 힘을 보태고 있지 않나

 

“공단 본부에 부이사장을 반장으로 하는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또 지난달 13일부터 전국 소상공인 지원센터를 통해 금융지원도 하고 있다. 대출금리도 낮췄다. 현재 1.4%수준이다. 공단 지역센터 62개소를 신고센터로 운영하며 소상공인 애로사항, 피해현황도 상시 접수하고 있다. 마스크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지원받아 30만개를 전국 전통시장·상점가 상인회에 배포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은 주차하기 불편하고, 위생적이지 않다는 비판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 유통환경 변화는 너무 빠르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짐을 들고 이동하다 보면 곧 팔이 묵직해진다. 주차 문제도 아쉽다. 전통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이 달라지고 있(어 재건의 가능성은 높)다”

-뭐가 달라지고 있나

“우선, 가격 표시제를 적용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전국 특성화시장 100곳을 대상으로 가격 표시제 확산을 유도하고 시범시장도 지정했다. 성과가 확인됐다. 가격표시 혁신점포 60곳을 대상으로 전년 같은 기간(7~9월) 대비 매출을 비교해 봤다. 월별 카드매출 데이터를 활용했는데, 카드매출액이 평균 11.5% 가량 증가했다. 이런 데이터를 제시하며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가격표시제를 권유한다. 가격 표시제를 해야 시장도 믿을만해 보이지 않겠는가”

 

▲조봉환 이사장이 대전 중리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소진공 제공)

-전통시장은 ‘흥정하는 맛’이 아닐까

“다 옛날얘기다. 모친이 시장에 가면 물건값을 놓고 상인들과 흥정을 했다. 5000원·1만원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 헸다. 하지만 그게 벌써 까마득한 20년~30년 전 얘기다. 모친도 10여 년 전부터는 잘 안 깎더라. ‘저 사람(상인)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 요즘 자주 가는 단골매장들은 단골들과 가격 흥정을 하기보다는 대개 물건을 덤으로 더 준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해 장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지연 사태까지 속출할 지경인데, 가격표시제가 승부수가 될 수 있나

“결국은 신뢰의 문제다. 위생이나 가격 표시 문제 등은 다 전통시장을 향한 신뢰에 영향을 준다. 이게 흔들리면 다 흔들리게 된다. 가격이 들쭉날쭉하면 신뢰가 생기겠나. 전통시장의 기본은 결국 오프라인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온라인의 강점을 접목해야 한다. 사실 온라인으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전통시장 소상공인들도 이미 적지 않다. 광장시장에도 그런 곳들이 있다. 그렇기에 온라인에서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맛을 비롯한 핵심 경쟁력을 빼놓고는 다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신중부 시장 예를 들어보자. 이 시장에 가보면 정말 우리나라 건어물은 싸고 저렴한 것부터 최고급까지 다 구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고급 건어물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안 느껴진다는 것이다. 최고급이라도 최고급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고급 제품답게)포장도 좀 바꿔야 하고, 진열도 바꿔야 한다. 농협이 그렇다. 농협 김치는 하나 하나 다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호남의 농협에서 김치를 주문하면 그쪽에서는 젓갈류를 많이 집어넣는다. 전라도식 김치다. 이 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주문한다. 종갓집 김치가 다루지 못하는 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종갓집도 많은 상품을 내놨지만, (농협은) 그것을 넘어선다. 반찬류’국류 등도 다 이런 것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사무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가짓수를 늘리면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까

“한 개 점포가 모든 것을 다 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강동구 암사 시장의 착한 탕국이 탕을 무한정 늘리는 게 아니다. 한 3가지 정도를 해야 한다. 같은 시장의 또 다른 B탕국집이 이와는 맛이 다른 탕을 온라인에 올리고, 여기에 월드컵 시장의 또 다른 C탕국집이 또 다른 메뉴를 올리는 것이다. 탕국을 파는 점포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면 선택의 폭이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대형 마트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보면값은 저렴해도 가짓수가 다양하지 못하다. (따라서) 전통시장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만약 가족 등이 전통시장에서 일하겠다고 하면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

“사실 젊었을 때야 온갖 생각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전통시장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공단의 중점 추진과제는

“소상공인 예산이 2조3000억원 정도 된다. 보조금까지 합치면 3조2000억원 정도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시한 ‘스마트코리아’를 백업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 밑바닥을 충실히 다지는 작업을 할 것이다. 예산 자체는 크지 않다. 전체적으로 200억원 남짓 된다. 융자사업도 진행한다. 신사업 창업사관학교도 주요 사업이다. 지금 운영되는 창업사관학교는 기존 6개와 (지난해 이후 새로 만든) 6개를 포함해 현재 12개가 운영되고 있다. 주로 광역 시 단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작년에 400명을 선발해 창업교육을 시켰다. 올해도 440명 규모로 교육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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