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강의 땅따라 물따라] 십승지와 코로나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1-09-16 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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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한적한 시골길.

 

십승지(十勝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풍수적 길흉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확히 말하면 ‘숨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땅’을 말한다.

 

즉, 전쟁이 나도 안전하고, 흉년이 들지 않고, 전염병이 엄습하지 못하는 곳을 말한다.

 

승지(勝地)라 하면 사전적 의미로 경치 좋은 곳을 말하지만, 피난처(避難處), 요새지(要塞地), 불사지(不死地)라는 군사용어에 가깝다.


조선 중기 이후 민간에 유포된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 십승지가 언급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십승지를 언급한 예언서로 《정감록》, 《남사고비결》이며 특히 《정감록》이 민중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에서 십승지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영주 풍기, 봉화 춘양, 보은 속리산, 남원 운봉, 예천 금당실, 유구 마곡, 영월 정동, 무주 무풍, 부안 변산, 합천 가야 일대이다.


《의방유취(醫方類聚)》에 보면 중종(19년) 1524 전후에 2년에 걸쳐 평안도 황해도 일 때 전염병이 창궐해 2만 3,000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기 위해서는 사람이 십승지로 피신했다는 기록은 찾지 못했다. 

 

여러 역사사료(史料)를 검색하면 전쟁이나, 기근, 전염병이 창궐시 십승지로 피신해 살았다는 수량적 근거는 미진하다. 다만, 2015년도에 ‘조선일보 정신영’ 씨가 십승지를 탐방하면서 십승지에 거주하는 사람 일부가 임진왜란, 한국동란 때 피신해 지금까지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출발, 끝없이 창궐해 지구촌을 휩쓸었다. 전염병이 엄습하지 못한 현대판 십승지가 있을까 생각하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세계적으로 칠레의 유명한 섬인 ‘라파누이 섬’, ‘나라의 국경지대(중국 랴오닝성)’ 등은 지금까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작년 4월까지 코로나19가 없는 십승지가 울진, 논산, 옹진이라고 보도했지만, 지금까지 역병을 막는데 실패했다. 십승지가 아니어서 그럴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0일 0시를 기준 확진자가 1,857명 늘어 누적 확진자는 총 26만 9,362명으로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급증현상에 당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학자 이청일 선생은 “인간 두뇌로 개발한 1차 백신이 나오자 델타형 변이가 창궐하니 이것은 분명 신(神)의 메시지를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인간 소유욕의 형벌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첨단 의학이 발전할지라도 조물주의 능력을 넘을 수 없는 것 같다.

 

이제까지 천혜의 자연이 준 십승지의 은혜를 입었다면, 이제는 인간 의지로 역병(疫病)을 차단하는 승지(勝地)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 없는 명소 찾기, 사람 밀집지역 피하기, 한적한 길 걷기 등 적합한 곳이 코로나 시대의 승지이며, 힐링과 휴식이 겸하는 곳이면 최고의 승지다.


서울대 백도명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가 타인의 건강을 돕고 자신의 예방수칙을 실천하는 길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쓰나미(tsunami) 같은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소멸돼 한국의 승지(勝地)를 누비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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