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대형사고 후 제도보완…“탁상정책” 비판 쏟아져

연중 기획 [K-Safety 문화 운동]
7. 시내버스의 안전진단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4-22 11: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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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는 2개 이상의 시·도를 통과하는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를 말하며 2004년 7월 서울시가 버스운행체계를 간선버스, 지선버스, 순환버스, 광역버스 등으로 구분하면서 처음을 도입됐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 광역버스가 주로 운행되고 있으며,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등도 급행버스, 급행좌석버스 등의 형태로 광역버스가 도심과 주변 지역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서울시에서 운행되는 광역버스는 뒷바퀴 뒤쪽에 빨강버스를 뜻하는 영문 머리글자 R(Red)가 표시돼 있다. 경기도는 광역버스를 직행좌석버스로 규정해 운행하고 있으며 요금은 광역버스와 동일하다.


2009년 9월 중간에 정차하지 않고 수도권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급행버스인 M버스의 운행도 시작했다. 2014년 11월 경기도에서 서울로 운행하는 광역 2층버스가 시범적으로 도입됐지만 보급은 더딘 편이다.


광역버스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안전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광역버스.

 

◆‘사후약방문’ 제도보완에도 운전자 부족
광역버스가 도입된 이후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고는 2017년 7월 13일에 발생했다.

 

경기도 오산에서 서울시 사당역까지 운행하는 오산교통 소속 광역버스가 졸음운전으로 경부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버스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를 주행했으며 앞서가던 승용차를 덮쳤는데 해당 사고버스 운전자는 당일 16시간을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2017년 7월 광역버스의 교통사고는 과다한 근무시간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므로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운전자도 초과근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 과로로 힘든 상황에서도 운전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급여보전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도 내 2000여대의 광역버스(G버스)에 전방 추돌 경부, 차선 이탈 경보, 홍채인식시스템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비상자동제동장치((AEBS·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를 도입할 계획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은 1대당 60만원씩 소요되지만 2017년 7월 버스사고 이후 동년 11월까지 광역버스 2400대에 설치했다.


2014년 7월 16일부터 광역버스의 입석운행이 금지됐지만 같은해 8월 25일부로 재개됐다.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입석을 금지한 공무원들을 모아서 광역버스로 출퇴근 시켜보면 실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광역버스가 출발하는 서울 강남역을 가보면 저녁 늦게까지 100m가 넘는 줄을 쉽게 목격할 수 있으며 30~1시간 대기는 평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역버스인 경기도 급행버스는 김포시, 수원시, 성남시, 파주시, 양주시 등 5개 시에서 운행되고 있다. 신도시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에 도입됐다.


2016년 10월부터 집 앞 정류장에서 서울 도심까지 환승 없이 운행되며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형식을 채용했다. 급행버스는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형식으로 주요 거점 정류소만 정차하고 노선을 직선화해 빠른 시간 내에 서울로 진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열악한 근무환경·무리한 배차, 사고 유발
⦁사고발생 가능성 평가 광역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경기도의 도시들은 베드타운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에만 붐비고 나머지 시간에는 빈 차로 운행한다.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낮에 채우지 못한 좌석을 벌충하기 위해 입석이라도 승객 수를 늘려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고속도로를 100km 이상 속도로 운행하지만 승객이 과다하다고 입석운행을 금지할 수 없는 이유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광역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했지만 일반형 시내버스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입석을 금지한 정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광역버스는 경기도 도시에서 서울로 진입하면서 고속도로를 운행하기도 하지만, 서울 도심의 주요 지점까지 이동하면서 시내에서 사고도 유발하고 있다.


서울로 진입하는 고속도로에서 고속주행을 하다가 시내로 들어서면 주행속도가 줄어들면서 긴장이 완화되는 것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앙차로나 버스전용차로를 운행하면서 시내버스와 추돌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시내의 짧은 구간만 운행하는 시내버스에 비해 장거리 노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음이 급한 광역버스 운전자는 시내버스에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내버스보다 더 열악한 운전자 근무환경, 무리한 배차 등이 광역버스의 사고발생가능성을 높인다.


운전자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한 업체가 적은 수의 운전자로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시간표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피로에 찌든 운전자도 빨리 운행을 마치고 다음 운행시작까지 쉬는 시간을 1분 1초라도 늘리기 위해 마음이 바빠 신호를 위반하고 무리한 추월도 일삼는 편이다.


광역버스는 주행구간이 길고 장시간 운행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사고발생 가능성은 높지만 안전사고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수도권 광역버스가 경기도에서 서울시내까지 운행되고 있지만 경기도만이 주민들의 성화에 대책을 마련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다. 광역버스가 서울 시내에서 교통혼잡도 일으키고 사고도 유발하기 때문에 서울시도 안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실천해야 한다.


◆승객도 안전불감증…안전벨트 외면
⦁사고 방어능력 평가 광역버스는 노선이 길고, 서울 도심을 진입하면 정체구간이 많아 사고발생가능성이 높아 방어능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긴장하면서 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광역버스 운전자가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니 과거 마을버스 운행할 때는 ‘이번 탕만 무사히 다녀오자’고 생각했는데, 광역버스 기사로 변신해서는 ‘이번 신호 막힐 때까지만 무사하자’는 구호를 마음속으로 외친다고 한다.


초보 운전자의 경우에 사고사례를 활용한 안전교육도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필자도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이후 안전교육을 받고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 현재는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 교통안전공단에서 사고사례만 보여줬는데 운전대를 잡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몇 년간 운전을 시작하지 못했다.  

 

광역버스 운영사업자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사고 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사례도 많은 편이다. 버스 수리비를 회사가 보험으로 처리하면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는 무사고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비로 교통사고를 수습해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감이 심한 편이다.


추돌사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저속으로 충돌하는 것이 손상을 줄일 수 있는데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해 다른 차선의 차량이나 도로 주변의 시설물과 충돌, 전도 및 전복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가 업체로부터 질책이나 변상요구를 받을 것을 두려워 사고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허술한 차량관리도 광역버스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차량이 위기의 순간에 방어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재생타이어 사용, 저가부품 사용, 중고부품 사용, 무자격 정비사를 고용하는 행위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최근 광역버스의 안전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탑승해봤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은 전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하지만 여전히 안전벨트를 매라는 주의방송도 없었다.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승객들도 안전사고의 방어능력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급출발, 급제동, 급차선변경 등의 곡예운전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잠을 자는 승객이 대부분이다. 차량이 안전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광역버스의 입석금지는 말뿐인 행정 불과
⦁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 2019년 2월 25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광역버스가 지하차도 입구 벽과 충돌하는 사고로 21명이 다쳤다. 2018년 8월 19일 경기도 의왕시에서 14톤 화물차가 교통정체로 정차 중이던 7900번 광역버스 등과 4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광역버스는 탑승정원이 41명이었이지만 정원을 초과했으며 입석승차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한 것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불린다. 광역버스는 동일한 구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보다 요금이 저렴해 버스업체의 적자가 불가피하며 출·퇴근 시간에 탑승자가 몰리면서 승차의 어려움이 예고됐다.


이미 출발지에서 승객이 다 차버려서 이후 정류장 승객들은 버스가 그냥 지나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 목적지 반대 방향 정류장으로 이동승차(역류현상)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조차 나타난다.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경기도 신도시로 밀려나간 주민들은 대부분 서울에 직장이나 학교가 소재하고 있다. 주거환경의 개선이나 전원주택 생활을 즐기기 위해 자발적인 이주보다는 반강제적으로 밀려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역버스의 불편을 해소하지 않는 이유로 신도시의 교통이 개선되면 서울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기득권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역간 갈등을 넘어서 세대간 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출·퇴근이 힘들면 ‘서울로 이사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실현 불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 대중의 공분을 사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다.


광역버스 사고는 시내버스보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산손실도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신도시 세금 거둔 만큼 교통 해결해줘야
⦁안전 위험도 평가 광역버스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면 장거리 운행 노선, 입석으로 고속도로 운행, 운행환경의 급격한 변화, 운전자의 부족, 차량안전설비의 미비, 운전자의 방어능력 부족, 승객의 안전불감증 등으로 인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역버스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High : 높은 수준의 위험’으로 정부나 버스운영업체, 운전자, 승객 모두가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서울 시내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광역버스를 탑승할 기회는 많지 않다. 신도시에서 광역버스로 1일 4시간 정도씩 출퇴근한다는 지인들을 자주 만나면서 불만을 듣는 편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신도시 교통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으며, 광역교통망은 서울시나 경기도가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입석으로 승객을 채울 수밖에 없고, 낮 시간에는 빈 차로 운행해 비용이 발생하는 운행스케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시운행과 배차간격이라는 형식에 구애 받지 말고 주간운행은 최소화하고 출퇴근 시간의 배차를 늘리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광역버스의 부실운행을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어느 독자의 주장처럼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교통 관련 공무원들에게 광역버스의 교통지옥을 장기간 경험하게 하면 탁상행정은 사라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도 해본다.


국가 차원에서 광역버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의 교통정책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도 ‘적폐정부’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신도시를 만들어 세금을 챙겼으면 교통문제는 해결해줘야 ‘국민의 정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호에 계속- / 민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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