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LH…도 넘는 도덕적 해이 ‘공분’

‘국민 우스운’ 일부 직원…“아예 신도시 지정 취소해야”
원천차단법 급물살…과거 의혹 제기에 ‘뒷북’ 지적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21-03-10 11: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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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지난 9일 경남 진주 소재 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여론 공분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가 토지 및 주택 공급의 전반적 틀을 짜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 공공기관 ‘일탈’에 국민들은 허탈감을 넘어선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신도시 지정 등 국가적 주택공급의 백년지대계를 결정하는 정부의 직접적 유관기관이란 점에서 더욱 청렴하고 공정한 업무수행이 필수임에도 일부 직원들의 도 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투기 의혹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시위 중인 농민을 향해 냉소하거나 억울하면 LH로 이직하라는 등 이들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언행과 국민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문제 인식이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는 분노가 이는 이유다.

이번 의혹은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됐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로 출발한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며 최근 정치권의 이른바 ‘투기 원천차단법’ 등 입법 경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과거 무려 2년 전부터 제기된 의혹이라는 점이다. 결국 기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제기된 사안이 이제야 도마에 오른 것으로, 무능한 정치권의 뒷북 대응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 대응에도 싸늘한 상황이다.

개인정보 미제공 등 ‘뻔뻔한’ LH 직원 대응으로 여론 악화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경찰 등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가 시작됐다. 대통령의 ‘철저한 투기조사 지시’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기름 부었나?

잇단 공직자 투기 정황에 비난 봇물


여론 일각에서는 이번 3기 신도시 지정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 불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기간 무려 25번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음에도 집값은 유례없이 폭등했다는 시선은 분명 존재한다. 이로 인해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서민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최근 신도시 지정에 포함된 광명‧시흥지구는 물론 기존 굵직한 공공기관 사업지역에서 공직자들의 투기 정황이 연달아 포착된 데 따른 광범위한 국민 인식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국민들은 집값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 주택 공급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주체가 사익을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면 매우 심각한 범죄이자 국민에 대한 심각한 조롱행위”라는 글이 올라왔다.


아울러 지난 4일에도 ‘LH 주도의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 달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 하나’란 내용의 글은 게재된지 단 5일 만에 4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외에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LH 사건의 책임을 물어 해임하라’, ‘3기신도시 철회로 투기꾼 엄벌해야’ 등 비난의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LH 땅 투기’ 의혹은 각종 언론의 후속 보도로 현재 수많은 불법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신도시 발표 전 땅을 매입한 LH 직원들이 이 토지를 1,000㎡로 쪼개고, 희귀종 나무를 촘촘히 심는 등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정황부터 3기 신도시 곳곳에서 지인 명의를 이용한 차명투기 정황, 지방 직원들의 원정투기 정황 등으로 토지‧주택 유관기관의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여전히 국회에서는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게나마 이뤄지고 있음에도 공직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이같은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 중 하나 아니냐는 국민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높아진 국민 공분에도 언론을 통해 드러난 LH 직원 행태는 심각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LH의 문제 인식은 특히 심각해 보인다. LH 내부에서 직원 투기를 당연한 듯 옹호하고 되레 고발자 비난 발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회사는 이번 의혹 관련 언론 취재에 협조하지 말라는 내부지침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LH 직원으로 추정된 A씨가 쓴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란 제목의 글에서 “어차피 한두 달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물 흐르듯 지나갈 것”이라며 “(LH 직원들) 다들 생각하고 있으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신도시 부지를 매입) 해놨는데 어떻게 (투기 증거를) 찾겠는가”라면서 “(국민들이) 아무리 화낸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차명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다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 부러우면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지”라며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한다”고 비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관련 시위‧집회에 나선 농민을 향해 조롱하는 발언까지 언론에 폭로되면서 국민 공분은 더욱 커졌다. 앞서 농민 50여 명은 지난 8일 LH 직원과 가족 등이 매입한 땅의 98% 이상이 농지란 소식에 분노하며 “LH는 ‘한국농지투기공사’로 이름을 바꿔라”는 시위를 벌였다.


이를 지켜본 LH 직원 B씨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사무실에서 집회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28층이라 (층수가 높아 시위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 개꿀”이라고 적어 동료들과 공유했다.


네티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심각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농지투기공사로 이름 바꿔라외침에 안 들려

강제 수사 첫 걸음대통령 발본색원강조 

 

이런 가운데 국토부와 LH의 자체 전수조사가 시작됐으나 직원 비협조로 난관에 부딪친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LH 직원 11명이 개인정보제공 동의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앞선 시민단체 의혹 제기로 확인된 LH 투기 의혹자 13명은 모두 동의서를 냈음에도 또 다른 직원들의 정보제공 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직원 배우자나 직계가족의 동의서 제출도 지지부진해 국민 의구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직원이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때를 놓친’ 정치권 입법 대응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최근 이뤄지고 있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도용할 경우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의 3배~5배를 벌금으로 물리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업무상 알게 된 정보로 부동산 투기 시 몰수 또는 추징 ▲재산등록 의무 기관을 공기업에서 공공기관 전체 확대 ▲등록 의무직원 범위 확대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에서도 ▲LH 공공개발 사업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감시하는 준법감시관 제도 도입 ▲부당 이익의 몰수·추징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방침이다.


문제는 과거 20대 국회나 2년 전 의혹 제기에도 소모적 정쟁에 몰두할 뿐 민생과 직결된 이번 의혹에 정작 정치권 관심은 멀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대 국회 당시 LH 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결국 폐기됐다.


또한 2년 전 이미 LH 직원 및 정부 관계자들이 신도시 부지에 사전투기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제기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019년 5월 9일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3기 신도시 관련 전수조사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청원인은 당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시 창릉 신도시는 지난번 1차 발표 전 정보유출로 부동산 투기가 예상되어 지정이 취소된 곳과 겹친다”면서 “이 지역 땅을 정부 관계자나 LH 관련자들이 샀다는 이야기가 많이 돈다. 토지 거래내역 전수조사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취소된 지역이 재지정된 것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철저한 조사로 의구심을 해소해달라”며 “관련자들이 직접 (사거나) 또는 친인척에게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그로 인해 실거래로 이어졌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로 미뤄 당시 신도시 개발 현장에는 사전투기 의혹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권의 뒷북 논란과 함께 이번 3기 신도시 논란은 물론, 국가적 주택공급계획이 있을 때마다 공직자 투기가 있던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이유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 여론은 국토부‧LH를 넘어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전수조사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정부 합동조사 대상에는 LH 투기 의혹에 휘말린 3기 신도시와 직접 연관된 서울·경기·인천 도시공사가 포함됐다.


이 중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최근 10년 간 시행한 사업지구를 대상으로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토지보상 여부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대상은 마곡지구, 고덕 강일지구 등 총 14개 사업지다.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해 엄벌에 처할 계획이다.


경기도와 인천시 역시 마찬가지로 자체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자체들의 조사 범위는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충청권에서는 현재 세종시가 거론된 가운데, 대구시‧경북도 등도 자체조사를 검토 중이거나 착수했다.


앞서 정부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국세청‧금융위 등이 참여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철저한 점검을 다짐한 바 있다.


국수본은 지난 9일 경남 진주시 소재 LH 본사와 투기 의심을 받는 현직 직원 13명의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강제수사의 첫 걸음을 뗐다. 경찰은 직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토지 위치와 지목 등 개발 관련 세부 정보가 담긴 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LH 투기 의혹과 관련 “발본색원”의 각오를 주문했다.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LH 행태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향후 수사 여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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