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 결핵 제로화’ 선언했지만…노인층 폭발적 증가세

후진국형 질병 불구 감염 늘어…학계 “고령층, 아프리카 수준” 지적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19-11-08 1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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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핵 관련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도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생활 환경 등이 열악한 후진국서 주로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인 결핵이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현재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학계에서 뼈아픈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밝힌 ‘2030 결핵 제로화’ 방침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韓, 결핵 유병률 및 사망률 1위…남성 고령층 집중


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월 ‘결핵 예방관리 강화대책’을 내놓으면서 오는 2030년까지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66명 수준인 결핵 발생률을 2030년까지 퇴치 수준인 10명 미만으로 낮추겠다며, 사실상 ‘결핵 제로(0)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주장에도 최근 학계는 정반대 양상으로 진단하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만큼, 현재 노년층을 중심으로 퍼진 결핵 관리에 소홀하게 되면 10년 뒤 ‘제로’는커녕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전날 발표한 ‘한국 노인 폐결핵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 결핵 비중은 2001년 19.2%에서 지난해 45.2%로 집계됐다. 이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두 배 이상 급증한 데다 전체 연령층 환자의 절반 수준에 달한 셈이다.


65세 이상 결핵환자 신고 수도 지난 2001년 6,547명에 그쳤으나 2011년 1만1,859명으로 오르더니 지난해 1만5,282명으로 급증했다.


이날 김주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 도래를 노인층 결핵 유병률 급증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전쟁 당시 열악해진 생활환경에서 자란 이른바 ‘베이비부머’가 결핵에 노출됐고, 잠복결핵 상태로 오랜 기간 지내다가 고령화로 떨어진 면역력 탓에 결국 발병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전쟁 시기를 전후한 1950~60년대 영양결핍 및 폐허주거 환경에 수많은 국민들이 결핵균에 대량 노출됐다”며 “국민 3명 중 1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에서 암 질환자도 많아지는 등 국내 신규 결핵환자의 절반은 노인”이라면서 “잠복결핵이 2명 중 1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가 도래하면서 결핵 발병 고위험군 규모도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 면역력 떨어지는 고령층 결핵균 활성화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결핵 환자 유병률 및 사망률 모두 1위다. 신규 결핵 환자는 남성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층으로 한정한 한국의 결핵 유병률은 후진국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75~79세 결핵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92명, 80세 이상은 308명에 달해, ‘결핵 고위험 국가’ 기준 150명을 크게 뛰어넘는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75세 이상 유병률만 따지면 한국은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등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10년 뒤면 70대 이상 인구는 현재의 약 2배에 달해 ‘결핵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노인 결핵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결핵균은 평생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 나타날 가능성을 지적한다.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거나 피로감, 식욕감퇴, 체중감소, 가래,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특히 고령층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매년 결핵 정기점검을 통한 예방 노력이 권장되며, 결핵환자와 접촉이 있었던 가족 등도 균이 대기 중으로 전파되는 특성에 따라 감염 검진 등은 필수다.


앞서 정부는 지난 대책 발표 당시 노인 등 취약계층의 검진을 매년 1회 지원하고, 결핵 확진 검사비와 잠복결핵 치료비는 전액 국가와 건강보험이 부담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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