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자기(自暴自棄) 안하기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최문형 교수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9-01-02 11: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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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2018년이 저문다. 저마다 한 해의 성적표를 매긴다. 특히나 대입 수험생들은 그동안 노력한 성적표를 얻는다. 이렇듯 사람마다 경제적인 결산, 계획의 성취, 사랑의 결실, 노력의 열매 등을 거둔다.

 

지위와 소득의 상승이 있었다면 절로 입이 벌어지는 기쁜 연말이 될 것이고, 무언가 가진 것을 잃었다면 탄식하면서 불운한 이 한 해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한 해가 가는 이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챙기고 무엇에 유념해야 할까?

 

맹자는 무엇보다 마음을 챙기라고 했다. 우리는 물질이나 지위는 소중한 줄 알지만 의외로 마음에는 소홀하다. 마음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럴까? 그래서 맹자는 ‘닭과 개가 도망가면 찾지만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맹자가 생각한 ‘마음’은 바로 인(仁)이다. 인은 사람다움이다. 상대를 배려하고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모든 덕목의 시작이고 동시에 완성이다. 

 

맹자는 인을 실행하는 것은 바로 하늘이 준 굳건한 지위인 ‘천작’으로 봐, 사람이 내린 벼슬인 ‘인작’보다 귀하게 여겼다.


천작을 지닌 인간이 이러한 마음, 인을 가지고 나아가는 길이 바로 의(義)다. 떳떳함과 옳음이다. 세상만사에 있어 마땅한 이치를 말한다.


한 해를 결산하면서 벌어들인 돈과 올라간 지위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음은 인과 의에서 멀리 떠나 어딘지 모를 곳에서 방황하고 있는데 말이다.


올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도 자포자기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꿋꿋이 딛고 일어나 마음을 다잡고 자기 길을 가야 한다.


자포자기의 유래는 맹자에서 왔다. 맹자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스스로를 해치는 자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스스로를 버리는 자와는 함께 일할 수 없으니, 예의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을 자포(自暴)라 하고, 인에 거(居)하고 의를 좇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을 자기(自棄)라고 한다”
 

예의 아닌 것을 말함은 자기가 자기를 해치는 것이고. 인과 의를 버리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버리는 것이다. 기가 찰 일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소중한 자신을 해치고 버릴까?


하지만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경우에 자포와 자기를 일삼는다. 욕심에 가려서 편벽에 빠져서 방탕함에 흘러서 간사한 꼼수를 쓰다 보니 더욱 그렇다.


우리들의 양심, 타고난 마음은 무엇이 예의이고 인의인지 본능적으로 감지하지만, 무시하고 밀어내고 눌러 버리고 팽개친다. 알고 보면 그런 일들은 본래의 나, 고귀한 나에게 자행한 끔찍한 짓이다.


나의 마음은 다름 아닌 인(仁)이고 나의 길은 바로 의(義)이기 때문이다. 물질과 지위를 잃는 것보다 예의와 인의를 버리고 놓치는 것이 더 심각한 일이다. 전자는 사람이 준 것(인작)이지만 후자는 하늘이 내린 것(천작)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준 것에 연연하다 보면 그것들의 노예가 된다. 특히 재물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떳떳하지 않은 작은 이익에 눈이 멀면 자포자기가 진행되고 스스로를 버린 사람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친구도 동지도 이미 그를 떠나고 없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돈은 최고의 하인이지만 최악의 주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조금 있으면 연말정산이 돌아온다. 은행 통장도 중요하고 가계부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통장도 들여다보자.


자신이 인(仁)을 지니고 의(義)를 걷고 있는지, 아니면 자포자기(自暴自棄)하고 있는지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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