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전문가’ 이건수 교수 “함께 아파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

55년 만에 실종자 모자상봉 등 직접 5천3백여 건 해결
실종 사안 심각 불구…기관 등 예산 핑계 여전히 방치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19-11-21 11: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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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가 지난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종 관련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김영식 기자] 실종자 가족을 찾아주겠다는 일념으로 장장 16년 동안 모두 3만여 통에 달하는 손편지를 직접 썼다. 왠만한 사명감 아니고선 이런 열정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수많은 민원을 처리해야만 하는 경찰관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찰 출신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인터뷰 도중 다시 한 번 떠올린 실종자 가족의 한 맺힌 사연을 소개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명을 넘어 소명감을 느끼고 있다는 그의 진정성에 새삼 숙연해졌다.


한 해에만 무려 3만여 건 이상의 실종 사건이 접수되는 현실. ‘실종공화국’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활안전 측면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자다.


국민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잔혹하고 위험한 대형‧장기 실종사건부터 무게감은 제각각 다르지만 누구나 사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이제 더 이상 이 사안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간 3만 건 이상 실종 접수실종공화국 전락

10세대 1세대 실종가정더이상 방치 안돼”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에 약 3,700건의 실종 해결 기록을 보유한 ‘실종 전문가’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를 만나 현안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 천안 소재 대학 캠퍼스의 교수 연구실 겸 ‘이건수 CSI 탐정센터’를 지난 15일 오후 방문했다.


이 교수는 정식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 실종자 가족 사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죽’을 보면 떠오른다는 A(61‧남) 씨의 이야기다.


6세 때 헤어진 어머니를 평생 그리워하던 A씨는 이 교수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달라 부탁했고, 이 교수는 어머니 이름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다만 이혼 후 또 다른 아들을 낳았다는 풍문만을 입수했다.


어렵게 알아낸 아들 이름만을 단서로 지역에서 사람 찾기에 나선 이 교수는 당시 800~1,000명의 동명인을 하나하나 대조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동네 아이들의 봉사 지원으로 수작업을 이어가던 중 기적적으로 아들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04년 10월경 결국 A씨와 어머니는 무려 56년 만에 상봉하는 기적을 맞았고, 당시 A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줬던 죽이 평생 사무치도록 그리웠다”고 말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사연 소개 내내 진심을 담아낸 눈물을 보이던 그는 “함께 아파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면서 공감을 통한 사회적인 관심만이 실종 사건 해결의 핵심 열쇠라고 말했다.


경찰 재직 시절 등 그의 이력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실제 이 교수 특유의 ‘사람 냄새’를 맡게 된다. 그가 무려 5,000여 건이 넘는 실종 사건을 해결하게 된 계기는 일종의 소명감 같은 것이라 단언했다.


경위 시절인 지난 2002년 2월 일선 경찰서 민원실로 보직 이동한 그는 격무 수준의 업무 외에 ‘사람 찾는’ 일을 도맡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다만 무언가의 이유로 헤어져 살던 이들의 삶을 공감했고,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한다.


2년 뒤 언론의 관심과 사람들의 입소문 등이 더해졌고, 경찰에선 정보과로의 이동 권유가 있었다. 출세의 탄탄대로에 들어서는 듯 했으나 이 교수는 실종자들의 눈물을 떠올리며 며칠 내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로 고심하다 결국 부서 이동을 포기, ‘사람 찾는’ 일에 매진키로 결심한다.

 

 사명 넘어 소명감으로이웃 관심 강조 사람냄새물씬

실종아동찾기세계기록 보유장기실종사건 90% 해결

 

이후 이 교수는 2017년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에 실종아동 찾기 부문에 세계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고, 경찰 재직 시절까지 포함하면 5,300건에 달하는 사건을 해결했다. 특히 대한민국 장기 미제 등 굵직한 실종 사건들의 약 90%가 이 교수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10집 중 1집은 실종 관련 가정”이라며 “생각보다 다양한 루트로 실종자 가족이 발생하고 있다”고 담담히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이산가족을 비롯해, 60~70년대 보릿고개를 거치며 힘들어진 가정들이 해외로 입양 보낸 사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인과 베트남 여성 간 잉태된 ‘라이따이한’ 등등 무수히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가족을 찾지 못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살아있는 한 평생 가족을 포기하지 못 한다”며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그 뿌리를 알고 싶어하는 정체성 찾기 작업은 일생 내내 지속되며 스스로 결코 놓지 못 한다”고 확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공식 집계된 해외 입양 수출건수만 35만 명에 달하며, 비공식 추정치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유기된 아동들로, 시설을 통해 해외로 보내졌다.

 

실종자 가족 찾기외길을 걷고 있는 이 교수는 지난 2017년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 실종아동 찾기 세계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경찰 퇴직 후에도 자신의 연구실을 탐정센터 삼아 일관성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실종 관련 시스템은 잘 구비돼 있는 것일까? 인터뷰 중반 이 교수는 ‘실종법’ 개정을 통한 법률적 뒷받침의 시급함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이른바 ‘실종아동법’을 두고 있는데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한 ‘실종법’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현행법 상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 장애인, 치매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이 범위를 대폭 확대해 나이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규정된 세 가지 군 이외의 국민이 실종됐을 경우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이 현실적으로 전무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선 18세 이상 비장애인 실종자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또한 이 법률의 소관이 보건복지부로 규정돼 있어 실종 관련 실행을 담당하는 경찰과 괴리돼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법’은 복지부 소관”이라며 “일반적으로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역할이 극히 제한적인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예산권을 틀어쥔 복지부가 현장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경찰 측으로 법적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종은 시간과의 싸움정부, 예산 핑계로 상황 악화시켜

실종아동법실종법개정 시급보호대상 범위확대 필요

 

아울러 이 교수는 ‘실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유관기관 간 비효율적 업무 처리방식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과거 복지부 예산을 투입해 민간기관 산하에 실종전담기관을 만든 적이 있다”면서 “일단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이 민간기관에 보내고, 분석 과정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 이첩하는 3단계를 거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같은 발송 절차는 모두 우편으로 진행돼 2~3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출연한 민간기관이 중간자로 애매하게 걸쳐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떨어져 보인다. 전자분석을 거칠 경우 1~2주면 진행이 완료된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이 교수는 “결국 이 민간기관을 거쳐 실종 아동을 받은 시설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규정을 방패막이 삼아 3개월마다 아이들을 전원시켰다”며 “공공기관의 느려터진 행정과 돈에 눈이 먼 시설 측 행태로 2015년 기준 총 33건의 사건이 장기화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부작용에 정부는 2016년 중앙입양기관을 창립해 운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복지부 산하에 있다. 또한 분당차병원 중앙치매센터에서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경찰은 아직까지 현장서 채취한 실종자 유전자를 이곳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이제부터는 개정된 ‘실종법’을 경찰 소관으로 지정해야 하며 유전자 채취 시 경찰이 민간이 운영하는 실종아동 전문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국과수로 발송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해 복지부 등 유관기관에 수차례 항의했으나, 예산을 이유로 고집을 꺾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국과수의 유전자 관리방식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실종자 본인의 부모와 자녀군까지만 유전자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사건들이 빈번한 만큼 향후 형제군까지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과수 측은 관리 범위가 넓어지면 그만큼 처리해야 할 약품이 늘어난다는 예산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노력 유지하되 민간 활동 영역 주어져야

미국·영국 등 선진국 사례 등 벤치마킹 필요성

 

이 교수는 이 같은 현실을 대안 삼아 경찰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민간 영역에서의 실종사건 개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무연고 변사자 수가 3,000명에 달하고 있다.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영 등 국가에서는 외부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자료를 적극 민간에 공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간 협력이 잇따랐고 모든 사건 중 30% 이상이 해결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관(官)만의 실종사건 처리는 역부족으로 보인다”며 “서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민(民)과 관(官)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조직 구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경찰 차원에서의 실종 관련 전문성 향상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특히 실종담당경찰관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경찰 조직 내에서 전문가를 우대해 승진시키는 등 인사상 유인 정책을 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초보자라 하더라도 전문가 수준으로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 입력부터 처리과정 전반의 업무시스템을 프로세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실종자 찾기 관련 함께 아파한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선 약 5,600명의 실종자들이 여전히 자신의 가족‧친지‧친구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사라진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지의 사실은 사안의 무게감을 더한다.


더 이상 실종 문제 해결을 그 어떤 이유로도 늦춰선 안 된다는 이 교수의 말이 설득력을 높이는 이유다.


이 교수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건수 CSI 탐정센터’ 운영을 통해 실종자 가족 찾기 활동을 여전히 이어나가고 있다. 드론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서 드론범죄수사론 강의를 개설,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훗날 공직에 나가게 될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며 교육한다는 ‘사명감’.


인터뷰 말미 이 같은 사명감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아파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며 진정성을 담아낸 이 교수의 환한 웃음은 우리 누구나 원하는 ‘안전한’ 대한민국 사회 조성이라는 시대적인 과제에 더욱 큰 울림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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