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탐낸 땅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최문형 교수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0-02-06 12: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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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땅은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과거의 시간 속에 현재를 지니고 산다.

땅에는 거쳐간 사람들과 사연들이 숨쉰다. 

하늘(우주)이 갖는 힘이 절대적인 듯 보이지만 땅도 하늘에다가 자신의 신호를 쏘아 올린다. 

땅이 뜨거워져 더위가 계속되면 비가 내리고 한동안 비가 내려 땅의 갈증이 해소되면 하늘은 개인다. 

그래서 과거에는 ‘천인감응설’ 이란 것도 있었다. 

하늘과 인간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다는 믿음이다. 사람들의 행복하고 즐거운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면 하늘 또한 교감해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한편, 사람들이 사는 땅에서 힘들고 원망스러운 일들이 생기면 하늘의 자연적 운행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늘의 변화에 따라 인간과 땅이 영향을 받는 일이다. 

하늘의 운행과 기후가 제각각이니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한대지역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사계절이 뚜렷한 땅에 사는 사람들이 인생을 보는 관점과 각자의 성격 등이 달라진다고 한다. 

하늘과 인간과 땅이 어우러져서 살아온 것이 바로 땅에 각인된 역사이다. 

땅은 자신 만의 온도와 습도와 기운을 지닌다.

이 땅에서 오랜 기간 살아 온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이민하면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신토불이’ 란 말을 떠올리면 된다. 

지구의 정중앙에 자리 잡은 우리 땅은 긴 역사 만큼이나 후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 

대륙으로 나아가던 옛조선(고조선) 및 고구려와 고려의 이야기, 외세에 밟힌 땅을 지키기 위해 흘려야했던 피의 이야기, 현대 한국의 눈부신 발전의 이야기 등이다.
 
우리 땅 속에서 숨쉬는, 면면이 정기를 이어가는 이 땅을 사랑한 조상들의 숨결도 놓칠 수 없다. 

그런데 이 땅은 세계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유교의 창시자 공자가 그리도 탐내었던 바로 그 땅이다. 

<논어>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공자께서 구이(九夷)에서 살려고 하시니, 누군가가 말하기를 ‘그 곳은 누추하니, 어떻게 하시렵니까?’ 하였다. 공자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군자(君子)가 사는데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여기서 구이(九夷)란 당시 중국의 동쪽에 있던 아홉 종족을 뜻한다. 

공자의 이 말에 대한 후대의 해석은 이렇다.

군자란 공자 자신을 뜻하니 군자인 공자가 구이에 가서 살면 교화돼 누추함이 없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자는 논어에서 자신을 군자로 자처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구절은 “군자들이 사는 나라이니 누추할 것이 무엇인가?” 로 보아야 타당하다.

논어의 다른 대목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도(道)가 행해지지 않으니, 나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려 한다’ 하셨다” 이는 공자가 자신의 시대와 사회상황에 퍽이나 실망한 발언이다. 

백성을 아끼는 이상정치를 간절히 원했던 공자였지만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평생 동안 많은 나라를 유랑했던 공자는 결국에는 모국에 돌아와 제자들을 기르며 중국 최초의 아카데미[私學] 원장으로 지낸다. 

도(道)가 행해지는 세상을 그리도 바라고 원했던 공자였지만 중국 대륙은 그에게 실망만 남겨 주었다. 

그래서 공자는 ‘이민’을 꿈꾸었다.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면 닿는 곳은 구이(九夷)의 땅이다. 

이 땅은 공자가 이상시했던 바로 그 곳이다. 

중국 역사서인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는 구이(九夷)를 동이(東夷)로 보았다.

동이(東夷)는 천성이 유순해 다른 세 지역(남만・북적・서융)과 다르기 때문에, 공자가 바다에 뗏목을 띄워 구이(九夷)에 가서 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동이’의 ‘동(東)’ 은 동녘을 뜻한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고 따뜻한 기운으로 나무를 비롯한 생명체를 살리는 봄을 의미한다. 

‘이(夷)’는 나무뿌리 같아서 천지만물을 길러낸다.

그러므로 이 땅에 사는 이들을 동이라고 칭한 것은 이 곳 사람들이 자연스럽고 평안한 성품을 가지고 있어서 무엇이든 살려 주고 키워 내는 저력을 지녔음을 말한다. 

이상과 같은 기록들을 보면 유학의 시조 공자가 우리가 사는 땅을 얼마나 동경했는지 알 수 있다. 

공자는 비록 자신이 뗏목을 탄 보트 피플이 되더라도 착하고 생명력 있는 이들이 사는 이 땅에 와서 안주하고 싶어 했다. 공자가 동경했던 땅이 바로 이 땅이다. 

경자년에 들면서 나라 안팎이 흉흉하다. 

특히 대륙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의 공포가 이 땅에도 몰려들었다. 

중국과 가장 밀접하게 지내는 우리 땅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환자 발생과 방역과 치료 과정을 보면 이 땅 사람들은 잘 대응하고 이겨내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전면 차단하지 않는 조치로 불안감은 남아 있지만 말이다. 

동이로 불린 우리는 놀라운 지혜와 명철함으로 이제껏 갖가지 위기와 고난을 잘 견디고 이겨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해 뜨는 동쪽 나라의 따사로움과 생명의 기운으로 공자가 부러워한 이 땅 사람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평안히 지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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