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을 맞으며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온라인뉴스팀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1-01-04 12: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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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

‘흰 소’의 해인 신축(辛丑)년이 왔다. 축(丑)은 소다.

 

소는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다. 

 

중국문화에서 암소는 두 개로 갈라진 발톱으로 음(陰)을 상징하며 양(陽)을 상징하는 것은 하늘의 원리를 보여주는 말[馬]이다. 

 

이집트의 암소는 태모인 하토르(Hathor)를 상징한다. 태양신 라의 딸이며 권능의 뿔을 지닌 위대한 어머니 여신이다. 

호루스 신화의 하토르는 세트의 간계로 장님이 된 호루스의 눈에 신성한 우유를 뿌려 치료해준다. 호루스는 세트와의 싸움에서 승리해 신들의 왕이 되고 하토르는 호루스의 부인이 된다. 

 

하토르는 암소 머리를 한 여성으로 묘사되며, 다산·풍요·행복 등을 상징하는 길신이다. 

 

이집트신화의 하토르·이시스·누트 여신은 모두 암소의 모습이나 뿔을 가졌다. 


소가 가장 성스럽게 추앙된 곳은 힌두교의 땅이다. 소는 만물을 포괄하는 아디티야 여신이며 동시에 땅의 신인 프리티비이다. 

 

다산과 풍요와 대지의 상징인 암소는 하늘의 암소와 짝이 된다. 난디니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로서, 우유와 불로불사의 약을 제공한다. 

 

세계적으로 암소는 태모(太母) 즉 양육자로서 달의 여신이며 대지의 생산력을 상징하고 풍요와 모성을 의미한다. 


신(辛)은 금(金)을 뜻한다. 천간으로 볼 때 금(金)에는 경(庚)도 해당이 되는데, 특별히 신(辛)은 하늘과 닿아 있고 제련을 마쳐 완성된 다이아몬드와 같은 금이다. 금은 색으로는 흰색이다. 

 

흰 옷을 즐겼던 우리 민족과 맞아 떨어지는 글자다. 모든 색을 다 합하면 검정이 되지만 빛들이 다 모이면 흰 빛이 된다. 


빛을 컬러로 표현할 순 없지만 태양빛을 스펙트럼에 통과시키면 일곱 빛깔의 무지개로 대표되는 컬러들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흰색 아니 흰빛은 한국인이 지닌, 모든 것을 포용해 승화하는 광명의 상징이다. 

이러한 포용과 승화의 힘이 대한민국을 종교와 사상과 정신문화의 나라로 키워왔다. 


신축은 ‘흰 소’가 된다. 한국에는 ‘소의 화가’로 명명되는 이중섭 화백이 있다. 

 

그의 대표작 ‘흰 소’(1954)는 한국전 이후 황폐한 시기의 시대정신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흰색은 백의민족, 골격과 근육이 강조된 소의 피폐한 모습은 민족의 고통이다. 

 

‘흰 소’는 화가의 자화상이자 한국인의 삶을 상징한다. 가족과 떨어져 가난과 맞서야 했던 고독한 천재의 몸부림이고, 일제 강점기를 거쳐 전쟁을 겪어야 했던 유순하고 선한 민족의 아픔이다. 


하지만 이 그림 속 소는 기개와 힘이 넘친다. 금방이라도 꼬리를 흔들어 용틀임을 하며 그림 밖으로 나올 것 같다.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품어 나오는 하얀 입김이 느껴질 듯 하다. 그의 흰 소에는 면면히 이어온 ‘동이(東夷)’의 품격 있는 민족성이 배어 있다. 강한 힘과 호연한 기개를 지녔음에도 온순과 겸양의 미덕을 잃지 않은 전통이다. 

지독히도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했던 화백은 끝내 그들을 만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마음들은 우리를 흥기한다. 

오산학교 출신인 이중섭은 단순히 말라빠진 소를 그린 게 아니었다. 가장 암울하고 가장 힘들었던 시절, 선한 눈망울과 꿋꿋한 근육으로 다시금 일어서는 흰 소, 21세기 최고의 국가로 발돋음 하는 민족의 모습을 내다본 것이다. 

이중섭의 흰 소같은 신축년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투덜대고 원망하고 불평할 겨를이 어디 있는가!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고 흰 빛처럼 다사롭게, 소처럼 착하고 묵묵하고 성실하게, 풍요와 행복을 누리며 그렇게 살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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