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애경 前 경영진 무죄 판결…깊어진 사법부 불신

법원, ‘가습기살균제 참사’ 판결에 정치권‧피해자단체 반발
“동물실험 아닌 사람이 증거…납득할 수 없는 기만적 판결”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21-01-13 13: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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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심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습기넷은 13일 성명에서 이번 법원 판결에 강력 반발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들의 전직 경영진 전원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2일 1심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등 경영진 13명 전원에 무죄 판결을 내린 가운데 정치권‧피해자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가해자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가습기넷은 13일 성명을 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기만적 판결”이라며 “피해자가 있지만 가해자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은 앞서 인체 유해성이 명백히 입증된 옥시싹싹에 포함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는 달리 가습기메이트의 주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위해성을 입증할 연구 결과가 현재로선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판단 근거는 질병관리청‧한국환경산업기술원‧환경부 등 유관기관이 수행한 ‘동물’ 흡입독성 시험 결과다. CMIT·MIT가 비강 등 호흡기 염증은 유발할 수 있으나 폐질환‧천식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결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인지 의문이 남은 가운데 이들 피해자 역시 그동안 기업 측에서 주장해온 동물실험 결과를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점에 강력 반발했다. ‘사람’인 자신들이 겪고 있는 신체적 고통이 그 증거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가습기넷은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가해기업 궤변에도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 온갖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 피해를 의학적으로 검증하면 끝날 사안”이라며 “도대체 왜 동물실험으로 검증됐는지를 따지는 어처구니없는 1심 재판부의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보건의료계‧독성학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에 대한 노출피해가 우선이고 동물실험은 보조적이며 2차적’이라고 말한다”면서 “더구나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이미 제품에 노출된 피해자가 있으니 피해는 분명하고, 동물실험은 어떤 기전으로 제품이 건강피해를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는 ‘동물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비상식적 판결을 하고 말았다”며 “결국 1심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특성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습기넷은 참사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도 또 한 번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만들어져선 안 될 제품이 세계에서 처음 유일하게 만들어져 불특정 다수 소비자가 써서 일어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참사”라며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처음 진행된 엉터리 독성조사 결과마저도 은폐하는 등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번 법원 판단에 ‘유감’을 표했다. 

먼저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함에도 경영 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법원 무죄 판단의 근거는 가습기메이트 제조에 사용한 살균제 성분이 폐 질환, 천식 발생 등 인과관계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증거다. 이처럼 명확한 증거가 또 어디 있나”라고 되물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이번 재판부 판단을 직격했다. 강 의원은 “실제 피해사례가 많이 있음에도 이런 판결이 나온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에게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말 기준 SK케미칼‧애경산업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 신고자는 모두 835명으로, 이마트‧애경이 함께 판 제품까지 합치면 1,077명에 달한다. 작년 7월 검찰수사 결과 관련 피해자는 97명으로 파악됐으며 이 중 12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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