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료인력 부족 해소, 환자안전 확보의 첫 걸음

권역외상센터 등 응급 인력 부족 ‘장기화’…의료사고 우려 증폭
응급실 폭력 등 ‘전공의‧간호사 근무여건 불안’…대책 서둘러야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19-09-23 14: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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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장기간 우리 사회의 난제로 남은 상태다. 이 같은 인력난 해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안전 확보의 장기적인 첫 걸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 추석 연휴기간,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전국 귀성객들의 들뜬 분위기와는 반대로 70대 여성 A씨는 지병으로 인천시 서구의 한 일반병원에 입원 치료 중 갑작스런 당뇨 합병증에 따른 발작증세로 응급상황에 처했다.


이에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한 상급병원으로 긴급 후송된데 이어 경기 고양시의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으로 잇달아 이송됐으나, 병원에서 지역간 구급차 이용 문제와 의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한 진료거부에 속수무책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의료시설 이용에 대한 불편과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했다. A씨 가족은 본지에 “환자 응급 상태보다 병원 입장만 강조하는 무책임한 병원 행태에 화가 치민다”고 분노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약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골든타임’으로 지칭되는 환자가 반드시 치료받아야 할 시점,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으로 소중한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후진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환자안전 등 인간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최근인 지난 7월 이 같은 문제로 부산지역 한 환자가 병원을 떠돌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던졌다.


부산 영도 소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70대 여성 B씨가 상태가 급변, 상급병원 이송이 시급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이송 의뢰에 인근 6곳 대학병원 모두 환자 수용을 거절했다. 의료 인력‧시설부족 등이 이유였다.


결국 B씨는 부산을 넘어 울산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환자사망 사고는 이른바 ‘의료안전’ 사안의 구조적 부실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 문제해결의 단초로 의료 인력난 해소가 지목되고 있다.


이국종 교수로 대표되는 권역별 외상센터 등 응급인력부터 전공의‧간호사 인력난 등 문제 제기는 되풀이되고 있으나, 이해관계자의 엇갈린 주장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응급실 등 긴급 환자 및 일반 진료 환자에 대한 병원 및 의료 인력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 편집자 주 

 

대형병원, ‘환자 쏠림심화일일 외래 1만명

인력부족 현상 가중 속 정부 대책 관심

 

최근 정부는 경증환자임에도 대형병원만을 고집해 찾으면서 상대적으로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크게 증가, 병원 인력난을 가중케 함에 따라 최근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이 같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에 대한 방지책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내놓았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할 경우 수가구조를 불리하게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병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수도권 빅5 병원’에는 일일 외래환자만 1만여명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인력부족 사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월 보건의료계 전반적 문제가 ‘의사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만성적인 ‘전공의 부족’ 문제는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국종(사진 중간) 교수로 대표되는 응급센터 등 응급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오랜 기간 논의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시행된 이른바 ‘전공의법’은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과 권익향상이란 당초 취지에도 최근 한 대학병원 전공의가 하루 16시간, 주당 110시간 넘는 격무에 시달리다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당 최대 80시간 근무를 규정한 법이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병원 현장에선 전공의 수련과정에 있는 의사들이 하루 평균 50~60명에 달하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아우성이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빅5’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전공의 부족 현상이 진행 되고 있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이들을 대체해 업무와 무관한 인력들이 의료행위를 불법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제약사 영업 직원이나 간호학원 학생이 수술실에 투입되는 등 이른바 ‘대리수술’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줬다. 부족한 전공의 인력 탓에서 파생한 병원의 무리한 행태가 환자 생명까지 좌지우지하게 된 셈이다.

 

하루 16시간 일하다 숨진 전공의관련법 있으나마나

응급의료인 과로 문제 여전현재 인력도 빠져나갈 판

 

전국 권역별 외상센터 등 응급의료인 부족 문제 역시 오래된 보건의료계 핵심 사안 중 하나다. 이국종 아주대 권역센터장의 오랜 지적과 함께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고 윤한덕 센터장 과로사로 다시 한 번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전국 40곳에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의료기관의 응급의료센터 과밀화 문제는 여전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한 결과, 중증응급환자가 수술실·병실로 이동하지 못하고 응급실에 방치된 시간은 최소 10시간을 초과한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16.5시간이 소요됐으며, 분당서울대병원 14.2시간, 전북대병원 17시간, 부산백병원 18.5시간으로 나타났다. 서울보훈병원의 경우 37.3시간에 달했다.


일일 최대 200명에 달하는 환자 진료를 보고 있다는 C권역 외상센터 전문의 D씨는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응급의학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원은커녕 매일 빠져나가는 인력으로 인해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도서(島嶼)벽지(僻地)를 중심으로 한 응급의료지정병원들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응급기관을 자진반납하는 사례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인천 강화 지역의 한 병원이 의료인력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며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지역 응급의료기관은 전담 의사 2명과 전담 간호사 5명을 유지해야 한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생전 “응급의료 문제가 나아질지 생각하면 참담하다”며 “시설과 장비, 인력 말고 병원별 역량에 맞는 별도 권역센터 기준이 필요하다. 내가 병원장이라도 의사 1명이 응급실 밤샘 진료로 환자 2명을 보는 것보다 외래 환자 200명을 진료하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법’ 준수 관련 병원들의 노력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전체 42곳 가운데 무려 32곳(76.2%)이 전공의 수련 규칙을 무시했다.


법 위반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사용자인 병원 측의 500만 원 수준의 과태료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불러모은다.

 

최근 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화 추진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간호사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 역시 인력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올 만큼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2019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간호인력은 인구 1,000명 당 6.9명으로, OECD 평균 9.0명 대비 2.1명 적었다. 반면, 2017년 병원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12.3개로, 평균(4.7개)에 비해 3배가량 많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날로 넘쳐나는 환자 수에 비해 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계 자료인 셈이다. 이 같은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높은 업무강도에 따른 이직’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의견이 많다.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전국 36개 병원의 지난해 간호사 이직률을 조사한 결과, 2018년 한해에만 전체 간호사 1만6,296명 중 총 2,535명(15.55%)이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호사를 제외한 병원직원 이직률 6.67%의 2.33배에 달하는 수치다.


높은 간호사 이직률은 ‘살인적 노동시간’과 ‘교대근무제’, 두 가지 요인으로 크게 압축된다.


우리나라 간호사 1명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경우 평균 16.3명을, 병원은 43.6명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반면 미국 5.7명, 핀란드 5.5명, 스웨덴 5.4명, 노르웨이 3.7명 등과 비교하면 적게는 3배, 많게는 11배나 많은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셈이다.


앞서 연세의료원노조가 밝힌 간호사 평균 업무시간은 ‘3교대 간호사’의 경우 일일 120분 초과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료노조연맹에 따르면 간호사 66%가 교대근무, 특히 대다수가 ‘야간근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간호조무사 투입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며 논란이 확산 중인 상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단체화 움직임에 따른 찬반 논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간호사, 조무사로 대체 가능?논란 확대

왜곡된 조직문화에 인력난까지 가중 이중고

 

전반적인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인건비가 낮고, 간호사와 업무가 중복되는 간호조무사를 활용해 해결하자는 의견에 설득력이 더해진 가운데, 간호사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간호사 권익을 대변하는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들의 법정 의료인 승격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으로 간호사와 의사·치과의사, 한의사·조산사 등 5개 직종만을 인정하고 있다.


간호조무사 입장은 다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인력부족과 초과근무 사안은 의료인 승격과 관련이 없으며, 보건의료인 법정단체 규정을 준용해 이미 중앙회 인정을 받은 안마사·침구사 등과 같이 중앙회 인정을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간호사 단체 등은 간호조무사가 법정단체로 승격되면 이들 조무사가 자연스레 의료인으로 승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결국 간호사-간호조무사 간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할 경우 의료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과 각 직종마다 고유 권리를 보장하는 단체가 존재하듯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역시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전공의나 간호사들의 인력부족 문제 등 근무여건 악화는 자연스레 기형적 집단문화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대학병원 내 전공의 폭행 사건이나 간호사들의 전형적 ‘태움’ 문화 등을 통해 왜곡된 의료인만의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가뜩이나 ‘폭탄급’ 업무량에 후진적·퇴행적 집단문화까지 고스란히 감당해내야 하는 이들의 근무여건 불안은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이 달린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로, 획기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료 전문인 부족 문제는 오랜 기간 되풀이돼온 보건의료계가 반드시 풀어내야할 숙원”이라며 “적절한 인재를 적소에 배치 가능한 인력부족 문제가 해소되는 것만으로도 병원 내 불안감은 한층 줄어들 것이며, 이를 통한 대환자 서비스 개선도 비로소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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