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공론정치서 협치‧민족화합의 지혜를 구하다 헌정회 ‘제2회 조선조 公論정치와 大同정신’ 세미나

헌정회원과 4·19 혁명회원‧마한역사문화연구회원 등 참가
공론정치 가문 후예들도 자리해 ‘역사적인 화해의 장’ 실감
황종택 기자 | resembletree@naver.com | 입력 2021-11-15 14: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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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조선조 공론(公論)정치와 대동(大同)정신을 주제로

1112일 전남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 내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공연장에서 개최된 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황종택 대기자] 21세기 초엽 오늘의 대한민국은 ‘기적의 역사’ 그 자체다. 일제 식민 지배의 참혹함과 분단, 동족상잔이 초래한 폐허 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립된 신생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유일한 국가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외세에 의해 허리 잘린 분단 한반도의 남북은 6.25 전쟁 정전 이후 70년 가까이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평화통일이 되는 날이 ‘제2의 광복’, 곧 진정한 광복일 것이다. 통일한국을 위해선 대전제가 있다. 민족역량을 모아야 한다. 작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보수와 진보 세력 간 극심한 갈등은 남북 분단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게 적잖다. 남남 갈등은 국운융성의 역진(逆進)일 뿐이라는 우려가 크다.

▲류인학 위원장의 세거지인 영암군 신북면 모산리에 건립된

아천(我泉)미술관에서 12일 저녁 세미나 참가자들이 화합의 

시간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정치인들의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 협치(協治)다. 국내 정치 안정은 나라 안팎의 어려움을 여는 활로가 되기에 그렇다.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 경제와 안보, 냉혹한 국제질서 등 우리가 헤쳐가야 할 과제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상생의 정치 모델을 정립해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갈 지향점을 찾기 위한 뜻깊은 행사가 마련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헌정회‧(재)한국학호남진흥원‧(사)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협찬, 전남 영암군‧제일건설(주)·버들농장 등이 후원한 ‘제2회 조선조 공론(公論)정치와 대동(大同)정신’을 주제로 탕평책과 국민화합 방안을 모색한 세미나 및 역사 유적지 탐방이 11월12~13일 전남 영암군과 나주시·장성군, 전북 정읍시 등지에서 진행됐다. 역사에서 민족이 나아갈 내일의 길을 찾고자 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의

확연루. 우람 송시열의 글씨다. 

12일 금요일 아침 7시30분경 서울 여의도 국회 내 헌정회관 앞에는 헌정회 회원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기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준비된 버스에 올랐다. 연세 지긋한 헌정회원들이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의 산증인이요 주역들이자, 의정활동 현장에서 많은 경험과 경륜을 쌓아온 분들이기에 모두 현역의원 못지않은 당당한 풍모를 보였다. 여기에 4·19 혁명회 회원과 마한역사문화연구회, 거석문화협회 회원 등이 동승했다.

헌정회관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을 출발한 2대의 버스는 만산홍엽의 계절, 늦가을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를 달려 나주읍성 목사관 앞에 도착했다. 토종 한우의 진한 국물이 주는 감칠 맛 나는 나주곰탕으로 중식을 한 참가자들은 오후 2시경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 내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공연장에서 개최된 세미나에 참석했다.

▲필암서원에서 류인학 위원장과 유두석 장성군수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행사장에는 한양 조씨, 경북 안동에서 온 문화 류씨와 안동 김씨, 전주 이씨, 파평 윤씨 등 공론정치 가문의 후예들이 자리를 함께 해 ‘역사적 화해의 장’임을 실감케 했다.

세미나는 총 3부로 진행됐다. 유수택 전 광주부시장의 사회로 시작된 1부는 국민의례에 아어 김일윤 헌정회 회장의 개회사, 천득엽 한국학호남진흥원장과 전동평 영암군수의 축사, 류인학 헌정회 공약추진위원장·마한역사문화연구회장의 환영사로 이어졌다.

김일윤 헌정회장 공론과 대동탕평정신 오늘에 되새길 때

전남 영암 기찬랜드공연장 세미나국립나주박물관 관람

장성 필암서원정읍 무성서원서 경세애민 선비정신에 젖어

 

김일윤 헌정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 대회는 조선시대의 공론정치와 대동정신에 관한 연구를 통해 지난 역사를 바로 이해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근원을 찾으며 발전을 도모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며 “사색당파의 투쟁이 500년 조선조 패망의 원인이었지만, 그 분쟁 역사에는 유학의 민본주의를 근본으로 한 공론과 대동, 탕평과 화합의 정치사상이 있었기에 조선왕조가 500년을 이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큰 공감을 자아냈다.

▲전북 정읍시 칠보면에 있는

무성서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문. 

김 회장은 이어 “지금은 우리 민족의 정치사상에 대해 법고창신을 할 때”라고 환기시킨 뒤 ”오랜 역사 속에 있는 귀한 사상을 재발견해 우리가 처해 있는 난국을 극복하고 공영의 길로 갈 수 있는 해법이 이번 세미나에서 증명될 줄 믿는다“고 대회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천득엽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은 축사에서 “세계 경제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정신세계의 혼돈을 겪고 있는 바 자살률, 이혼율, 출산율, 빈부격차, 국민 간 갈등 등의 지표가 잘 말해주고 있다”며 “이럴 때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게 되는데 이는 바로 오늘 주제로 논의하는 조선조 선비들에게서 배움을 찾아야 한다”고 대회 의미를 부여했다.

김을동 헌정회 역사문제연구회 회장은 축사에서 “나라 발전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게 지도자의 자리”라며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생각해 우리의 미래를 여는 오늘 대회가 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박해현 선생의 사회로 진행된 2부엔 주제 발표가 있었다. 먼저 영암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류인학 헌정회 공약추진위원장·마한역사문화연구회장이 환영사 겸 ‘조선조 공론정치와 대동화합의 연구 과제’ 제하 발제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라는 역대급 대환란에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국민적 갈등과 분열이 극심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국가 중 갈등지수가 터키 다음으로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진단한 뒤 “오늘 우리 국가 사회의 근원인 조선조 국가운영의 질서와 전통을 제대로 평가 학습해 내일의 건전한 민주화와 산업화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무성서원 문화해설사가 헌정회 김종학 부회장과

류인학 위우원장 등에게무성서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조선조 국가운영 특징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국왕과 신하의 모임인조정이 논의 협치한 자랑스러운 국가질서였다. 조선조 초기 왕권과 신권의 협치에 왕권 강화를 위한 정변이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공론정치의 한계 내에서였다
둘째. 조선조는 격렬한 붕당정치나 파당정치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왕권과 신권이 융화합된 상대적으로 안정된 민본주의가 바탕이 됐다. 셋째, 과열된 당쟁 등 파당과 정치집단의 진영투쟁으로 세도정치의 폐해가 있었으나, 아시아에선 모범적으로 국왕과 산하집단 간 견제와 갈등 속에 국정이 운영됐다.

김충환 헌정회 사무총장은 ‘조선조 공론정치와 대동화합 정신’ 발제에서 ‘정치는 바른 것(政者正也)’이라고 공자가 말했음을 소개하며 “정치는 공론을 통해 바르게 해야 하고 밀실에서 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조선사대 붕당들이 전개하고 싸웠던 쟁점들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면이 매우 많았다며 “신권을 강화했던 조선경국전의 정신을 반영해 선비들이 국왕의 행태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해 시비 논쟁을 통해 정권을 쟁취한 것은 무력을 사용해 권력을 쟁취했던 외국에 비해 선진화된 정치 일면이라고 말해 주목됐다.

이종범 조선대 명예교수는 ‘조선사회 공론정치와 약재 류상운(約齋 柳尙運)’ 제하 발제를 했다. 류상운(1636년~1707년)은 조선 후기 소론의 문신으로 숙종 때 영의정을 지냈다. 청백리로 숭앙되고 있다. 이 교수는 “오늘의 정치인들이 약재 같은 선비정신으로 사람을 섬기고(事人), 화이부동(和而不同) 구동존이(求同存異)하면 대동을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약재 류상운, 당벌(黨伐)과 거리두기’ 제하 발제에서 “류상운, 남구만, 신익상은 당벌과 거리두기를 위해 한양의 조정에서 벗어나 여생을 맑게 보냈지만 노론 4대신들은 당벌과 거리두기를 못해 신임옥사에 목숨을 잃었다”며 오늘에 교훈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창록 퇴계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약재 류상운의 행적과 저술, 그리고 몇 가지 논제들’ 제하 발제에서 “평안도 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수레를 많이 제작해 짐을 옮기게 하니 백성들의 노고를 덜게 하고 평양성 방어를 튼튼하게 하는 선정을 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세호 원광대 한문번역연구소 연구교수는 ‘조선조 공론정치와 만암 류봉휘의 정치활동’ 제하의 발제를 했다. 만암은 류상운의 아들로서 경종 때 왕세제인 연잉군의 대리청정에 반대해 영조 즉위 후 유배됐다가 적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 교수는 만암은 관리의 청렴, 세금 감면 등 백성을 위한 정치를 했지만 노론과의 격렬한 당쟁에 휘말려 몰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정치가 강경파만으론 안 된다는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3부 토론으로 세미나는 매듭됐다.


세미나 후 류인학 위원장의 세거지인 영암군 신북면 모산리에 건립된 아천(我泉)미술관에서화합의 시간을 갖고 인근 숙소에서 투숙했다.

이툳날 13일엔 국립나주박물관에서 마한문화를 견학했다. 오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筆巖書院)을 방문, 호남 지방의 유종(儒宗)으로 추앙받는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선생과 그의 제자이자 사위인 고암 양자징(鼓巖 梁子徵) 선생의 올곧은 선비정신에 젖었다. 유두석 장성군수도 함께 한 자리에서 필암서원 목정 김성수 도유사의 세심한 안내가 있었다. 

이어 전북 정읍시 칠보면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무성서원(武城書院)에 들러 배향된 최치원(崔致遠)·정극인(丁克仁)·신잠(申潛)·송세림(宋世琳)·정언충(鄭彦忠)·김약묵(金若默)·김관(金灌) 선비의 경세애민 정신을 가슴에 담고 토요일 저녁 귀경길에 올랐다.

이번 행사는 조선조 517년, 일제 36년, 대한민국 73년 만에 처음 갖는 국민화합의 장이라는측면에서 뜻깊은 기회였다. 조선조 공론정치에서 협치와 민족화합의 지혜를 구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국정 경륜을 갖춘 헌정회 회원과 공론정치 가문의 후예 및 학자들이 함께 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들이 조국의 앞날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머잖아 자유민주적 남북통일과 선진일류문화국가로의 탐스런 결실이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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