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논리에 안전 뒷전…철도사고 예정된 수순?

연중 기획 [K-Safety 문화 운동]
3. 철도의 안전 진단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2-26 14:22:07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2000년 전 중국에서 직조된 비단은 말과 낙타에 실려 텐산산맥, 파미르고원, 중동 사막, 지중해를 거쳐 로마에 도착해 무게로 환산하면 금보다 비싼 가격에 팔렸다.  

 

목숨을 건 비단장사에 모험심이 강한 중동 상인들이 개입하면서 비단무역은 동서교역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로마의 귀족들은 가볍고 투명한 비단에 매혹돼 황금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중국 정부는 고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던 실크로드(silk road) 즉 비단길을 재현해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목표로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이 철도다. 이미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북부노선은 완성했고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남부노선은 공사 중이다.  

 

항공여행이 저렴해지면서 철도의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이 제기됐었지만 시속 수백km로 주행하는 초고속열차(KTX)가 개발되면서 철도의 새로운 면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도 초고속열차가 투입되면서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항공노선 대부분이 타격을 받고 있다.  

 

21세기에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철도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K-안전진단 모델을 적용한 철도 안전평가.

 

 

▶사고 빈발 적절한 대비책 마련 못해


철도교통사고와 철도안전사고로 구분되는 철도사고는 철도차량이 운행 중 발생한 탈선, 추락, 전복, 충돌, 화재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철도사고는 사고의 내용과 경중에 따라 1·2종·3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종은 차체 내부의 경미한 사고를 말하며, 3종은 차량이나 시설물의 고장 등으로 인해 열차운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를 지칭한다. 

 

철도안전법에 따라 철도안전은 국가적 측면, 철도 운영 및 차량 측면, 철도시설관리 측면 등으로 구분된다. 국가는 잠재적 철도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철도안전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내 철도를 독점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Korail)은 철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차량정비, 시설점검, 안전운행 등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레일 자료에 따르면 일반 철도사고는 1996년 1100여 건에 달했지만 2010년 기준 166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철도사고는 열차, 건널목, 사상사고 등을 모두 포함한다. 2004년 이후 운행을 시작한 고속철도사고는 건수로 보면 아직 미미한 편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철도의 사고 원인을 분석해 보면 선로, 차량, 운전 취급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적 오류, 부품 수선불량, 차량 결함, 현장 작업자의 안전 확인 의무 불이행 등 순이다. 

 

승객안전을 해치는 사고뿐만 아니라 철도 종사자가 운행이나 시설 점검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다가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많은 편이다. 작업자가 전도와 실족, 추락, 감전, 끼임·끌림, 화상 등으로 사망이나 상해를 입는 사고는 숨기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에 공개된 사고는 조족지혈일 수 있다.  

 

철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10년 370여 명에서 2010년 68명으로 급감했다. 2009년 기준 1억㎞ 운행에 따른 사망자수는 1.87명으로 덴마크,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안전운행 측면에서 보면 미국,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안전관리가 철저한 편이다. 일본의 초고속열차인 신간센(新幹線)은 도입한 이후 50년 이상 무사고 경력을 자랑한다. 2003년 기관사의 졸음운전으로 역을 100m나 지나쳐 정차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었다. 신간센은 지진이 빈발한 일본에서조차 무사고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서 안전관리를 위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 

 

안전 원하는데 사고 가능성 높아져


철도가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899년으로 일본에 의해 인천 제물포~ 서울 노량진 구간이 개통된 경인선이 최초다. 서울~부산 구간인 경부선은 1905년, 서울~의주 구간인 경의선은 1906년 각각 운행을 시작했다.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한국도 초고속열차 시대에 접어들었다.  

 

철도의 개통 역사를 먼저 언급한 이유는 철로, 철도교량, 철도터널 등 핵심인프라가 120년이 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했지만 기본 시설의 위치나 형태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국내 철도 인프라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2010년 기준 일반철도의 철로는 3178.2㎞, 고속철도의 철로는 240.4㎞, 교량은 2694개, 터널은 572개에 각각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철도차량은 920량, 일반열차 1만8,867량, 화물열차는 1만4,462량으로 매우 많은 편이다.  

 

철도사고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승무원의 부주의, 운전 미숙, 철도 설비 오작동 등으로 다양하다. 2007년 11월 3일 부산역 구내에서 KTX 열차가 출발하면서 선로에 대기하고 있던 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고열차의 기장이 졸음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인재사고다.  

 

2011년 2월 11일 부산역에서 경기도 광명역으로 향하던 KTX-산천열차가 선로전환기 조작미숙으로 탈선해 차량 6량이 파손됐다. 차량의 탈선 규모에 비해서 인명피해는 적었지만 차량파손으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는 피해가지 못했다.  

 

2013년 대구역에서 무궁화열차와 KTX 열차가 충돌한 사고는 무궁화열차 기관사가 신호기를 착각해 발생했다. 신호기를 확인해야 할 여객전무도 오인해 출발 무선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여객전무를 업무에 투입해 안전관리를 소홀하게 처리했다.  

 

대구역에서는 2008년 2월에도 무궁화열차와 화물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7월 강원도 태백에서 무궁화열차와 오트레인(O Train)열차가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오트레일열차가 문곡역에 정차해 무궁화호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데 정차하지 않고 진행하다가 충돌한 사고였다. 

 

국내 철도사고를 분석해 보면 코레일의 안전관리만 철저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일반철도 철로와 시설은 120년, 고속철도 철로와 시설은 20여 년이 넘었기 때문에 사고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안전보다는 이익 극대화와 같은 경영 효율화를 전면에 내세운 코레일 경영정책으로 종사자들의 숙련도 부족, 피로 증가, 시설관리 업무의 외주로 인한 부실과 위험 상승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안전을 원하는 승객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철도사고 발생가능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방어능력 관심 없고 방어교육도 전무


철도사고가 발생하면 탑승객이나 기관사 모두 방어할 능력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철도는 고속으로 주행하지만 브레이크 시스템도 미비하고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벨트도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것보다 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하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대규모 인명피해는 피하지 못한다.  

 

1993년 3월 발생한 구포역 열차전복사고는 철도 위를 달리는 열차의 방어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 전형이었다. 시속 85㎞로 운행하던 열차의 기관사는 약 100m 전방에서 선로지반이 침하되는 것을 확인한 후 급제동을 했지만 끝내 탈선해 78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부상했다.  

 

삼성건설이 선로 밑에 지하 전력구를 설치하기 위해 발파작업을 진행하면서 노반이 함몰돼 발생한 사고였다. 기관사는 전방에서 철로가 내려앉는 것을 파악했지만 고속으로 주행하는 열차를 세우는 데 실패했다. 기관사나 승무원으로부터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한 승객의 피해가 매우 큰 사고였다. 

 

2014년 7월 강원도 태백에서 무궁화열차와 오트레인(O Train)열차가 충돌한 사고도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은 기관사나 승무원으로부터 대비 통보를 받지 못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고 원인에 비해서는 사상자가 너무 많았다.  

 

승객뿐만 아니라 시설관리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철도가 고속화되고 선로가 복선화되면서 작업자의 대피공간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관련자의 사고증가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승객이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가 언론에 알려질 경우에는 공개할 수밖에 없지만 내부 직원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는 쉬쉬하고 숨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청업체의 경우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향후 프로젝트 수주에 불이익을 받거나 산재보험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숨기는 경우가 많다.  

 

야간에 운행을 쉬는 지하철과 달리 철도는 거의 24시간 365일 운행되기 때문에 열차의 운행시간을 파악해 빈틈에 작업을 하는 관계로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 돼 있다.  

 

위험한 장소에서는 사고가 임박해도 회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작업현장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하 매설물 확인, 급전차단 등의 사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도 끊이지 않은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승객, 승무원 모두 방어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사고 인한 자산 손실도 막대


철도사고는 자동차에 비해 안전하고 사고확률도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물적 손실도 엄청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석유화합물, 화약류, 각종 컨테이너 등 철도로 화물수송이 늘어나면서 화재·폭발 등의 사고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사고로 인한 자산손실의 심각성도 점점 커졌다. 이들 화물열차가 여객용 열차와 충돌하거나 화재로 인해 주변을 지나는 여객용 열차로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 

 

국내 최악의 철도사고였던 이리역 폭발사고는 철도사고가 얼마나 파괴적인가를 보여준 전형이다. 1977년 인천을 출발해 광주로 향하던 한국화약주식회사의 화약 수송열차가 전북 이리역에서 대기하던 중 폭발했다. 위험물을 수송하는 열차는 역 내에 대기시키지 않고 통과시켜야 하지만 이리역무원들은 규정을 지키기 않았다.  

 

한국화약주식회사의 호송원은 대기 중 음주를 하고 화약이 실린 차량 내부에서 촛불을 켜고 잠을 잤다. 촛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어 폭발해 사망자 59명, 중상자 185명 등 1402명이 참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리역 주변의 주택 8,000여 채가 피해를 입어 피해금액은 당시 금액으로는 천문학적인 61억 원으로 집계됐다. 

 

1993년 발생한 구포역 사고는 위험물질이 동반되지 않았지만 3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2018년 12월 KTX강릉선 열차가 탈선해 198명 탑승객 중 14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기관차 2량을 포함한 차량 10대 전체가 선로를 이탈했고, 강릉선 양방향 통행이 주말 동안 중단됐다.  

 

코레일에서 철도사고로 인한 재산 손실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자동차 사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은 명확하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업체나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코레일이 입는 유·무형의 손해도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져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해야 할 금액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사고로 인한 업체의 자산손실도 치명적이다. 

 

국가 차원 안전 규정 강화 필요


한국에서 철도는 대부분의 인프라가 120여 년이 넘을 정도로 오래됐고 유지 보수가 체계적으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고발생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철도사고는 고속주행, 브레이크 시스템 미비, 경고방송 애로 등의 특성 때문에 승객이나 승무원 모두 사고방어능력에서 취약점을 드러낸다. 위험물 수송 등이 늘어나면서 이리역이나 구포역 사고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점 확대되고 있어 사고로 인한 자산 손실 모드도 치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평가 받는 철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므로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코레일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철도를 애용할 수 있도록 안전 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은 철도안전규정에 따라 정부, 프로젝트 안전평가자, 고객이 밀접하게 협력하면서 안전 사례(Safety Case)를 작성해 활용한다.  

 

미국은 철도법(US Code 49)과 철도안전규정(FAR, CFR Title 40)에 따라 각종 안전기준을 제정해 안전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캐나다는 미리 정해진 리스크 해결법과 같은 리스크 평가법을 활용해 위험을 통제한다. 

                                                                                         - 다음 호에 계속 - / 민진규 대기자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민진규 대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