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의 ‘빅 이닝’

[최경서 기자의 발리슛] 25분의 기적…'각본 없는 드라마' 연출
최경서 기자 | noblesse_c@segyelocal.com | 입력 2019-06-25 14: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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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FC와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17라운드 경기. (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갈무리)

‘0-4 → 5-4‘

강원FC가 지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이뤄낸 기적이다. 후반 25분까지 0-4의 스코어로 끌려가던 강원FC가 승리를 위해 필요했던 시간은 24분(추가시간 포함)이면 충분했다.

빅 이닝(big inning)이란 야구 용어로, 한 이닝에 경기의 승패를 가르거나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많은 득점을 낸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24분 동안 승리까지 필요한 5득점을 한번에 낸 이번 강원FC의 득점이 그랬다.

마무리는 영화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잦은 패스미스, 턴오버(turn over), 조직력 결여 등이 눈에 띄게 드러나면서 많은 숙제를 떠안아야 했다.

▲ ‘루카스 조우라‘가 된 조재완


▲포항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조재완. (사진=뉴시스)

지난 토트넘과 아약스의 UEFA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토트넘을 결승으로 올려보낸 루카스 모우라라와 비교한 별명이다.

조재완의 맹활약이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해트트릭(3골)과 1도움을 올리며 강원FC가 넣은 5골 중 무려 4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조재완은 이번 시즌 3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중이었으나 이번 경기에서 가져온 3골 1도움을 더해 4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K리그가 현재 17라운드까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출전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한정적인 기회 속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다했던 조재완은 결국 이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연이 됐다.

조재완은 측면에 머물러 공간을 만들거나 크로스를 올리기 보다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커트 인 플레이’ 유형의 선수다.

이번 경기에서 넣은 첫 번째 골은 조재완의 입맛에 100% 맞는 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측면에서 공을 잡은 조재완은 상대 수비 2명을 개인기로 제치고 슈팅을 했다. 상대 골키퍼 류원우도 전혀 반응하지 못한 원더골이었다.

 “프로도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광연. (사진=뉴시스)

이번 경기는 U-20 월드컵의 ‘영웅’ 이광연이 데뷔한 경기이기도 했다. 지난 U-20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데뷔전을 가졌지만 무려 4실점이나 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4실점이라는 성적표만 가지고 이광연을 평가할 수는 없는 경기였다.

완델손이 넣은 첫 번째 골의 경우 하프라인에서 신광훈의 패스를 받은 제리치가 볼 소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포항에게 순간적으로 역습을 허용했다. 수비 진영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서 편하게 슈팅 기회를 내줬다.

완델손의 슈팅이 상당히 강력하고 빠르기도 했지만 수비 진영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허용할 수 있는 슈팅의 경우의 수가 상당히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실점은 다소 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였다. 프리킥 상황에서 완델손이 직접 슈팅이 아닌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포항의 정재용이 머리에 갖다대지 못하면서 공이 그대로 골문을 향했다. 슈팅이 아닌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을 향할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하는 골키퍼는 이 세상에 없다.

더군다나 정재용이 헤딩을 하기 위해 점프한 위치는 이광연과 제일 가까운 위치였다. 당연히 이광연은 크로스가 아닌 정재용의 헤딩 슈팅을 대비해야 했다.

세 번째 실점은 이제 막 데뷔전을 치르는 이광연과 수비수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발생한 실점이다. 이광연이 방향을 잡고 다이빙 했지만 바로 앞에 있던 발렌티노스가 발을 갖다 대면서 공이 굴절됐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결국 다 핑계가 될 뿐이다. 이광연 스스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프로도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자신감을 보인 만큼 다음 경기엔 한층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볼만하다.

아무튼 이래저래 데뷔전에서 승리를 챙기긴 했다.

▲ 김병수 감독의 '신의 한 수'


▲ 강원FC 김병수 감독. (사진=강원FC 제공)

‘강원극장’은 어떻게 보면 김병수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김병수 감독의 전술 변화로 경기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병수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중앙 수비수 이호인을 빼고 ‘멀티 플레이어’ 박창준을 투입시켰다. 박창준은 공격수부터 미드필더, 수비까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골이 필요했던 강원FC는 활동반경이 넓은 박창준을 중원에 배치하고 볼 점유율을 최대한 늘렸다.

포메이션도 완전히 달라졌다. 4-3-3 포메이션에서 ‘스리백‘ 3-4-3으로 변경했다. 중원에 숫자를 늘려 볼 점유율을 늘리고 ‘닥공’을 시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 아니면 도를 보는 김병수 감독의 '도박'이었다.

스리백은 3명의 수비수를 두지만 수비시 좌우 윙백들이 빠르게 합류해 5명이 수비를 한다. 공격적인 성향을 띄지만 수비를 아예 포기하는 전술은 아니다. 추가 실점을 막으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1골이라도 넣어야 하는 강원FC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2실점을 더 했다. 중원에서 볼을 너무 쉽게 빼앗겨 상대에게 역습을 내줬고 좌우 윙백들이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제공했던 것이 빌미였다.

심지어 강원FC의 골키퍼는 이제 막 데뷔전을 치르는 중인 이광연이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도 이 점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슈팅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이판사판으로 김병수 감독은 김지현과 정조국 카드를 꺼냈다. 미드필더 이현식을 빼고 공격수 김지현을 투입시키며 공격수를 최대한 늘렸다.

이로 인해, 경기 내내 6개의 슈팅에 그쳤던 강원FC는 약 30분 동안 무려 13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그중 5개를 골로 연결시키며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실패로 기울던 도박이 성공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강원극장’은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K리그 흥행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리그의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자국 리그의 발전은 국가대표팀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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