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바람 가득…쉼을 위한 최고의 숲길

초록잎 넘실대는 포천 국립수목원…광릉숲 둘레길 재개방
신선호 기자 | sinnews7@segyelocal.com | 입력 2020-07-05 15:01:49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국립수목원 전나무 길에 저녁 햇살이 숲으로 스며든다. 숲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신선호 기자] 휴일 오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최근의 우울한 상황에서 마음의 힐링을 위해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자리잡은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아침녘에 사람들이 다녀간 수목원은 오후들어 고요했다. 

 

부드러운 햇빛이 키 큰 나무들과 작은 야생화에 두루 비치고 있었다. 숲이 아니면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사시사철 자연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숲은 땅을 뚫고 피어난 생명의 환호로 가득하다. 연초록 나뭇잎들의 일렁임과 넘실거림은 생명력에 다름 아니다.

 

미국 장애인 인권운동가 헬렌 켈러는 “만일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맨 첫날에는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해 준 설리번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마음 속에 담겠다”며 “그 다음, 숲으로 가서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들과 들꽃을 바라보고 노을지는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겠다”고 숲을 예찬했다. 

 

그녀에게 “어느 숲으로 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바로 “국립수목원 같은 숲”이라고 답하지 않았을까 싶다.

 

▲ 국립수목원 광릉숲에 새로 개장된 둘레길 현황 약도

 

국립수목원의 모태, 광릉숲.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산림기술경영연구소에서 봉선사까지 약 4km 구간에 둘레길이 마련돼 있다. 

 

광릉숲은 세종의 아들인 수양대군이 1453년 계유정란으로 왕위에 오른 조선 7대 왕 세조의 능과 세조의 왕후인 정희왕후의 능이 있는 곳이다. 왕의 명에 따라 500여년간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 수백년된 나무들이 울창한 숲으로 잘 보존돼 있는 곳으로, 현재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숲길이다.

국립수목원의 전신은 1987년 개원한 광릉수목원으로 광릉숲이 모태다. 조선 시대 나라에서 필요한 큰 나무들을 생산하고 왕실 사람들의 사냥과 활쏘기 장소였던 광릉숲은 1468년 세조의 능이 조성된 이후 왕릉숲으로 관리됐다.
 

500여 년이나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 숲 생태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보존돼 있는 광릉숲은 세계적으로 온대 북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이루고 있다. 

 

▲산림기술경영연구소에서 봉선사까지 약 4km 구간에 둘레길이 펼쳐져 있다.

 

또한, 멸종 위기에 있는 크낙새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장수하늘소 및 까막딱따구리·오색딱다구리 등의 희귀종이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낙원이다. 광릉숲에 서식하는 생물의 종류는 6,100여종이다. 이에 숲의 중요성이 인정돼 2010년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수목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확대됐다. 현재 수목원 규모는 동서 길이가 4㎞·남북 길이가 8㎞에 이른다. 남양주시 진접읍과 별내면, 포천시 소흘읍과 내촌면, 의정부시 민락동 등 3개 시에 걸쳐 있는 광대한 지역이다.

 

 ▲ 건강이 가득한 곳, 전나무 숲길


수목원 탐방코스는 테마별로 모두 24개 구역으로 조성돼 있다. 구역 별로 화양목이 즐비한 비밀의 뜰·어린이정원·수국원·백합과 붓꽃으로 꾸며진 백합원·소리정원·난대식물 온실·수생식물원·양치식물원·약용식물원 등  장소마다 워낙에 넓으니 몇 차례에 나눠 탐방하는 것이 좋다.

 

▲건강이 함께하는 전나무 숲길과 침엽수 모습.

 

수목원 소개 책자에는 ‘국립수목원 걷고 싶은 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개의 탐방로를 안내하고 있다. 여행객 등 수목원 방문자들을 위한 ‘느티나무 박물관길’·연인부부를 위한 ‘러빙 연리목길’·건강을 위한 ‘힐링 전나무숲길’·혼자 걷고 싶은 ‘소소한 행복길’ 등이 대표적이다. 60~90분 정도의 트래킹과 휴식을 겸할 수 있게 짜여 있어 자신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힐링 전나무숲길은 4.5km 정도의 구간으로 숲 속의 호수 ‘육림호’와 침엽수원과 전나무 숲을 품고 있는 구간이다. 육림호는 연두빛으로 부서지는 햇살과 어린 새순이 뿜어내는 알싸한 피톤치드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육림호 목조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장을 더한다.

육림호를 지나면 침엽수원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육중한 모양의 독일 가문비 나무가 압권이다. 수령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백 년은 족히 돼 보인다. 경외감이 느껴진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데도 깊은 산속이라 마치 길을 잃고 혼자 숲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다.

 

▲오후 햇살 가득한 육림호 풍경

 

숲은 이 외에도 늘푸른 바늘잎나무·섬잣나무·솔송나무·구상나무·금방향나무 등 130여 종의 침엽수가 있는 곳으로 매우 이국적인 풍광을 느껴볼 수 있다. 

 

침엽수원에서 조금 더 오르면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종자를 증식해 1927년에 조림된 전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200m구간에 수령 90년 이상의 전나무들이 늘어선 전나무 숲길은 오대산 숲길, 내소사 숲길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에 속한다. 

 

전나무는 ‘젓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나무에 상처가 나면 하얀 우유같은 액체가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뻗은 전나무 숲속에 서니 마음이 뻥 뚫리는 듯 가슴이 시원하다. 코로나19도 두렵지 않을 정도의 건강한 면역력이 생기는 듯 하다. 

 

▲광릉숲 둘레길 초입표시판

 

전나무 숲 한켠에는 제68회 식목일 기념 조림지가 조성돼 어린 전나무 묘목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잘 성장해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될 것을 생각하니 고맙기만 하다.


조금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이 지나면 다시 내리막이 시작되고 벌개미취길과 약욕식물원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정상에 채 다다르기 전에 수목원 이용 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린다. 아쉽지만 오르지 못한 정상은 다음으로 미루고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전나무 잎 사이로 황금빛 저녁 햇살이 내려 앉고 있다.
 
힐링 전나무 숲길 (구간4.5㎞, 7000보, 90분 소요)
출발 - 어린이정원 - 숲사이 오솔길 - 전나무길 -계곡 나무다리 -육림호 -습지원 - 화장실 - 전나무숲 '쉼의자' - 비밀나무 - 벌개미취길 - 약용식물원

 

▲광릉숲길 안내표시석. 

 

국립수목원은 사전 예약입장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보행객이나 자전거 이용객등은 사전 예약없이 현장 입장이 가능하다. 주차장 이용은 할 수 없으니 대중교통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지역주민(포천시·남양주시 및 송산 1·2동 거주 의정부시 주민)은 화~일요일 500명 내외로 입장 가능하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후 별도 공고 때까지 산림 박물관·난대온실·열대식물자원 연구센터는 잠정 휴관하지만 그동안 폐쇄됐던 광릉숲길 둘레길은 다시 개방됐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신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