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진 인권문화국가 디딤돌 ‘미투·위드 유’

김정태 기자 | kmjh2001@daum.net | 입력 2018-03-13 15: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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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성(性) 윤리 확립을 위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긴요하다. 요즘 혼탁한 성 모럴에 대한 사회 각계 고발이 들불 붙듯 연신 확산돼 타오르고 있다.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비롯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에서 본격화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지난 1월 말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면서다. 한 달여 만에 이토록 뜨겁게 확산될 줄은 미처 예견 못했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우리 사회 성폭행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자괴스럽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주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런 일이 반복되는 줄 알면서도 항의만 하거나 못 본 척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권위와 위계에 눌려 8년 동안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쉬쉬해 온 검찰보다 더 한 일들이 자유와 창의가 생명이라는 예술계에 일상화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작금 한국판 미투는 이제 문화예술계와 교육계·종교계·정치권 등지로 번지며 각 분야의 권력자로 행세해 온 ‘괴물들’을 겨냥하는 중이다. 일부에선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상당수 미투가 구체적 물증은 없이 피해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기에 그렇다. 자칫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미투 운동이 자칫 피해가 가해가 될 수 있고 또 가해가 피해가 될 수 있는 혼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에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감정적인 여론몰이를 벌이기보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그릇된 문화를 바로잡는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공론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투 운동 이후다. 시간이 흘러 미투 운동이 잠잠해지면 이들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마약이나 도박, 성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 슬그머니 복귀하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미투 운동이 결실을 거두려면 우선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미투 운동을 한 차례 훑고 지나갈 ‘태풍’ 정도로 대해선 안 된다. 미투 운동의 동력이 지속돼 사회와 사람들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대책도 이전과 달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유명 여배우들의 실명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여성들의 성폭력 방지 연대운동인 ‘타임스업’(Time’s Up)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성 윤리는 바로 서야 한다. 남녀 공히 인격권의 문제이다. 특히 지도층이 본을 보여야 한다. 지도층이 올바른 성윤리를 확립하면 일반국민도 본받아 건전한 가정을 꾸린다는 교훈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역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 출신 전 국회의원이 호텔방으로 외간 여성을 불러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을 정도다. 학교 현장에서도 성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뇌물이나 성추문에 연루되면 패가망신한다는 윤리 확립이 시급하다.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아도 다 알게 되는 것이다.

성윤리 문란은 오래됐다. ‘러브호텔’로 상징되는 성매매와 불륜이 넘쳐난다. 게다가 채팅과 납치를 비롯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추행·강간 등 성폭력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죄 지은 자에 대한 형벌 이전에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의 계도 및 치유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성적 미망(迷妄)을 스스로 끊겠다는 당사자의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의 윤리도덕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는 바 크다. 남성 우월주의적 ‘마초증후군’ 사회엔 갈등과 역진만 있을 뿐이다. 세계인구의 반인 여성의 능력을 홀대하고 어떻게 선진 인권·문화국가를 꿈꿀 수 있겠는가. ‘미투·위드 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을 디딤돌 삼아 양성 평등의 인권지수를 높이는 공동체 건설을 앞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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