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과로‧생활고’ 택배기사, 잇단 비극에 대책 시급

올해 사망자만 11명…산재 적용 등 개선 서둘러야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20-10-21 15: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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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만 택배 노동자 11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업계 노동여건 개선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함.(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국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택배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뒤에 택배기사 등 관련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지적은 상당 기간 되풀이됐으나 현실은 여전한 상태다. 


올해 무려 10명이 넘는 택배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이들 대다수는 과로사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한 택배기사가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기사 권리금‧보증금 관행 업계 만연”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사망한 택배기사는 지금까지 11명으로 파악됐다. 최근 업계 내에서 불거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및 갑질 피해 의혹은 이제 더 이상 내부 문제가 아닌 사회 공론화 단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끊이질 않는 택배노동자들의 사망사고와 관련, 정부 유관부처에 특별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현안이 줄기차게 다뤄지고 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전날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다가 숨진 40대 택배기사 김모 씨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 갑질과 생활고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 택배기사는)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일을 시작한 데다 본인이 마련한 차량에 대한 할부금 등으로 생활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월 200만 원도 벌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기사 김 씨는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 등의 정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지난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초 김 씨는 지인 소개로 택배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과정에서 택배 업무를 수행할 지역에 대한 권리금 약 300만 원과 보증금 형식으로 지점에 500만 원을 이전 택배기사와 회사에 각각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김 씨가 일을 하기 위해 투자금으로 사용한 금액은 총 800만 원에 달했지만 수입은 월 200만 원 수준에 그친 셈이다. 생활고 등 호소에도 사측 압박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김 씨는 퇴사를 희망했음에도 지점에선 일방적 근로 종료에 따른 손해배상을 이유로 김 씨에게 책임을 돌렸으며, 이에 김 씨는 사망 직전까지 자신의 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직접 사람을 구하러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은 김 씨가 자필로 작성한 유서를 통해 드러났다. 

김 씨 유서에 따르면 김씨는 택배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은 물론, 차량구입‧전용번호판 등에 사비를 들였다. 그러나 현실은 월 2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을 배당받았고, 해당구역은 기사 모집이 금지됐음에도 직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회사가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판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회사)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택배노조는 로젠택배의 경우 구역을 사고팔기 위해 권리금을 현금으로 내는 사례가 많고, 이에 따른 피해는 택배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택배업계에 권리금 관행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기사들은 과도한 권리금과 지정 보증금까지 내고 일을 시작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 ‘과로사 추정’ 사망사고 되풀이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 사망도 주목된다. 

먼저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A 씨는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 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 출근, 밤 9~10시 퇴근 등 무려 10시간이 넘게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는 일 평균 400여 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A 씨 죽음을 ‘과로사’로 보고 있다.

이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일해온 택배기사 B 씨도 이달 12일 사망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B 씨는 평소 지병이 전혀 없었으며, 추석 연휴 직전 B 씨가 배송처리한 택배 물량은 하루 200∼300개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택배노동자들의 이 같은 잇단 사망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노동계 주장이 나온다. 

감염병 유행이 벌써 1년 가까이 진행되며 물량 폭증이 현실화됐음에도 과중한 업무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택배 분류작업’의 인력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게다가 택배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안으로 오랜 기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산재보험의 경우 가입 자체는 가능하지만 ‘적용제외’ 조항 탓에 가입률이 저조하다. 특히 택배사 종용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적용제외’에 동의하는 기사들도 많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달 13일까지 택배사를 상대로 긴급점검에 나서는 한편, 택배기사 약 6,000명에 대한 면담조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향후 3주에 걸쳐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택배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입직신고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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