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지금…‘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전쟁

정부-대학 ‘떠넘기기 양상’에 학생 집단소송 대응
‘선택적 패스제’ 난감…홍익대‧서강대‧동국대 도입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20-06-26 15: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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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23일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일상 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대학가에서는 감염병 우려로 시행된 온라인수업의 부실함을 지적하며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학생 요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에, 대학은 정부에 서로 ‘폭탄’을 떠미는 양상으로 여론에 비쳐지면서 학생 분노는 극에 달하는 형국이다. 다만 여론은 국민 혈세를 투입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직접적으로 현금 지원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정상적 수업은커녕 시험 등 평가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최근 주요 대학에서 이른바 ‘집단 커닝’이 현실화하자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에 ‘선택적 패스제 도입’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선택적 패스제란 시험 성적이 공개된 뒤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등급 없는 ‘패스(Pass·통과)’로 이수 여부만을 표기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수 대학은 이 같은 제도 도입이 교수권 침해와 성적 변별력 저하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입장이 ‘사실상’ 유보되는 사이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가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 촉구 시위’ 등으로 무력행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학생단체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집단소송 움직임에는 현재 참여한 학생만 3,000여 명에 이르렀으며, 이화여대‧한양대‧연세대 총학 등은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온라인수업 부실함에 학생 문제제기

교육부 추경지원 무산공은 국회로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등록금 반환 요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요 대학에서 학생들이 잇달아 시위‧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대학생을 품은 청년단체 등의 기자회견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진행된 온라인강의 등 비대면수업이 평소 대비 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떨어져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값비싼 등록금을 내야 할 만큼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입장도 명료하다. 코로나19로 막대한 재정적 타격을 입은 만큼 등록금을 되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국대‧한성대는 등록금 일부 환불을 수용했지만, 대다수 대학들은 특별 장학금 지급 등 간접 형태로 일시적인 학생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부는 부처 간 의견 충돌로 입장이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3차 추경 예산에 약 1,900억 원을 포함해 등록금 반환 지원에 활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이처럼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부 지원책은 여론 반대에도 직면한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진행한 ‘정부의 등록금 반환 지원’ 관련 조사 결과, ‘정부 지원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2.7%에 달하면서 25.1%에 그친 찬성 의견에 압도적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 교육부의 추경 예산을 통한 등록금 지원안이 무산되면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21일 전대넷 기자회견 당시 모습.(사진=뉴시스)

결국 교육부는 대학의 자발적 협력을 전제해 ‘우회적인’ 등록금 반환지원 방침을 밝힌 가운데 등록금 감면에 적극 노력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국가장학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최종 추경 예산안에서 교육부 안이 빠졌다는 점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원 방식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가 대학생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직접 지원’ 방식은 배제하고 있다. 이 방식은 지원 대상인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도 부정적 입장이 크고, 막대한 재원 마련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등록금을 거둬들이는 주체인 만큼 학교 차원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합당의 경우 취약계층으로 제한해 등록금 반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정의당은 추경 예산에 등록금 반환 편성을, 국민의당은 대학이 재원을 마련하되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앞서 등록금 반환 현황 및 요구 실태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치권 움직임은 결국 대학에 대한 압박 또는 공허한 메아리 정도로 비치는 모양새다.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최초 등록금 반환 결정나머지 잇따를까

선택적 패스제 도입공정성 훼손 VS 교권 침해

 

이런 가운데, 대학 최초로 건국대에서 등록금 반환 결정이 나오며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가능한 전교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겠다는 것이다. 


감염병 우려가 없던 정상적인 학기를 기준으로 책정된 학생 관련 예산을 통해 등록금 감면 예산을 마련하고, 실제 줄어든 예산만큼의 금액을 반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주 최종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성대도 등록금 반환 입장을 내놨지만, 다음 화두는 환불액 규모로 넘어간 상태다. 학생 요구와 학교 제시안에서도 그 간격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는 25~30만 원 수준, 한성대는 20만 원 규모로 2학기 등록금 반환액이 각각 책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학생 측은 최소한 학기 등록금의 1/3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지속될 전망이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은 오는 7월 1일 교육부와 소속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전대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소송인단에 참여한 학생은 3,000여 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학생 사이 반환금 규모는 등록금의 3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부‧대학 측이 이 같은 수준의 등록금 반환 계획을 밝힐 경우 소송을 제기하지 않거나 취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경희대 학생들이 지난 23일 등록금 반환 등을 학교에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사진=뉴시스)

최근 대학가의 또 다른 뜨거운 감자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 논란이다.


동국대는 올해 1학기 성적평가에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이날 공식화했다. 이달 초부터 제도 도입과 관련해 총학생회와의 수차례 협의 및 관련부서 검토, 원격교육자문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국대 재학생들은 이번 학기 성적공시 후 원하는 교과목을 지정해 P(Pass)로 이수 변경이 가능해졌다. 변경 가능한 과목 수는 최대 3개로, 선택적 패스가 가능한 성적은 D0 이상의 경우에 한한다. 


앞서 홍익대와 서강대도 지난 5일과 11일 각각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두고 학교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며, 연세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 학생들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대학 측은 교수권 침해와 성적 변별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성적평가는 온전히 교수 재량권에 속하는 것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교수권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될 뿐만 아니라 학생 성적의 변별력 확보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반면, 학생들은 ‘평가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수업 전환 당시부터 우려됐던 ‘커닝’ 문제가 현실화되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앞서 인하대 의대생들의 ‘집단 커닝’으로 촉발된 ‘공정성’ 문제는 최근 한국외대‧중앙대 등에서도 잇달아 의혹 제기가 되면서 대학 측 명분이 약해져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경희대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교·강사는 수업 중 학생의 성취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적을 부여하지만 선택적 패스제는 이런 교수권을 인정하지 않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면서 “(선택적 패스제처럼) 문제가 많은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화여대도 최근 절대평가 비중이 높아진 점을 들어 기존 제도 내에서 충분히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배제하고 있다.


결국 이처럼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이라는 대학과 학생 간 ‘동상이몽’을 두고 기나긴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사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A씨(21‧여)는 “그동안 논의돼왔던 반값등록금 이슈는 어디 갔는지 실종된 상태”라며 “너무나도 부실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정상적인 등록금을 받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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