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펌프장 참사’ 또 인재…서울시 “조사 협조”

여전한 안전불감증…‘네 탓’ 공방에 경찰 조사 ‘촉각’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19-08-05 15:47:55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지난달 31일 발생한 이른바 목동 펌프장 참사당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달 말 발생한 이른바 ‘목동 펌프장 참사’가 사실상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현장 노동자 3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으면서 치솟은 국민 공분, 여전히 부실한 사회안전 시스템, 유관 기관들의 책임회피 등 이번 사건도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의 전형적 패턴이란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


3명 사망 참변…대체 언제까지?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시설 확충공사 현장에서 당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쏟아지는 폭우에도 지하 45m 배수시설을 점검하러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사고에서도 발주자-시설운영자-시공사 간 허술한 관리 체계가 발견됐다.


사고 발생지 ‘신월 빗물배수저류시설’은 그동안 상습적인 침수지역으로 악명 높던 서울 강서·양천 가로공원길 일대의 수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3년 5월 착공됐다. 지난달 1일 실시된 시운전 등 공정을 거쳐 내년 운영이 예정된 상태다.


총 사업비는 1,380억 원으로, 서울시가 발주해 현대건설 등이 시공을 맡았다. 시설 운영자는 양천구며,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관계로 시공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의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


결국 이 같은 복잡한 관리 체계로 인해 유사시 ‘인재’는 이미 예견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양천구가 서울시에 보고하고, 이를 서울시가 재차 현대건설 등 시공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29분’ 준수는 사실상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실제 사고발생 이틀 전 이번 사고를 더욱 키운 것으로 지목된 ‘수문 결함’을 발견한 양천구가 서울시에 개선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나, 현대건설은 물론 서울시 역시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이들 간 원활치 못한 소통 문제도 지적된다. 심지어 그간 고질적 악습으로 규정된 ‘네 탓 공방’은 여전해 보인다. 피해자 가족의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라는 절규가 이를 대변한다.


당시 이미 예보된 호우 사실을 세 곳 기관 모두 알지 못했으며, 따라서 폭우 속 시설 점검은 강행됐다. 수로에 투입된 작업자들의 사망을 둘러싸고 결국 ‘수문 개방’의 책임 공방은 확대됐다. 


해당 펌프장에는 빗물 등으로 지상 저류소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침수를 막는 시설이 구비됐다. 시범운영 중이란 이유로 원래 70%임에도 현재 최대 60%로 수문개방 수위를 낮춘 상태다.


책임 떠넘기기 여전…“답답하다” 피해자 가족 절규


특히 수문 개폐 권한을 둘러싸고 양천구청은 ‘시공사에도 있다’는 이유로,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없다’는 이유로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작업자들이 당시 수로에 들어간 건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당일 오전 7시 10분께였다. 위험을 감지한 양천구청은 이를 현대건설 측에 알렸으나, 작업자들이 수로에 들어간지 불과 30분 만인 7시 40분경 수문이 개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수문 제어실 내 출입문 비밀번호조차 공유하지 않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구청 연락을 받은 현대건설 직원이 제어실 내 출입문 비밀번호를 몰라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수문은 열렸고, 수마는 작업자들을 덮쳤다.


수문이 개방된다 하더라도 작업현장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있어 즉시 닫혔다면 인명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거란 분석이다. 당시 수문은 개방된지 40분이나 흐른 뒤 닫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는 유사시 안전 관련 매뉴얼 구비는 물론, 그 흔한 튜브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양천구청은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있었는지조차 파악을 못한 채 뒤늦게 통보했고, 시공사는 수문을 계폐할 수 있는 제어실 내 출입문 비밀번호도 몰랐다는 셈이다.


저류지 수위가 높아진다 해도 수동으로 전환이 가능해 수문 개방을 늦출 수도 있었으나 이마저도 서울시를 포함해 세 기관 간 소통 부족으로 기회를 날렸다.


이번 사고에선 또 안전 문제를 총괄할 ‘감리’의 존재도 지워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3년 7월 밀폐공간 내 작업시 감리 상주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이번 사고로 ‘공염불’이 됐다.


감리사 등급도 낮아졌다. 안전불감증의 원흉으로 매번 지목되는 ‘비용절감’이 그 이유로, 감리사 등급을 한 단계 낮추는 대가로 총 2억 원의 예산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날 “경찰 조사와 별개로 독자적인 감사를 실시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입장을 내놨다. 경찰 측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경찰은 현장 안전관리 소홀을 이유로 펌프장 담당자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김영식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