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의 문학 강의/ “아름다운 시 쓰려면 어린이와 농부 닮아야” ⓶마음 세계의 구체적 형상화

동심(童心) 농심(農心) 시심(詩心)
황종택 기자 | resembletree@naver.com | 입력 2021-11-22 15: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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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명예교수(시인·소설가)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위에 내리고 숲은 말없이 잠드나니
幸여 白鳥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김광섭 시인의 시 「마음」은 보조관념을 잘 활용한 작품입니다. 원관념 이란 비유법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가령 샛별 같은 눈동자라고 했을 경우, ‘샛별’은 보조관념이고, ‘눈동자’는 원관념입 니다. 이와는 달리, 보조관념은 수사(修辭)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이 잘 드러나도록 돕는 관념을 말하는데, 가령 ‘내 마음은 호수’라고 했을 때 원관념인 ‘내 마음’을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 ‘호수’라고 하는 보조관념 이 차용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합한 언어를 적절히 끌어 쓸 수 있는 유사안식(類似眼識)이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유사안식이란 유사성을 찾아내는 눈을 말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고요한 물결’은 원관념인 ‘내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차용된 보조관념입니다. 이 보조관념에 의해서 이 시인의 마음의 상태가 구체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나타내므로 표현을 위해서는 이 보조관념은 필요 불가결의 것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상 감정을 지녔다 할지라도 그 마음 세계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 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그 원관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서 보조관념을 차용할 줄 아는 유추능력(類推能力)이 요구됩니다. 유추란 어떠한 사실을 근거로 하여, 그것과 같은 조건 아래에 있는 다 른 사실을 미루어 헤아리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는 유비(類比)라고도 하 는데, 서로 다른 사물이 상호간에 대응적으로 존재하는 유사성 또는 동일 성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유사성이나 동일성이란 사물을 바라보고 인식하 는 주체적 시인이나 그 대응관계에 있는 대상적 사물 사이에 내재하는 상사성(相似性)을 전제로 합니다. 이 상사성이라는 말은 서로 상(相)자에 닮을 사(似)자, 성품 성(性)자 상사성(相似性)입니다. 서로 비슷하거나 서 로 닮은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말합니다.

현대시에는 이미지(image)라든지, 은유(隱喩 metaphor) 상징(象徵 symbol), 유사(類似) 또는 유추(類推 analogy)가 유기적으로 공존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대시 작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법들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제대로 부려 쓰는 게 중요합니다. 시인은 자기만이 가진 바의 체험을 바탕으로 상상력 을 도출해야 합니다. 자기만이 가지는 개성적 특수성을 중요시하면서도 보편성을 망각해서도 안 됩니다. 특수성과 보편성의 균형 있는 조화가 요 구됩니다. 시인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할 뿐 아니라 전달기능도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어(詩語)는 일정한 원칙이나 법칙에 따름 없이 제멋대로 되거나 이뤄지는 자의성(恣意性)과복합기호성(複合記號性)을 지닙니다. 이러한 기반에 의해서 시어(詩語)는 감동을 주는 심미적인 차원의 언어로 부활하게 됩니다. 일상적인 언어가 전달기능을 강조하는 지시기능에 그치는 동 안 시어는 이를 초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어의 성질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엔 김동명 시인의 시 「내 마음은」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김동명의 시 「내 마음은」 이었습니다. 여기에서의 내 마음은 호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호수는 넓고, 깨끗하고, 고요 하고, 서늘하고, 푸르고, 깊다고 하는 다양한 성격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호수와 마음의 공통점은 이런 상식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마음의 호수 에 님이 탄 배가 저어오면 뱃전에 부서지는 물결이 되고자 하는 이유에 서 발견됩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공통점을 찾기 이전에 말로 간단히 설명 할 수 없는 타당성을 이유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여기에서의 ‘내 마음’은 추상적인 불가시(不可視), 또는 비가시(非可視) 의 존재입니다. 그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볼 수 없는 불가시 비가시의 추상개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서 는 ‘호수’라고 하는 객관적인 상관물(相關物)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호수’는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환기력(喚起力)을 통해서 ‘마음’으로부터 유추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마음’과 ‘호수’ 사이의 연결고리라 할까 상상 작용에 의해서 치환(置換)하는 치환은유(置換隱喩)라고 합니다.
시에 있어서의 은유는 전쟁에 있어서의 로켓포처럼 막강한 위력을 발 휘하는 성격의 것입니다. 시뿐 아니라 산문에 있어서도 그 효과는 인정되어 왔습니다. 가령 ‘그 남자의 성질은 날카롭다’고 하는 경우에는 설명에 그치지만, 그 남자의 성질은 ‘칼날이다’거나 ‘불칼이다’라고 하는 경우에는 은유적 표현이 되겠습니다. 언어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불완전한 언어로 아름다움을 노래해야 합니다.

이제는 서정주 시인의 시 「 나의 시」를 감상하기로 하겠습니다.
徐廷柱의 「나의 詩」였습니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 보이는 시입니다. 특별한 형식적인 구성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도 시를 이루는 까닭은 그의 순후한 정서에 있다 하겠습니다. 순후한 정서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해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
나는어느친척(親戚)의부인을모시고城안 冬柏꽃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
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部分이 어딘가를 아시기나하는듯이앉아계시고,나는풀밭위에흥근한 落花가안씨러워줏어모아서는부인의펼쳐든치마폭에 갖다 놓았습니다.
쉬임없이 그 짓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그뒤나는年年히抒情詩를썼습니다만그것은모두가 그때 그 꽃들을 주서다가 디리던 그 마음과 별로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제 웬일인지 나는 이것을 받어 줄 이가 땅 위엔 아무도 없음을 봅니다.
내가 주워 모은 꽃들은 제절로 내 손에서 땅 우에 떨어져 구을르고
또 그런 마음으로밖에는 나는 내 詩를 쓸 수가 없습니다.

이 시에는 우아미(優雅美)를 지닌 친척 부인에 대한 소년의 특별한 정서가 은근히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서는 평생을 경영해 온 시업(詩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은근하게 고여 있는 정서를 넌지시 약간씩만 내비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과 함께 일종의 신비의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1교시 마지막으로 자작시 「시를 읊는 의자」를 감상하기로 하겠습니다.

오동나무를 베어내었는데, 그 밑동에서 싹이 나고 자랐다.
시인이 그 등걸에 앉았을 때 하늘엔 구름 꽃이 피고 땅엔 나뭇잎이 피어났다.
자연은 신(神)의 말씀 시인이 말하기 전에
의자가 한 말은 상징과 은유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꽃피고
땅에는 나뭇잎이 피어나고 나무의 뿌리와 줄기와 가지
종자(種子)가 구조를 형상화하고 있었다. 부산히 오르내리는 도관과 체관,
뿌리와 줄기의 수력발전소에서 가지와 이파리의 화력발전소에서 탄소동화작용으로 시를 읊고 있었다.

자작시 「시를 읊는 의자」였습니다. 처음 1연은 현실적으로 있는 사실이 고, 그 이후부터는 생산적 상상에 의해서 꾸며진 언어의 집입니다. 잘려 진 오동나무에서 가지가 나올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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