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포장 금지’ 논란…환경부 “내년 1월 시행 연기”

‘오락가락 행정’ 비판…22일 오후 재발표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20-06-22 16: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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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포장 금지 규제' 논란과 관련, 환경부는 기존 7월에서 내년 1월로 시행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이 관련 브리핑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내달 시행 예정이던 ‘재포장 금지’ 규제에 대한 논란이 커진 가운데, 환경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해 내년 1월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소비자 등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오락가락’ 행정의 재현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 누구를 위한 환경규제?…업계‧소비자 모두 불만


22일 환경부는 ‘제품의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대한 의견 수렴 방법과 제도 시행 시기 등을 이날 오후 발표했다. 환경부는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의 의견 수렴 등 보완작업을 거쳐 기존 다음달에서 내년 1월 시행으로 연기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월 해당 규칙의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7월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진행한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고, 여기엔 판촉용 할인 묶음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 항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존 마트‧편의점 등에서 활발히 활용 중인 ‘1+1’, ‘2+1’ 등 가격 할인을 위해 포장된 단위제품을 2개 이상 묶어 추가 포장하는 경우까지 재포장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규정으로 환경부가 현장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환경규제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기업의 할인 행사 등을 금지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 반발까지 초래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재포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유통업체들의 할인 마케팅 제한으로 소비자 권익도 침해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게다가 환경부는 7월 즉시 시행 또는 3개월 계도기간을 제시했으나 업계에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맞서고 있다. 현재 비축된 포장물 소진과 포장전문 하청업체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가격할인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닌 재포장 행위를 금지해 과대포장에 따르는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재포장이 금지된다고 가격할인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품을 비닐 등으로 전체를 감싸는 행위만 금지돼 재포장 금지 제품의 경우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을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확산 일로에 놓였고, 결국 환경부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한 후 해당 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뺐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재포장 관련 기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제조자, 유통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이번 규제의 세부내용을 충분히 따져봐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환경부는 7월 1일 시행되는 ‘재포장 금지’ 규정의 6개월 시행 유예 방침을 밝혔다. 필요한 세부지침은 이 기간 업계 등과 전면 재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내달부터 9월까지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려 보완책 마련을 위한 집중 논의를 이어간다. 


이어 10월~12월 기간 업계의 새로운 제도 적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해당 기간 소비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제조사·유통사 등과의 현장 적용가능성 평가도 시행한다. 이후 지침 보완작업을 거쳐 내년 1월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업계‧소비자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정부 규제 탓에 그동안 오랫동안 이어져온 포장작업 환경이 일시에 무너지게 될 경우 추가비용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마케팅 활동 축소 등 기업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32) 역시 “포장 규제로 환경보호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낱개를 여러 개 따로 가져가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을 따름”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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