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시인 곽재구
합송시 김명관, 김선미
민순혜 기자 | joang@hanmail.net | 입력 2021-12-05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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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합송(김명관,김선미) 

 김명관(외과전문의.의학박사)

 대전양녕요양병원 외과원장.

 김선미(교육자)

 대전어은초등학교 교감.


              시인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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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곽재구
1981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 시「사평역에서」당선 문단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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