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만 있다면!

최문형 교수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0-01-08 16: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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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북한의 영구적 핵폐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그 시간, 백두산의 용암이 끓어오른다. 

강도 8이 넘는 지진이 발생하고 북한은 물론, 중부지방까지 강력한 여파로 고층건물이 부서져 내리고 도로가 갈라진다. 

백두산의 화산폭발로 남·북한은 모두 쑥밭이 돼가고 연이어 예고되는 3차, 4차폭발,...! 이 재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간 북한이 애지중지해 온 핵무기 뿐이다. 

급박한 상황전개로 남북은 저절로 하나가 되고 그 와중에 미국과 중국, 외세는 배제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백두산'의 전개다. 

남북통일의 계기가 자연재해라니? 

약간 떨떠름하지만 이렇게라도 속히 통일됐으면 하는 감독의 염원이 엿보인다. 자주(自主)로 통일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오랜 역사의 교훈을 보면 ‘자주’라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음을 본다. 

삼국통일도 당나라라는 외세와의 협조에서 시작했다.

오랜 세월 유지된 조선은 대륙 세력과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서양세력이 몰아치던 조선의 끝에서 고종은 대한제국이라는 자주국가를 천명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내려진 대원군의 쇄국정책 때문에 이미 자주적인 힘의 균형을 갖추기 힘든 때였다.

결국 그렇게도 바라던 독립도 외세의 힘으로 얻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제정세의 변화가 준 선물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말처럼 해방과 자주독립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희생 덕분이기도 했다.

물론 우리가 긴 역사 속에서 손 놓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꾸준히 열심히 공동체의 운명을 위해 애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나라도 국제 정세와 동떨어져 살 수는 없다는 현실을 되새기면 모든 여건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 

국제정세와 외교도 질서가 있다. 힘이 센 쪽에 칼자루가 간다. 동물의 왕국처럼 인간의 나라들도 힘에 따라 죽고 산다. 

▲백두산의 화산폭발로 남·북한은 모두 쑥밭이 되는 등 급박한 상황전개로 남북은 저절로 하나가 되고 와중에 미국과 중국, 외세는 배제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백두산' 이야기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백두산'의 한 장면. (사진=세계로컬타임즈DB·디자인팀)

힘 중에 지력(智力)이란 것도 있다. 

지략(智略)과도 비슷한 이 힘은 물리력이 약한 존재가 기회를 보아 승리할 수 있는, 또는 살아남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힘이다. 

큰 나라들 틈에 끼인 안타까운 우리 입장에서는 잘 활용하면 좋을 힘이다.

삶은 전쟁이고 국가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소원이 영화처럼 속히 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 신라는 삼국 중에서 강한 나라는 아니었다. 

문화가 발달한 나라도 못됐다.

하지만 통일을 주도한 김춘추와 김유신에게는 지력(智力), 그러니까 지략(智略)이 있었다.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일화가 김춘추가 고구려에서 빠져나올 때의 이야기다. 

선덕여왕 11년(642)에 백제가 대량주를 함락했을 때 김춘추의 딸이 남편 품석을 따라 죽었다. 

이를 한스러워한 김춘추는고구려에 청병해 백제에 대한 원한을 갚으려 떠났다.

만약 60일 만에 돌아오지 못하면 김유신이 고구려와 백제를 침략하기로 피로 맹세하고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김춘추는 고구려 정세를 살피러 온 것으로 오해받아 고구려에 압류된다. 

고구려왕은 마목현과 죽령을 고구려에 돌려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김춘추는 신하인 자신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대답한 결과다. 

지략있는 김춘추는 왕이 총애하는 신하 선도해에게 몰래 푸른 베 300보를 건네고, 선도해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힌트를 준다. 

결국 김춘추는 거짓으로 고구려왕에게 땅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김춘추는 풀려나 고구려 국경을 나서면서 전송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한 말은 단지 죽음을 면하려 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지력의 소유자들의 적극적인 활약에 힘입은 것이었다.

현재 세상이 4차산업혁명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해도 지혜와 지력, 지략은 항상 유용하다.

기계를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고 최종 의사결정하는 것도 인간이다.

분단국이었던 독일의 통일 또한 주변국들에 대한 지난한 설득과 협조의 과정을 거쳐서 이뤄졌다. 

통일을 위해 그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양독간의 교류에도 힘썼지만 무엇보다 통일에 우호적인 주변국가들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재력과 지력을 쏟아 부었다. 

2020년, 경자년이다. 쥐도 지략에 뛰어난 동물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살아남는 지혜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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