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와 김춘추의 거짓말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0-05-15 16: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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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그리스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열 한번째 과업은 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황금사과를 따오는 것이었다. 

황금사과는 가이아가 제우스와 헤라의 결혼 축하선물로 보낸 것으로, 머리 100개 달린 용과 요정 헤스페리데스 세 자매가 지키고 있었다. 문제는 그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는 거였다. 

헤라클레스는 네레우스를 찾아가면 정원이 있는 곳을 알 수 있다는 말을 강의 요정에게서 듣고는 네레우스에게 가서 어렵사리 장소를 알아낸다. 네레우스에게 황금사과나무의 소재를 물은 뒤에 프로메테우스를 구하라는 예언을 들은 헤라클레스는 코카서스 산에 가서 프로메테우스를 구한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를 죽여주고는 그 보답으로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방법을 알게 된다. 프로메테우스는 그에게 자신과 형제인 아틀라스를 찾아가라고 알려 준다.

계속 서쪽으로 가던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가 어깨에 하늘을 메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제우스에 대항한 죄로 평생 하늘을 떠받쳐야 하는 벌을 받던 아틀라스에게 헤라클레스는 자기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을 테니 황금사과를 하나 따 달라고 부탁했다. 

아틀라스는 헤스페리데스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황금사과를 가져올 수 있는 존재였다. 아틀라스는 황금사과 정원에 가서 사과를 가져오기로 하고, 그 동안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메고 있기로 한다.

사과를 가지고 돌아오던 아틀라스는 몸이 아주 가벼워진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어깨가 이렇게 가벼운 적이 없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더 이상 무거운 하늘을 메고 싶지 않았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이 직접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사과를 갖다 주겠다고 했다. 헤라클레스가 아무리 힘이 세고 용감하더라도 하늘을 어깨에 떠멘 채로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 그는 기발한 꾀를 하나 생각해 냈다. 아틀라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헤라클레스는 이렇게 부탁을 했다. 자신은 오른손잡이인데 왼쪽 어깨로 하늘을 메고 있자니 너무 힘들다, 그러니 오른 쪽 어깨로 하늘 축을 옮겨달라고 했다. 아틀라스는 황금사과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가 하늘 축을 조금 들어주었다. 그때 헤라클레스는 재빨리 빠져나와, 바닥에 놓인 황금사과를 들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비슷한 이야기가 삼국시대에도 있었다. 

선덕대왕 11년(642)에 백제가 대량주를 함락했을 때 김춘추의 딸이 남편 품석을 따라 죽었다. 

김춘추가 이를 한하여 고구려에 청병해 백제에 대한 원한을 갚으려해 왕의 승낙을 받았다. 60일 만에 돌아오지 못하면 김유신이 고구려와 백제를 침략하기로 서로 피로 맹세하고 김춘추는 고구려로 떠난다. 고구려왕은 처음에 김춘추를 환대했으나 고구려 정세를 살피러 온 것이라는 신하들의 모함을 듣고 김춘추를 오해하게 된다. 왕은 마목현과 죽령을 고구려에게 돌려줄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고, 김춘추는 신하인 자신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정직하게 대답해 갇히는 신세가 된다. 

풀려날 방도를 고민하던 김춘추는 고구려왕이 총애하던 신하 선도해에게 몰래 푸른 베 3백 보를 주었다. 선도해는 농담처럼 말했다. “거북이와 토끼의 이야기를 잘 아실 것입니다. 토끼는 간과 심장을 꺼내 씻은 후에 바위 밑에 두었다고 말하였지요. 거북이는 그 말을 곧이듣고 토끼와 함께 육지로 돌아갔는데, 토끼는 결국 도망을 치게 되었지요.” 김춘추는 선도해가 말하려는 뜻을 알아차려 고구려왕에게 글을 올렸다. “마목현과 죽령은 본디 대국의 땅입니다. 신이 귀국하면 우리 왕에게 이 땅을 돌려보내도록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태양을 두고 맹세합니다.” 

그러는 사이 60일이 지나 김유신은 고구려를 치려고 출정하게 되고 고구려왕은 김춘추가 한 말도 있어 그를 놓아 준다. 김춘추는 풀려나 고구려 국경을 나서면서 전송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한 말은 단지 죽음을 면하려 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정직은 선이고 부정직은 악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과 악의 구분은 단순하지 않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의 동기와 의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대와 나 사이에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어떤 일이 전개됐는지에 따라서 거짓말도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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