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영효율화, 되레 지하철 이용 시민 안전 위협

연중 기획 [K-Safety 문화 운동] 4. 지하철의 안전 진단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2-26 16: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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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영국 런던에서 운행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증기기관차가 지하터널을 주행하면서 매운 연기로 인해 공기의 질이 최악이었지만 1890년 전기기관차가 도입되면서 개선됐다. 산업혁명 이후 도심으로 인구가 밀집되고 토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심의 도로 개발이 어려워졌고, 대중교통수단으로 지하철을 도입하는 도시가 점점 늘어났다.


지하철은 도입된 지 150여 년이 넘어서면서 대도시에서 가장 저렴하고 유용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도로 확장은 정체됐는데 반해 승용차가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도로가 버스와 같은 육상교통수단만으로 도심의 이동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 운행을 시작한 이후 지하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지하철을 확장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구 성장의 정체, 노령 인구의 증가, 주력 산업의 침체, 도심의 공동화 현상, 공공부채의 급증 등으로 투자재원은 제한돼 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지하철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K-안전진단 모델을 적용한 지하철 안전평가.

 

▶노선·전동차 숫자대비 대형사고 적어


한국의 지하철 역사는 1974년 개통한 서울메트로 1호선에서 출발했다. 서울역~청량리 9.54km에 9개역을 만든 것에 불과했지만 이후 영등포~왕십리를 연결한 2호선, 미아동~퇴계로를 연결한 3호선, 강남 포이동~대림동을 연결한 4호선, 연희동~천호동을 연결한 5호선 등으로 확장됐다. 2019년 2월 현재 서울지하철은 9호선까지 운행 중이다.


지방의 지하철 내역을 살펴보면 1985년 개통한 부산은 4호선까지, 1997년 개통한 대구는 3호선까지, 1999년 개통한 인천은 2호선, 2004년 개통한 광주는 1호선, 2007년 개통한 대전은 1호선 등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광역시에만 지하철이 운행 중인데 이는 막대한 건설비와 수요 등을 감안하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도시철도인 지하철의 철로 길이는 2010년 기준 534㎞에 불과하며 전동차는 7425대로 조사됐다. 2010년 기준 철도사고 현황을 보면 부산교통공사 13건, 서울메트로 8건, 인천메트로 2건 등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사고 내역을 살펴보면 철로의 길이, 운행역사, 사고발생 건수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지하철 사고 중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은 2003년 대구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다. 50대 방화범이 전동차 내부에 불을 붙인 휘발유 페트병을 던져 발생한 화재로 인해 19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48명에 달했다. 지하철공사 근무자의 대응 미숙이 피해를 더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도 빼놓을 수 없다. 1982년 4월 서울 서대문구 무악재 3호선 공사 현장이 붕괴되면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4대가 추락했다. 사망자 11명, 부상자 40여 명이 발생한 인재였다. 1995년 대구 지하철공사장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해 사망자 101명, 부상자 145명 등 24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근에서 백화점 신축 공사를 담당하던 업체가 실수로 가스관을 파손했고, 공사업체의 늑장 신고와 도시가스의 부실 대응이 사고의 주요인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는 철도와 달리 지하철은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를 제외하면 대규모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관련 기업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사측이 비용 절감을 목표로 인력 구조조정을 강화해 안전요원이 부족하고 승무원의 근무시간이 과다한 것이 안전사고의 주원인이라고 한다.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판단된다.

▶사고 발생 빈발한 데 대비는 못해


서울을 포함해 주요 도시에서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업은 공기업으로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다. 경영합리화를 통해 적자를 줄이고 세금 투입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안전이 취약해진다면 인건비와 유지보수비를 줄이는 방식의 경영효율화는 지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 등 주요 6개 광역시에 도입된 지하철 노선은 모두 21개에 달하고, 부산-김해 등 경전철도 4개 노선이 운영 중이다. 2016년 인천공항의 자기부상열차가 6.1㎞ 구간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무인운전 경량전철, 자기부상열차 등의 도입이 늘어나면서 지하철의 사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지하철 사고도 철도와 유사하게 시설물 관리 부주의나 훼손으로 인한 정전사고, 무리한 탑승과 운행으로 초래되는 승강장 안전사고, 안전거리 미확보와 운전 미숙으로 인한 추돌사고, 차량 노후화와 정비 불량으로 인한 정차사고 등은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외 지하철 사고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0년 4월 서울메트로 4호선 범계역에서 금정역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탈선한 사고가 발생했다. 완화곡선구간의 궤도 평면성틀림이 한계치를 벗어나 탈선한 것으로 스프링 등 차량 부품의 사용 연한이 경과해 탄성도가 저하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2005년 4월 JR서일본 소속 전동차가 탈선해 선로 옆 아파트 1층에 충돌하면서 107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당했다. 기관사는 입사 11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입이었으며 지연 출발로 인해 과속을 한 것이 탈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곡선 선로에서는 70㎞로 감속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10㎞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6월 워싱턴 지하철역 앞에서 신호를 받아 정지해 있던 전동차를 후행 전동차를 충돌하면서 승객 9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한 사고가 발생했다. 2000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하철에서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원 2명이 부정기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2015년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생한 출입문 끼임 사고가 한 달 평균 22.5건으로 연간 200~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승강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문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사고가 줄어든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  국내 지하철은 지나친 경영효율화로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지하철 승강장의 인터폰(왼쪽 노란색) 모습. .

 

국내 지하철은 철도보다는 지하터널, 지하역사 등 시설물 노후화 정도가 낮은 수준이지만 이미 40년이 넘었기 때문에 국내 콘크리트 건축물의 평균 수명인 30년은 초과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계수명이 지난 차량과 부품을 사용하는 관행도 사라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지하철은 혼잡도 측면에서 지옥철이라고 불리는데 안전사고 빈도 관점에서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승객 방어능력 취약해 안전장치 중요


지하철은 철도에 비해 속도가 낮은 편이지만 지하를 주로 운행하며 브레이크 성능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승객이나 승무원이 사고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지하라는 특성으로 인해 화재를 감지하고도 사고 열차에서 탈출, 안전한 지상공간으로의 이동 등은 불가능에 가까워 방어 능력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열차에 끼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1명이 수리하는 동안에 열차의 진입여부를 확인하는 사람이 필요해 2명이 작업해야 하는 안전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사자는 전동차가 구내에 진입하는 것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사망했다. 비록 전동차가 역 구내로 진입하면서 속도를 줄였다고 하지만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작업하던 작업자가 피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다.


지하철 구내에 설치된 시설물의 안전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에 속한다. 2010년 1월 부산 도시지하철 연산역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은 사고 방어 능력이 취약해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들은 사소한 사고라 해도 인지능력이 떨어져 적절한 방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직후에 서울 지하철 전동차량 내부의 의자, 천장 소재 등을 불연 소재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하지만 모두가 잊을만하니까 다시 의자를 천으로 덮은 인테리어가 재개됐으며 기존 전동차의 의자도 대부분 천으로 덮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 불감증 사례에 속한다.


지하철은 개방된 지상에서 운행되는 철도와 달리 폐쇄된 지하공간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승무원, 승객 모두 사고발생 시 방어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예방장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할 수 있는 장치는 승강장 안전문 설치, 전동차 내부에 불연 소재의 사용, 전동차 내부의 소화시스템 장착, 역사 내부에 스프링쿨러의 설치, 전동차량 바닥의 미끄럼 방지 패드 부착 등이 있다.
승객이나 승무원의 방어 노력보다는 예방장치의 사고 피해 효과가 크다는 점도 서울교통공사 경영진이 유념해야 할 경영지침이라고 볼 수 있다.


▶승객 손실은 막대 지하철공사 자산 손실은 미미


지하철 안전사고는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대형사고보다는 소소한 인명상해 사고나 운행지연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소홀하게 대할 가능성이 높다. 출근길 전동차 내부의 혼잡이 가중되고, 승객들의 출근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진이나 승무원의 생각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지하철 1~8호선에서 사고로 부상한 사람은 157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4명이며 1년 평균 524명이 안전사고로 상해를 입었다. 치료비를 제공한 안전사고만 집계한 것으로 경미한 상해사고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철을 운행하는 공사의 입장에서는 전동차 추돌사고가 아니면 승객 안전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경미할 수 있다. 승객의 치료비로 제공하는 보상금이 차량 파손을 수리하기 위한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차의 비정상적인 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승객 수만 명의 시간 손실, 기회비용 등을 전부 합치면 전동차의 물리적 파괴를 수리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것이다. 당연하게 시간 손실이나 기회비용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피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언론도 며칠 잠깐 보도하다가 중단하고 시민들은 불안해도 매일 지하철을 타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한다. 운영 업체들이 안전규정 준수를 소홀하게 대하는 이유다.


▶운영 주체가 안전사고 예방 노력할 가능성 낮아


지하철 안전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면 철도와 마찬가지로 차량, 설비, 지하터널 등의 노후로 인해 사고발생 가능성이 아주 많으며, 승객과 승무원이 사고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은 취약하다. 하지만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에게만 전가되기 때문에 운영주체가 판단하는 자산 손실은 사소한 수준이다.


야간이나 주간 설비보수 등 위험한 업무를 외주로 돌리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각종 업무에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외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하 매설물 확인, 급전 차단 등 사전 조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하철 운영을 위해 필요한 세금을 내고 매일 지하철을 선택해야 하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운영 업체나 시의 안전 소홀로 인해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승객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나 지하철 교통공사는 정치적 수사로 승객의 안전에 관심이 있다고 입으로만 떠들 뿐이다.


수많은 유형의 지하철 안전사고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지만 사고예방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노조도 파업이나 게시물을 통해 경영진의 무리한 경영효율화 정책으로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승객 안전을 볼모로 잡고 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소한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 안전수칙 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문 끼임 사고의 경우에는 문이 닫히는 와중에 급하게 타려고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행동 요령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가장 많은 사고 원인에 올라 있다.


지하철 관련 시설물 중에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도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에게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호자의 주의가 요망된다.


평소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대피로, 안전장비 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운영 주체가 스스로 안전사고를 줄일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버리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 다음 호에 계속 - / 민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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