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웅 세종사이버대 교수 “소방안전 확립은 교육에서 출발”

생활 안전교육 일상화 시급…지자체, ‘안전 예산’ 확대 필요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19-07-04 16: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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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안전 전문가 박청웅(사진) 교수는 사회의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해법으로 생활 교육에서 찾는다. (사진=김영식 기자)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때이른 초여름 날씨로 한창 무덥던 지난 6월 말 오후, 방학으로 한산해진 세종사이버대학교 캠퍼스의 교수 연구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취재진을 잡고 “우리(전문가) 역할을 언론에서 해주니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일”이라며 반갑게 웃던 이는 소방안전 관련 국내 권위자로 꼽히는, 30년 이상의 현장 경력의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다.


박 교수는 소방간부후보생(5기)으로 중앙소방학교 1년 교육 수료 뒤 소방위 임용되면서부터 현장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경기도 의정부소방서장과 중앙119구조단장, 전남 소방본부장 등 굵직한 소방 간부직을 두루 거치면서 재난예방과 인명구조 등 풍부한 경험을 갖춘 소방안전 베테랑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각종 대형 재난 사고로 막대한 희생을 치뤄왔다. 그 때마다 사고 원인으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언론의 기사로 올랐고 국민 공분은 치솟았다. 

 

매번 되풀이되는 인재(人災)
“시민 생활 속 안전 실천만으로도 큰 효과”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은 차치하고라도, 이 같은 ‘인재’로 인한 재난사고는 우리가 생활 속 안전의식을 높이고 실천해나가는 노력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한다.


박 교수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병원 화재,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 종로 고시원 화재, KT통신구 화재 등은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며 “발생 당시 관리자(근무자)의 신속한 초기 대응활동에 문제점을 안겨준 사례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박 교수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구체적으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첫째로 국민의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을 강조했다. 안전사고는 국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따라서 각 연령층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예방의 중요성은 안전문화의 저변 확대로 완성된다”며 “이는 어린 학생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직장인·중년·노년으로 이어지는 ‘생애’ 교육을 통한 안전문화 환경의 조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정부 역할이 중요하며, 예산‧제도적 보완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회 차원의 소방기본법 개정을 통해 ‘안전교육의 의무화’를 명시하는 등 보다 국가 차원의 교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수난사고 구조활동 모습.(사진=박청웅 교수 제공)

아울러 전체 화재 사고의 절반이 넘는 무려 53%가 이른바 ‘부주의’에 따른 것으로, 시민 계도 등 ‘생활 밀착형’ 교육의 중요성이 언급된다. 특히 각종 재난사고 이슈에 민감한 일본의 벤치마킹 필요성도 거론된다.


박 교수는 지난 2005년 발생한 강원 양양 낙산사 소실 사건을 시민 부주의에 따른 대표적인 사건 사례로 들었다.

 
박 교수는 “당시 산불도 운전자가 버린 담뱃불에 의해 발화한 후 강풍을 타고 확대, 낙산사 전체가 소실되는 대형 화재로 번졌다”면서 “생활 가운데 발생한 작은 불씨가 인명과 재산상 손실로 이어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따라서 평소 가정이나 사업장 등 내 주변에 존재하는 위험요인이나 화재에 취약한 곳을 사전에 찾아내 예방조치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같은 안전의식 수준을 높이는 것은 역시 교육의 중요성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진 등 안전사고 예방에 철저한 일본의 ‘마을 단위’ 안전체험관 운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마을 단위로 안전체험관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시민 누구나 어릴 때부터 가까운 곳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밀착형+생애주기별’ 교육이 동시에 진행, 결국 생활 속 뿌리 깊은 안전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 마을 단위 안전체험관배치

우리나라 시설 확충 생활 속 안전교육 중요

 

우리나라에도 안전체험관은 존재한다. 주로 광역단위로 운영 중인 상태로,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책임 아래 서울 신대방동 소재 보라매안전체험관과 능동에 위치한 광나루안전체험관 등에서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홍보 부족 등 여러 원인으로 대다수 시민들은 안전체험관이 어디 있는지, 심지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시민 괴리감’에 박 교수는 “안전체험관 운영을 기초 지자체 수준인 시군구 단위로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시민들의 직접 안전체험이 가능한 시설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안전교육시설 가운데 하나인 안전체험관의 시군구 단위 도입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 부담으로 작용하는 예산에 대해선 안전교육 역시 복지활동의 일환인 만큼 복지예산을 조금 더 탄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알제리 지진 당시 구조 활동 장면.(사진=박청웅 교수 제공)

박 교수는 둘째로 소방시설 설치 관련 적정성 평가 강화 및 건축주(입주자)의 자기책임성 확립 등 사회 전반적 ‘안전 척도 제고’를 주문했다. 특히 관련법상 규정된 ‘관계자’에 대한 안전사고 책임을 강화, 안전의식 척도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관계자란 건물주 등 소유자, 관리자, 점유자로 구성된다.


박 교수는 “최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건물 정상운영의 책임자인 건물주 등 법률상 관계자에 대한 자기 책임성 확립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당시 화재는 스포츠센터 건물의 부실 운영 등으로 더 큰 화(禍)를 초래했다. 대피로 등 비상구 확보 실패가 수많은 사망자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박 교수는 “당시 스포츠센터 2층 목욕탕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3층 이발소에선 전원 대피에 성공했다”면서 “이는 평소 ‘관계자’들의 건물관리 부재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 관계자의 자기 책임성이 강조된다면 평소 자기 건물의 입주자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었을 것”이라며 “소방당국의 건물 시설 설치 기준에 대한 적정성 평가 역시 보다 엄격한 방향으로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지자체 역할 중요
안전 관련 예산 부족…“탄력적으로 바라봐야”

 

셋째로 박 교수는 공공영역에서의 안전 분야 기관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소방청은 전문가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체계 확립이란 하드웨어적 측면과 구성원 스스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프트웨어적 대책 등을 병행 추진, 국민 안전을 최우선 하는 조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소방공무원의 인력 및 관련장비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인력의 도시 편중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반 화재 사고의 경우 서울시는 8~90% 진압률을 보일 만큼 우수한 반면, 지방 중소도시에선 출동부터 현장도착까지 무려 2~30분 소요되는 곳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소방 인력의 중앙-지방 간 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


또한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 문제와 관련, 박 교수는 최근 논란이 지속 중인 이들의 국가직 전환 이슈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다만 국가직 전환이 모든 문제 해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일부 지역 지자체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사비를 털어 장비를 구입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이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려 40만에 가까운 이들의 국가직 전환에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최근 이들의 처우 개선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각종 반대 의견에도 소방공무원이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막중한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국가직 전환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항공구조 훈련 모습.(사진=박청웅 교수 제공)

인터뷰 말미, 박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재난현장에 투입되는 ‘헬기 확충’ 문제를 꺼내들었다.


박 교수가 중앙119구조단(현 구조본부) 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등산을 나온 시각장애인 등 총 21명이 갑작스런 폭우로 가평 칼봉산 속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야간 신고를 마지막으로 연락도 두절된 상태였다. 엄청난 폭우에 요구조자의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떠난 대원들마저 연락이 끊겼다.

 
피를 말리는 시간 끝에 다음날 새벽 헬기 3대를 띄워 수색에 나섰고 결국 21명 전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위치 파악이 되지 않던 대원들은 앞서 요구조자들과 접촉해 미리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모든 경력을 통틀어 이 사건 해결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 칼봉산 구조활동 장면.(사진=박청웅 교수 제공)

각종 재난현장에서 헬기는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응급환자 구호조치용 EMS 장비 수송, 고립자들에 대한 생필품 지원, 현장복구 인력 파견 등에 신속성을 더한다.


이뿐 아니라 산림청에서 운용 중인 이른바 ‘스카이크레인’의 경우 1만 리터에 달하는 물을 뿌릴 수 있어 화재 사고 발생 시 즉각 진압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교수는 “재난 현장에서 헬기는 대단히 효과적으로 활용된다”며 “중형 헬기는 물론, 대형 헬기까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방안전 전문가이자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공무원으로 30여 년 근무해오면서 국내외 대규모 재난현장을 수습했던 경험과 소방방재 학문을 접목해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 안전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배출해내는 일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대학 차원의 안전교육 또한 시급한 현실”이라며 “관련 학과 졸업자 배출을 통해 사회 저변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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