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열자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온라인뉴스팀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9-01-17 1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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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어릴 때부터 우리의 감정은 눌려져 왔다. 감정은 다독이고 누를수록 좋다고 배워왔다. 이성 너머에 갇히었던 감정은 어느 날 엉뚱한 곳에서 발사된다. 

 

공적인 자리, 책임있는 말을 해야 할 때에 나도 모르게 억눌린 감정이 분출된다. 그래서 애를 먹는 지도층 인사가 한 둘이 아니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자리에서 이게 웬 봉변인가! 파장은 일파만파, 심하면 창창한 앞날에 검은 먹구름이 끼기도 한다. 

 

어떡하면 이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 새해가 되면 누구나 다잡고 싶은 게 바로 자기 마음이다. 고삐를 풀려고 버둥거리는 마음 말이다. 

 

시작은 간단하다. 인간도 동물의 일종이라는 데서 출발하면 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 식물을 포함한 생명체들은 그 행동의 발단이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걸 알면 된다. 동물이나 식물은 감각이 발달돼 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을 통해 정보가 들어온다. 이 정보를 일차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기제가 바로 느낌, 감정이다. 맛있는 냄새, 부드러운 감촉,... 

 

우리는 이런 걸 본능적으로 좋아하지 않는가? 느껴서 선호되는 것은 바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퀴퀴한 냄새나 뾰족한 촉감은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진화론자들은 느낌에서 비롯한 감정이 우리의 삶을 이끈다고 알려 준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옳다’고 이성으로 판단해서 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감각을 통해 괜찮은 느낌이면 ‘그것이 좋다’는 감정이 생기는 게 더 근원적이라는 거다. 우리의 생각과 이성은 그 다음에 작동한다. ‘좋은’ 느낌과 감정을 합리화해주는 것이다.


<맹자>에는 흔종의식에 끌려가는 송아지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가여워서 그 송아지는 놓아주고 대신 양으로 제물을 삼은 제선왕(齊宣王)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가 더 크고 값이 나가니 ‘소가 아까워 양으로 바꾼’ 걸로 백성들이 오해할 거라고 웃는 왕에게, 맹자는 제사에 끌려가는 송아지를 불쌍히 여긴 왕의 느낌과 감정을 직면하게 한다.

 

바로 그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 ‘아픔을 참지 못하는’ 마음이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의 근본이라고 설파한다. 그런 마음으로 정치한다면 천하 사람들이 저절로 다 왕에게로 몰려들 것이라고 한다. 왕의 느낌과 감정이 좋은 정치의 단초가 됨을 읽어낸 것이다.


느낌은 감각을 따라 온다. 세상과 환경을 향해 열려있는 우리의 감각은 생존을 위한 필수도구이다. 감각이 무뎌지면 위험에 노출된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감각이 극도로 발달돼 있다. 긴 겨울 땅 속에서 잠자는 씨앗은 언제 세상에 나갈지를 정확하게 감지한다. 너무 춥거나 햇빛을 충분히 못 받으면 그대로 생을 마감해야 하니까. 

 

상추씨앗은 땅 속에서 햇빛의 양을 감지한다. 온도와 습도가 적절해도 햇빛이 부족하면 꼼짝하지 않는다. 이 일을 담당하는 색소 단백질이 피토크롬이다. 인간인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 이런 감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새해에는 세상을 향해 창을 활짝 열자. 온 감각을 깨우고 심호흡을 하자. 

 

우리 세포들을 다 활성화해 세상이 주는 신호들을 감지하자. 느낌을 열고 감정을 띄우자. 

 

내가 처한 시간과 공간의 꼴은 어떠한지, 여린 감수성으로 세상과 삶을 느끼고 차곡차곡 이성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자. 이런 일들이 어찌 개인의 일이겠는가? 

 

어른들, 부모들, 스승들, 사회지도층들, 특히 정치인들은 감각과 느낌과 감정을 키워야 한다. 

 

레이더를 올려 세상이 원하는 것을 감수하고 냉철한 사고로 그 답을 주어야 한다. 어느 생명체나 마찬가지이다. 감각을 열면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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