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규제, 비현실적 ‘무용지물’

운전면허 필수 불구 무면허 확인 어려워…계기판 속도도 멋대로
임현지 기자 | hj@segyelocal.com | 입력 2019-10-18 17: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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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로컬타임즈 임현지 기자]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규제들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어 법을 바꾸려는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제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안전기구 착용이 필수지만 이를 지키는 사용자가 많지 않으며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이처럼 법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이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다. 


"불법이라고요?" 아리송한 규제


개인형 이동수단은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로 자동차의 일종이다. 이용 시 운전면허증이 필수이며 이에 따라 차도로만 다닐 수 있다. 인도나 자전거도로는 운행 금지다. 하지만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자동차관리법 대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법에 따른 안전기준이 적용된다. 


'전동킥보드가 이륜자동차'라는 점이 이용자들에게 혼선을 준다. 법에 따라 차도로만 다닐 수 있으나, 법으로 정해진 최대 시속은 25km/h이다. 자동차 관리법을 통해 안장 없는 이륜자동차의 경우 최대 시속 25km/h 미만이어야 자동차 등록 및 번호판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동킥보드를 사이드미러와 번호판도 없이 고작 25km/h 미만 속도로 '차도'에서만 주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을 지키려고 차도에서 타고 다니다간 교통 불편은 물론 큰 사고로 번질 우려가 있었다. 사고 위험이 높고 규제가 모호해 보험 상품도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속도가 비슷한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 운행이 허용되지만 전동킥보드는 아직까지 운행이 금지라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면허' 없이도 주행 가능해 


전동킥보드가 이륜자동차로 분류되는 만큼 도로교통법에 따라 원동기면허 또는 자동차 면허가 필수다. 오토바이 등으로 분류되는 원동기면허는 만 16세 이상, 자동차 면허는 만 18세 이상이면 응시 및 취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전국의 전동킥보드 사고 가운데, 만 16세 미만 사고 운전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청소년 무면허 운전이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무면허 운전이 발생하는 이유는 면허증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으로 전동킥보드를 구매할 시 면허증을 인증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옷이나 식품을 구매하듯 전동킥보드를 살 수 있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마찬가지.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하라는 정부 측 권유가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 온라인 전동킥보드 판매자는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법은 정해져 있지만 온라인 구매 시 이를 인증하는 수단은 전혀 없어 학생들도 타고 다닌다"며 "판매자도 구매자의 면허 소지를 확인하지 않으며, 판매자가 면허 확인 없이 판매했다는 사실을 단속하는 일도 없어 온·오프라인 모두 운전면허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또한 면허증 인증이 허술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13개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를 전수조사 한 결과, '실시간 면허 인증 시스템'을 갖춘 곳은 단 6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는 회원가입 후 면허 인증 절차를 통해 대여해 주는데, 13곳 중 5곳은 인증까지 2~3일이 걸려 그 기간 동안은 인증 없이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곳은 이런 인증 절차마저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공유 업체는 면허증 확인 연계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에도 면허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온라인 판매에는 아직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 없는 상태이며 장기적으로는 면허 자체를 면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는 '안전 불감증' 심각


이용자들은 전동킥보드를 이륜자동차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도에서 타야 할 만큼 장거리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 중 65%(중복응답)는 가까운 거리를 이용하기 위해, 51%는 레저를 위해 제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 등 도로 이외 장소에서 이용했다는 응답자도 69.5% 나 있었다. 


운전면허 보유자만 이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10명 중 6명(58.5%) 이었다. 나머지 4명은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이용자 중 6.5%는 실제로 면허를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 안전 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22%, 보호 장비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자는 26.5%에 불과했다. 이용자 10명 중 3명(29%)은 헬멧 등 보호 장비를 단 한 번도 착용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심지어 음주 후 전동킥보드를 이용한 적 있다는 이용자도 26%에 달했다. 


속도 역시 지키지 않고 있었다. 최근에 출시된 전동킥보드는 규제에 따라 시속 25km/h 미만 속도로 조정돼서 출시된다. 그러나 초기 모델들은 최대 시속 50~60km/h까지 운행할 수 있다. 이에 초기 모델을 사용하는 사람은 자체적으로 계기판을 조절해 속도를 낮추지 않는 이상 제한 속도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전동킥보드 판매자는 "최근 나온 제품들은 25km/h 미만으로 정해져 출시되지만 이 역시 이용자가 계기판을 조정해 속도를 높이면 더 빠르게 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속도 조작 시 이륜자동차 사용 신고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를 하나하나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식 따로 법 따로…규제 변경해야


이처럼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와 관리·감독 부재로 전동킥보드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15년 14건이던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사고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233건을 기록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인식과 주행 공간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원 설문조사를 보면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은 '자전거도로(47.5%)'를 가장 안전한 주행 공간으로 꼽았다. 현재 주행 공간으로 규정돼 있는 '차도'를 꼽은 사람은 6%에 불과했다. 


이용자 절반가량(43.5%)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으며,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 종류에 따른 주행 공간 차별화가 필요(24%)'하다고 응답했다. 안전한 이용을 위해서는 교육 및 보험 상품, 전용 면허 개발 등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3월 '제5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통해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 도로 주행 허가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운전면허 규제도 전기자전거에 준하는 수준에서 면제될 예정이다. 단, 어린이 및 청소년 등에 대한 안전 교육 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된다. 


하지만 이는 아직 합의안에 불과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현 규제에 따라야 한다. 관련 부처가 이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경과를 점검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법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해커톤 당시 "꾸준히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진행하면서 여러 합의점을 이끌고 있다"며 "하루아침에 규제, 제도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시작했다는데 의의를 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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