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소방관의 추석, 하루 일과 동행 해보니…

인력부족에 탑승인원도 못지켜져...시민들 '소방차 방해' 여전
조주연 기자 | news9desk@gmail.com | 입력 2018-09-27 09: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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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소방서 전경.

 

[세계로컬타임즈 조주연 기자] 많은 국민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아 성묘하고 돌아 온 민족 대이동의 추석 연휴가 26일로 마무리 됐다.

 

모두가 풍성한 마음으로 지낸 추석 연휴 동안 응급상황 발생 등에 대한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킨 소방대원들과 기자가 추석 당일 하루를 함께 했다.

 

지난 24일, 전북 김제소방서의 협조를 얻어 한 근무조의 근무시간 동안 이들과 동행하며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추석 당일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대부분의 소방대원들은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 소방관에게 추석에 대해 묻자, “추석이요?”라고 되물으며 한참을 생각하다 “그냥 빨간날요”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빨간날은 일반인들이 휴일로 생각하는 빨간날이 아닌 그냥 달력에 붉은 색상으로 표기되어 있는 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휴일이 아닌 일반적인 날과 다름없는 긴장되는 하루 일 뿐이다. 

 

​이들은 3개조로 나눠져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를 한다.

 

AM 8시50분, 매 교대시 마다 이루어 지는 전 근무조와의 교대점검으로 본격적인 근무가 시작됐다.

 

소방관들이 현장 출동만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날 한 소방대원이 취재진에게 가장 먼저 털어 놓은 이야기는 바로 행정사무와 관련된 것이였다.

 

한 소방관은 "출동이 없는 시간에는 거의 매일같이 하달되는 행정사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전하며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전북이 BSC(균형성과평가제도)가 과중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타 지역(전북 이외)에서 이 곳으로 근무지를 옮긴 A 대원은 "전북이 BSC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 순간 긴장 속 근무에 임하는 이들에게 더 적극적인 응급 대응을 원한다면 BSC보다는 충분한 휴식이 더 효과적이지 않나 묻고 싶다.

 

갑자기 긴급상황 발생이 스피커로 울리자 구급팀이 급히 차에 올랐다. 신고된 장소에 도착하니 버스정류장 벤치에 한 60대 남성이 누워 있었다. 주취자였다. 이러한 주취자의 안전을 돌보는 게 언제부터 인지 119의 몫이 되어가는게 당연시되는 모습이 씁쓸했다.

 

가까운 응급의료시설로 주취자를 이송한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한 모텔로 이동했다. 쓰러져 있는 한 남성 투숙객이 발견돼 경찰과 함께 출동한 것이다. 이 남성은 알콜중독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는데, 출동한 B 대원은 이 남성을 바로 알아차렸다. 거의 단골(?)이었다.

 

구급차는 가까운 응급시설이 아닌 알콜중독치료 전문병원으로 향했다. B 구급대원에게 이유를 묻자,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 이송이 원칙이지만, 구조자가 지정병원 이송을 요구할 경우에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년 넘게 소방관으로 근무했다는 B 대원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 놨다. 바로 그로부터 '자신의 부모님을 건강검진 예약 한 타 지역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는 자녀의 전화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남성이 상황실(119)에 전화를 걸어 인근 도시 병원에 이송을 부탁하고, 만약 상황실이 거절하면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결국엔 마지못해 출동명령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B 대원은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거절하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고 이로 인해 오히려 자신들이 경위서를 제출하는 경우 등이 잦아서 병원으로 바로 가는 이유가 바로 일을 크게 키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주취자 등 비응급 출동으로 생긴 출동 공백은 응급을 요하는 상황 시 제때 출동을 못하는 상황이 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얼마전 우리는 어느 주취자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한 소방대원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소방대원들은 주취자들을 상대로 힘겨운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적지 않은 비 응급 출동과 주취자 상대 등 힘든 근무 여건 속에 언제부턴가 이들 사이에선 구급팀이 기피부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우 또한 열악했다. 구급팀의 경우는 추가 수당이 지급되지만 그마저도10만원(한달 기준)이 전부다. 더구나 '20년전과 똑같은 금액'이라게 소방관들의 설명이다. 물론 3,000원이 고작인 출동수당도 있으니 더할 말이 없다.  

 

소방관들 식사는 허기만 채우는 시간?

 

​두번째 구급출동 동행 후 귀소한 시간은 11시 58분. 소방관들과 함께 지하에 위치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는 긴급상황 전파를 알리는 큰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다.


주방에서 분주히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건 바로 소방관이다. 소방서에 남아 있는 대원들이 출동한 동료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식단은 반​찬 2개와 찌개 1개가 전부였고 대부분의 대원들은 찌개와 밥을 하나의 대접에 담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한 다기 보다는 조금 느리게 흡입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의 식사 시스템과 모습에 기자는 살짝 당황했다. 적어도 식사 시간 만큼은 든든하고 편하게 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부끄러워 졌다.

 

​평범한 직장인처럼 여유로운 식사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1시간은 사실상 이들에겐 불가능했다. 소방관들에게 식사시간이란 출동이 없는 틈을 타 허기를 채우는 시간으로 밖에 허락되지 않아 보였다.

 

식사 중에도 스피커와 상황판에 귀와 눈을 맡겼고 상황이 발생되면 주저 없이 식사를 중지하고 뛰어 나가야 했다.

 

▲동료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소방대원

 

함께 식사하던 한 대원은 기자에게 "소방관이 된 후로 빨리 먹는 습관이 생겼다”는 말을 웃으며 했는데 기자는 뭐라 답을 할 수 없었다. 전국 대부분의 소방서 소방대원들의 식사는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사실상 식사 시스템도 소방관들이 해결하고 있다. 소방관들끼리 비용을 각출 해서 아주머니를 고용해 식사를 해결한다. 추석은 아주머니들도 휴일이라 식사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소방대원들의 몫이 됐다.

 

▲한 꼬마 손님이 소방차를 둘러본 후 소방대원과 배꼽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후에 한 꼬마 손님이 소방서를 찾았다. 소방서 건물 안, 위풍당당하게 세워진 종류별 소방차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꼬마 손님은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근처에서 머뭇거렸다.

 

방문한 꼬마 손님에겐 1:1 학습 현장, 학습 교사 역할

 

​이때 귀소한 C 소방관이 이 꼬마 손님을 발견하고 가까이 불렀다. 이 대원은 쪼그려 앉아 응급차와 소방차를 설명해주며 짧은 시간 동안 1:1 현장학습 교사를 자청했다.

 

​그는 예고 없는 꼬마 손님들의 방문은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C 소방관은 "늘 응대할 순 없지만 상황과 시간이 허락 될 땐 잠깐이라도 아이들의 호기심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때로 운이 좋은 아이들은 소방차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횡재'도 누리고 간다.

 

▲한 소방대원이 로프를 타고 외벽훈련을 하고 있다.

 

김제소방서 건물 한쪽 외벽에는 소방종합훈련장이 마련되어 있다. 한 대원이 로프를 이용해 외벽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훈련 또한 이들의 일상 중 하나다.

 

국민들의 소방차 비켜주기 인식, 아직 갈 길 멀어

 

오후 4시가 넘어 차량 5중 추돌사고 상황이 발생했다. 추석 당일로 성묘객과 귀경객으로 뒤엉킨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구조차 운전대원은 굳은 표정으로 차량을 출발했다. 

 

그러나 길은 요란한 싸이렌 소리가 무색하게 쉽게 열리지 않았다. 운전대원은 조금이라도 앞으로 더 나가기 위해 연신 운전대를 좌우로 움직였다.

 

​구조차는 사고현장의 정확한 위치와 상황을 연신 전하는 무전소리와 싸이렌 소리가 뒤섞여 긴장감이 끊이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약 30여대의 차량들이 도로 가운데를 열어주었지만, 300m 도 가지 못해 차량으로 인해 다시 발이 묶였다. 심지어 한 중형차는 정체 구간을 빠져나가 구조차를 추월하는 씁쓸한 상황도 나타났다.

 

▲  출동하는 소방차를 일부 차량들이 길을 터주고 있다

 

다행히 추돌사고가 큰 사고가 아니었기에 사고지 도착 전에 귀소 명령이 내려와 구조차를 회차 했지만, 만약 촌각을 다투는 대형사고였다면 사고자들의 안전은 크게 위험한 상황이었다.

 

인력난!!!

 

정부는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 2교대 근무를 3교대 근무로 바꿔 운영한 지 9년이 되고 있다. 하지만 3교대 근무환경에 비례한 인원 충원은 따르지 않아 현장의 고민이 크다.

 

이 날 김제소방서의 경우 특수차로 분류된 배연차, 고가차, 화학차를 한 대원이 다 맡고 있는 상황이다. 3명이 탑승해야 할 구급차량도 2명이 탑승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D 대원은 "분소의 경우 상황출동이 겹치면 한 사람이 구급차를 운영go 운전, 무전, 네비게이션 설정까지 다 하는 경우도 발생된다"고 털어놨다.

 

비록 다른 지자체에서 출동을 돕는 광역체계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 원거리 출동은 좋을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군 대체복무로 의무소방 제도도 있지만, 이날 E 소방대원은 "정해진 기간 동안 임하는 의무소방제는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최근 의무소방 주 40시간 이상 출동금지 공문이 내려와 "사실상 의무소방 눈치를 본다"고 덧붙였다.

 

이 날 김제소방서는 9시부터~18시까지 구급출동 14건을 포함하여 총 20건의 상황에 출동해 대응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에 있는 수많은 소방관들은 응급상황에 놓인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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