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가운데 있는 날’…한가위, 전통성·가치 되새겨야

오곡 수확 풍요의 시기…조상에 차례 후 산소 보수 성묘
문화도 하나의 역사…전통 놀이엔 공생·감사 의미 담겨
최영주 기자 | young0509@segyelocal.com | 입력 2020-09-16 23: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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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전통놀이 강강술래 모습.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사진자료집 갈무리)   

 

[세계로컬타임즈 최영주 기자] 우리나라의 명절은 설·대보름·한식·초파일·단오·유두·백중·추석·동지 등이 있다.


1518년 중종 때 설, 단오, 추석을 3대 명절로 정했으며 그 중 하나인 추석이 곧 다가온다.


추석을 가배 · 가위 · 중추절 ·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순 우리말로는 한가위다.


‘중추절(仲秋節’)은 한자 표기이며 풀이하면, 가을의 가운데 절기라는 뜻이다. 절기를 나누면 음력 7·8·9월이 가을에 속하고 8월 15일은 그 중 가운데가 되므로 중추절인 것이다.


‘가배’의 어원은,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의하면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년 조에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나눠 두 왕녀가 그들을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매일 뜰에 모여 배를 짜게 하고 8월 보름이 되면 승자를 가려 진편이 이긴 편에게 음식을 장만해 대접했다. 이 때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는데 이를 ‘가배’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가배’에서 ‘가위’가 유래됐고, ‘크다’는 뜻의 ‘한’이 합쳐져 ‘한가위’가 됐으며 풀이를 하면 ‘음력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석이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이 보름달이다. 둥근 달의 환한 달빛을 봐야 보리와 메밀이 흉년이 들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만큼 음력 8월 15일의 저녁은 중요하게 여겨졌다.

 

 ‘추석’이 ‘秋 (가을 추)’와 ‘夕 (저녁 석)’으로 이뤄져 있는 것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 2019년 추석에 뜬 큰 보름달 모습. (사진=세계로컬타임즈DB)

추석 전날 가족들이 둘러앉아 반달 모양의 송편을 빚으며 아직 가득차지 않은 달이 추석 저녁에는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되길 기원하기도 하면서,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쁘고 잘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는 말에 처녀, 총각들은 한껏 솜씨를 부렸다. 또한,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말에 임신 중인 부녀자들이 손끝에 힘을 줘가며 송편을 빚었다. 이렇듯 ‘夕 (저녁 석)’이 명칭에 들어갈 만큼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농경민족인 조상들에게 음력 8월은 봄에서 여름 동안의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로 곡식과 과일들이 풍족한 시기이며 여름의 한더위를 보내고 엄동설한의 겨울을 맞이하기 전으로 계절상으로도 평안한 계절이다. 거기에 1년 중 가장 큰 만월을 맞이하는 날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속담도 생긴 것이다.


한가위 날 아침에는 일가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낸다. 설날은 떡국을 차례상에 올리지만 추석에는 새로 수확한 햅쌀로 지은 밥을 올리고 햅쌀로 빚은 술을 올린다.


차례를 지내고 나면 상에 올렸던 음식으로 음복을 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무덤 보수와 벌초를 하는 등 성묘를 한다. 요즘은 바쁜 현대인들의 일정과 교통 체증을 이유로 추석 전에 미리 가서 하거나 대행업체에게 의뢰해 벌초를 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

추석 무렵은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날이기도 하고 계절도 선선하니 좋고 농사도 마무리 한 터라 한가하다. 그래서인지 놀이도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하다.


조선후기 문신 홍석모가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풍속지인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반보기’라는 풍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시집간 여자가 평상시 친정에 가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친정부모가 추석 전후로 사람을 보내 만날 장소와 시간을 약속해 시집과 친정 중간쯤에서 만나는 것을 ‘반보기’라 한다.


제주도에는 ‘조리희(照里戱)’가 있었다. 이는 남녀가 모여 가무를 하며 놀았으며, 큰 줄을 만들어 패를 짜고 줄다리기를 했다. 또 그네를 뛰고 닭잡기 놀이도 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외에도 소멕이 놀이 · 거북놀이 · 덕석말이놀이와 추석놀이하면 떠오르는 강강술래놀이 · 소싸움 · 닭싸움 · 가마싸움 등이 있다.

 

▲소놀이·소굿이라고도 부르는 ‘소멕이 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양주시 유투브 갈무리)


‘소멕이 놀이’는 소놀이, 소굿이라고도 부르는데 소 형상을 만들어 쓰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풍년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민속놀이다.


황해도·경기도·충청북도 등 중부지역과 강원도의 영서지방에서 주로 행해졌다.

 

이 놀이는 두 사람이 멍석을 쓰고 앞사람은 고무래(논, 밭의 흙을 고르거나 씨를 뿌린 뒤 흙 덮을 때, 곡식을 모으거나 펴는 데 쓰는 연장) 두 개를 들고 뿔을 만들어 소머리 형상을 하며, 뒷사람은 새끼줄이나 싸리 빗자루로 꼬리를 삼아 농악대를 앞세우고 소의 주인과 머슴이 이를 몰고 청장년들이 뒤를 따르며 마을의 집집을 찾아다닌다.


살림이 넉넉한 집 앞에 다다르면 소가 ‘음매음매’ 하면서 울음소리를 내고 몰이꾼은 “옆집 누렁 소가 평생에 즐기는 싸리 꼬챙이(산적을 의미)와 쌀뜨물(술을 의미)이 먹고 싶어 찾아왔으니 푸짐하게 내어주시오” 하고 외친다. 집 주인은 많은 음식을 차려 이들을 대접하고 농악대가 흥겹게 농악을 울리며 춤을 추고 즐긴다. 


한바탕의 놀이가 끝나면 이 집의 농사 대풍과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덕담을 늘어놓는다.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전승하는 ‘거북놀이’는 소멕이 놀이와 같은 형태와 성격을 지닌 놀이로 수명을 상징하는 거북이를 통해 농사뿐만 아니라 사업과 자손이 잘 되기를 바라는 성격이 강하다.

 

▲ 거북놀이 모습.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사진자료집 갈무리)  


이 두 놀이는 집을 돌아다니며 얻은 음식을 가난해 추석음식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해 공생의 의식을 보이기도 한다.


‘덕석말이놀이’는 ‘덕석몰이놀이’라고도 하며, 농촌에서 곡물을 말리기 위해 멍석을 말았다 풀었다 하는 동작을 본뜬 것으로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맨 끝에 있는 사람이 맨 앞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면서 덕석(멍석)을 말듯이 여러 차례 도는 대로 한 덩어리로 뭉치게 되는 형태의 놀이다.


‘덕석말이’라는 이름은 놀이꾼들이 서로 손을 마주잡은 채 한 사람을 중심으로 멍석을 말듯이 똘똘 뭉쳤다가 다시 풀듯이 흩어지는 동작을 반복하는 데서 온 것이다.

 

▲ 덕석말이놀이 모습.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사진자료집 갈무리)  


‘닭싸움’과 ‘소싸움’은 주로 남도지방에서 많이 즐겼다.


‘닭싸움’은 싸움에 소질이 있는 수탉을 길러서 싸움을 붙이는데 서로 몸을 부닥치고 높이 뛰어서 상대편 볏을 노린다. 닭싸움에 지면은 이긴 집 마당에 놀러도 못가고 암탉도 빼앗기기 때문에 사투를 한다.

‘소싸움’은 넓은 우리 안에 고삐를 푼 황소 두 마리를 넣어두고 싸움을 붙인다. 두 마리 소는 서로 노려보다가 성이 나면 앞발로 땅을 긁어 흙을 파헤치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비비며 뿔로 받고 밀치고 한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다 하나가 도망가면 승부가 난다.
현재 경상북도 청도에 소싸움장이 있어 사람들에게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이 외에 강강술래놀이나 가마싸움 등은 예전 초등학생들의 운동회에서도 많이 재현되기도 하고 지역 행사에서도 놀이가 진행되는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추석 전통놀이가 됐다.


추석에는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놀이 뿐 아니라 신앙의 의미가 담긴 행사도 있다.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추석 전날 밤, 남자아이들이 벌거벗고 밭고랑을 기어 다니는 풍속이 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의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건강해진다고 믿는 일종의 축원 행위이다.

 

▲ 추석전후 그해 농사에서 가장 잘 익은 벼·수수·조 등의 이삭을 묶어 만든 올게심니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사진자료집 갈무리)  


추석 전후로 그해의 농사에서 가장 잘 익은 벼 · 수수 · 조 등의 이삭을 묶어 기둥이나 방문 위 또는 벽에 걸어 두는 풍습으로 ‘올게심니’를 해놓으면 다음해에 그 곡식들이 풍년이 든다고 믿는 풍습이다. 


올게심니를 해 걸어뒀던 곡식 이삭은 절대 먹지 않고 놔뒀다가 다음해에 종자로 쓰거나 다음해에 올게심니를 새로 할 때 찧어서 밥이나 떡을 만들어서 조상의 사당에 천신하기도 했다. 이는 풍년 기원과 함께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추석 전통놀이나 문화는 살펴본 것처럼 곡식이나 과일 등 한 해 농사의 결실로 일 년 중 가장 풍족한 시기에 대한 감사와 즐거움이 가득한 날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겨울을 무탈하게 보내고 다음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조상과 하늘에 감사하는 의미를 지닌 날이기도 하다.


핵가족화가 되고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추석’이 그저 며칠간의 휴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례상 준비와 손님맞이로 주부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차례 문화가 유교문화의 잔재"라며 "굳이지켜가야 하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절의 형식을 이어나가자는 의미보다는 전통성을 지닌 그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지나온 시간만 역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도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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