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금속활자愛 푹∼ 직지 숲으로 함께 산책가요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21일까지 열려
온라인뉴스팀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8-10-11 03:00:48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지금 충북 청주는 고려시대 금속활자에 푹 빠졌다. 청주시는 지난 1일부터 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축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현재 존재하는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축제의 이름은 ‘2018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다. ‘직지 숲으로의 산책’을 주제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청주예술의 전당 앞 광장에 설치된 높이 18m의 직지숲 조형물 모습. 이 조형물은 버려진 가구 등 폐기 직전의 목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직지코리아조직위 제공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21일까지 펼쳐진다

직지코리아 조직위원회는 지난 9일까지 14만4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10일 밝혔다.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은 정부 공인 국제행사로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개막식에서는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이 거행됐다. 올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이슬람 문서보존을 위해 힘쓴 비정부기구(NGO) 단체인 아프리카 말리의 ‘사바마-디’(SAVAMA-DCI)로 결정됐다. 이 상은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2001년 제정됐다. 기록유산의 보전·연구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유네스코가 2년에 한 번씩 주는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3만달러가 상금으로 전달된다.

직지는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이 책은 지구촌에 현존하는 금속활자로 찍은 인쇄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증명됐다. 서양의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섰다. 유네스코는 그 가치를 인정해 2001년 9월4일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직지는 100여년 전 헐값에 팔려 프랑스로 건너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부처 등 이름난 승려들의 말씀이나 편지 등에서 마음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모아 석옥청공이 정리한 책이다. 우리가 아는 직지는 백운화상이 불조직지심체요절을 보완, 수정한 책이다. 그래서 직지의 완전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백운의 제자였던 석찬과 달잠은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펴기 위해 묘덕의 도움을 받아 직지를 간행했다.

‘2018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찰음식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1377년 간행 기념한 1377권 ‘책의 정원’

이번 축제는 주제전시와 기획전시로 나눠 열리고 있다. 주제전시관은 수백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곳이다. 직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주자라는 큰 역할을 한 묘덕의 의복을 재현했다. 백운화상의 초상화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백운화상은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충남 청양군 장곡사에서 그의 친필이 발견되는 등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직지를 세상에 알린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직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최초로 알린 박병선 박사, 직지 활자를 처음 복원한 오국진 금속활자장, 사이버외교사절단으로 불리며 직지세계화운동을 전개하는 반크 등이 소개된다.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 대리공사로 부임해 우리나라에 근무하면서 직지 등 고서와 문화재를 수집해 프랑스로 건너간 콜랭 드 플랑시도 소개된다. 이후 직지는 1911년 경매를 통해 주인이 앙리 베베르로 바뀌었다가 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기획전시는 다른 나라들의 세계기록유산을 볼 수 있다. 이 전시에서 데스멋 컬렉션을 빼놓을 수 없다. 데스멋 컬렉션은 네덜란드 최초의 영화배급자인 장 데스멋이 1907∼1916년 각국에서 제작된 900편 이상의 35㎜ 영화 필름과 원본 포스터, 홍보물 등을 수집한 것을 접할 수 있다. 그림 형제가 만든 ‘그림동화’는 종교혁명의 시초가 된 루터의 성서에 버금갈 정도로 독일 문화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배포된 책도 전시되고 있다. 인류 최초로 유럽과 동양의 모든 전통 동화를 체계적으로 편집하고 과학적으로 기록했다.

‘솜 전투 필름’도 접할 수 있다. 이 필름은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 간의 치열했던 솜 전투를 기록한 영상이다. 전쟁 준비와 전투 초기 단계가 흑백의 35㎜ 무성 필름에 담겼다. 약 70분 분량이다. ‘직지로드’라는 전시공간도 꾸며진다. 이곳에는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전시된다. 이 편지는 고려와 서양 간의 교류 가능성을 높여 주는 자료다. 고려의 금속활자기술이 구텐베르크 인쇄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2018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행사장에 설치된 고려시대 저잣거리를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공연과 체험행사 풍성

행사 기간이 긴 만큼 주제에 걸맞은 공연과 프로그램이 넘친다. 청춘들의 고민을 나누는 토크 청춘콘서트, 음악과 차, 명상이 어우러진 다도가 있는 음악회 등이 열리고 있다. 고려 의상 패션쇼와 젊은이들의 밴드공연, 금요일 밤을 즐길 수 있는 록 앤 나이트, 고려 장터를 재현해 당시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고려 저잣거리 등이 마련된다.

색모래를 이용해 도로 위에 그림을 그려 보는 그라운드아트와 차 없는 거리에서 지역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아트나잇 청주도 펼쳐진다. 조선시대 금속활자 조판임무를 담당하던 군자장의 역할을 놀이로 만든 직지조판놀이, 직지를 맛으로 표현하고 즐겨보자는 의미로 문자와 먹거리를 결합한 직지콜라 시음도 즐길 수 있다. 세계인쇄문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들도 열린다. 

직지코리아 개막일에는 세계 인쇄문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인쇄박물관협회(IAPM)를 창립하기 위해서 21개국 57개 기관의 박물관, 전문가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일과 3일 이틀간 학술회의를 갖고 기록유산과 인쇄문화의 보존, 지식정보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등을 논의했다. 직지코리아 입장료는 성인기준 사전 예매 6000원, 현장 판매 8000원이다.

김천식 직지코리아조직위 사무총장은 “세계 인쇄박물관 정보공동체인 IAPM 출범식 개최로 청주는 세계적인 기록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온라인뉴스팀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