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 10번째 개인전

1999년 독학으로 그림 그리기 시작한지 20년 / 세계적 미술품 컬렉터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우뚝 /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작품 100여점 전시
김정모 | race1212@segye.com | 입력 2019-05-25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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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미술품 컬렉터이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씨킴(CIKIM) 김창일(68) 아라리오 회장이 10번째 개인전을 연다.

씨킴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23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자신의 10번째 개인전에 전시되는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이면서 미술품 컬렉터였던 씨킴은 1999년 어느날 갑자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컬렉터로 활동하더니 건방져졌다는 비아냥이 적지 않았고 캔버스 앞에서 폼 좀 잡다 말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씨킴은 주변의 예상을 깨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2년만인 2001년 5월 첫 개인전을 열었다. 2년 후인 2003년에는 영국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계속해서 2년 간격으로 개인전을 열어오고 있다. 이번 개인전 ‘Voice of Harmony’는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20년이 되는 해에 여는 열번째 작품 공개다. 씨킴은 어렸을때 소풍을 가면 아이들하고 놀지 않고 나무와 새와 얘기하는 등 별난 행동으로 스물여섯살때 까지만 해도 소위 ‘또라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의 예술혼은 이미 내재된 감성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는 씨킴의 개인전에서는 커피를 물감처럼 사용하여 제작한 회화 연작들을 포함하여, 목공용 본드를 미디엄으로 이용한 글루(Glue) 작업, 도끼로 찍어낸 자국이 가득한 알루미늄 패널 등 추상적인 표면을 갖는 회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작업실 바닥으로 사용하여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카펫 위에 수백 개의 일상 용품을 붙여 제작한 6m 길이의 대형 작품과 같이 신작들도 선보인다.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100여 점을 총 망라하여 선보인다.
4층에 전시되는 마네킹 연작들도 씨킴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한 형상 조각이 아닌 자소상(自塑像)의 연장선 상에 있기 때문이다. 씨킴의 이전 작품들을 추적해보면 무수한 셀프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작업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자신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진과 퍼포먼스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후 얼굴의 형상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 안경’으로 대체되어 안경을 쓴 사물(빈 박스, 스티로폼, 냉장고 등의 사각형 오브제)의 모습으로 변모되어 왔으며, 최근작에서는 버려진 마네킹에 질척한 시멘트로 피부를 입히고 가발과 가면을 씌운 모습이나 그 형상을 다시 브론즈로 캐스팅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씨킴의 셀프 연작이 표현 방식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또 다양하게 변화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씨 킴은 상당히 여러 개의 자아를 보유하고 있는데, 때때로 그는 각각의 자아를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로이 꺼내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컴퓨터 게임 ‘언더테일(Undertale)’에서 플레이어가 보유한 영혼의 색이 바뀌면 그 색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컨대 빨간색 영혼으로 전투에 임하면 '의지'의 능력이 발휘되고, 보라색 영혼을 사용하면 ‘인내’의 능력을 발휘해 끈기 있게 버텨낸다는 식이다.
 
그의 오랜 관심사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재료들이 자신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조화로운 상태에 이르는 데 있다. 그리고 화면 안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작가의 특성상, 작업의 시작은 언제나 오픈 엔딩을 전제로 한다.  지난 20년 동안 작가는 이질적인 재료들의 조합을 끝없이 실험하고 탐구해 왔다. 그는 쉽게 혼합될 수 없어 보이는 물성들, 예컨대 토마토, 블루베리, 철가루, 나무, 시멘트, 브론즈,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 잡지, 네온 등이 서로 중첩, 충돌, 상쇄되며 일으키는 긴장감과 에너지, 그리고 자연스러움에 주목한다.
 
씨킴은 종종 이러한 자신의 예술 행위를 셰프가 여러 가지 식재료를 혼합하여 맛있는 요리를 완성하거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서로 다른 악기의 소리를 조율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비유한다. 그의 작업은 색, 선, 형태, 질감 등 시각적 음표들이 자신의 지휘체계에 따라 한데 어우러져 나타나는 조화로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음과 질서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저는 우연히 나에게 다가온 사물의 아름다움을 소중하게 챙깁니다. 이런 사물들이 제 작품의 소재입니다. 한 가지 주제는 2년이상을 버티지 못해요. 그래서 2년마다 주제를 달리해서 개인전을 여는데 이번 전시작들은 마시다 남은 커피, 백화점에서 버린 마네킹, 오래된 인형, 제주 바다에서 주운 스티로폼 부표, 헌 붓이나 다 쓴 물감 등을 활용했어요”
씨킴은 23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개인전 오픈행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개인전을 2년 주기로 여는 이유을 이같이 밝혔다. 씨킴 개인전은 아라리오갤러리천안에서 10월 13일까지 열린다.
 
씨킴은 1978년 모친이 적자에 허덕이는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운영을 맡겼을 때 임대 매점들을 직영으로 돌린 후 코카콜라·삼립빵 등 인기 상품을 팔아 흑자 전환시켰다. 1989년 천안시외버스종합터미널을 천안시 문화동에서 현재의 신부동으로 이전하기 위해 당시에는 논밭이었던 부지 6만6000㎡(약 2만평)의 지주 23명 전원을 설득시킨 것은 천안의 유명한 일화다. 그는 새로운 종합버스터미널 건설과 함께 신세계백화점 충청점과 CGV멀티플렉스극장, 아라리오 갤러리, 아라리오 조각 광장 등을 열어 터미널 일대를 천안의 명소로 만들었다. 그는 상하이 웨스트번드 갤러리, 공간 사옥을 활용한 아라리오 뮤지엄인스페이스, 제주시 탑동 영화관과 동문로 모텔 등을 개조한 미술관 등 8개 갤러리·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중국 항저우에 복합문화센터 '뮤지엄 박스' 건립을 시작하고, 제주도에 미술관과 연계한 리사이클링숍 '디앤디파트먼트'를 오픈한다.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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