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친화 주택개조… 주거·일자리 ‘두 토끼’ 잡는다

성북구, 맞춤형 서비스 실시 / 싱크대 낮추고 벽에 손잡이 설치 / 37가구 대상… 6억5000만원 투입 / 구, 사업 위해 청년 인재 16명 선발 / 전문 기업 성장시킬 방안도 모색 / 서울시, 치매 예방 100세 정원 개장
송은아 | sea@segye.com | 입력 2019-06-26 0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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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의 낡은 주택에서 홀로 사는 임모(83) 할머니는 식사 한 번 준비하기가 고역이었다. 교통사고로 척추·골반·다리를 다쳐 허리를 펼 수가 없어서다. 설거지라도 하려면 싱크대 앞에 의자를 놓고 올라서야 손이 닿았다. 최근에는 물건을 꺼내려 의자에 올랐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갈비뼈까지 다쳤다.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는 집에서도 벽을 짚고 다니고, 화장실에서는 넘어질세라 늘 조마조마했다.

내 집에서조차 마음 놓고 살지 못하던 임 할머니의 얼굴이 최근 환하게 밝아졌다. 성북구가 청년들과 손잡고 할머니의 몸에 맞게 집을 고친 덕분이다. 싱크대와 수전은 높이를 낮추고 벽과 화장실에는 손잡이를 달았다. 문턱을 없애고 원격 동작 전등도 설치했다. 성북구가 이처럼 노인이 살기 편하도록 집을 수리하는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서울 성북구에 홀로 사는 임모 할머니는 허리를 펴지 못해 싱크대를 쓰려면 의자에 올라야 했지만(위 사진) 구청의 맞춤형 집수리로 싱크대·수전 높이가 낮아지면서 편하게 식사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성북구 제공
사업 대상은 저소득 고령층 37가구다. 생활이 수월하도록 정리 수납·청소·방역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까지 포함하면 200가구가 혜택을 받는다. 올해 관련 예산은 6억5000만원이다.

성북구는 이 사업으로 어르신들이 정든 동네에서 이웃과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청년층은 새 일자리를 가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고령자의 88.6%는 살던 동네에서 자립적으로 여생을 보내고 싶어할 만큼 요양원에 가는 걸 꺼리지만 고령자 안전사고의 72%가 주택에서 발생한다”며 “노인들은 집을 고치고 싶어도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골목에서 이웃과 인사하는 것만으로 즐겁고 활력 있게 생활한다”며 “걷기 힘들어 집안에만 있으면 홀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 이 사업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사업에는 구가 선발한 청년 인재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등에서 개발한 기초이론교육 140시간, 현장실습교육 160시간을 받았다. 청년들은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며 장애·주거 유형, 불편한 점 등을 조사해 ‘맞춤형 집수리’에 반영했다. 68세 아들과 함께 사는 92세 할머니는 집수리를 받은 후 “소아마비로 집안에서 기어 다니던 우리 아들에게 새로운 다리가 생겼다”며 만족해했다.

구는 연말까지 이 사업을 추진한 다음 결과를 검토해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청년 기업의 성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는 어르신들의 치매를 예방하는 ‘100세 정원’의 문을 이날 열었다. 100세 정원은 서울 금천구 청담종합사회복지관에 들어섰으며 885㎡ 규모다. 이곳은 노인의 바깥 활동이 위축되면 인지 능력도 감퇴해 치매가 빨리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이곳의 240 길이 산책로에는 절기별 대표 꽃·나무 100여종이 심어져 오감을 자극한다. 산책로 곳곳에는 뇌·시력·상하체·균형을 주제로 한 인지건강 맞춤형 운동기구가 설치됐다. 식물 가꾸기를 가르치는 원예치료 교실,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공간은 정서적 자극을 일으킨다. 소통·휴게공간도 마련했다. 시는 산책로를 하루에 5바퀴 돌아 1.2㎞를 걸으면 건강수명이 15분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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