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태 고민하는 삶 자체가 직업이죠”

‘생태문화축제’ 개최 3인 인터뷰 / 인디언 ‘티피’ 매력 보여줄 로키 / “이동용 천막으로 대안적 주거 상징 / 삼각형 구조가 마음 터놓게 만들어” / 英서 ‘적정기술’ 배워온 신은경씨 / “사람 위해 존재하는 친환경 기술 / 아프리카 항아리 냉장고 대표적” / ‘함께 가기’ 비법 들려줄 정윤진씨 / “남 배려하지 않는 사회는 전쟁터 / 공동체 이슈 내문제로 인식해야”
송은아 | sea@segye.com | 입력 2019-10-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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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화비축기지의 생태문화축제 ‘우리의 좋은 시간’에서 대안적 삶의 단편을 들려줄 정윤진(왼쪽부터), 신은경, 로키.
“저희 축제 ‘크루’들은 임금노동을 하지 않음에도,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직업이자 정체성, 자존감의 원천인 이들입니다. 축제에 오시는 분들이 이런 삶의 방식을 많이 포착해 갔으면 좋겠어요. 아마 세상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약간의 힌트가 되지 않을까요.”

25∼27일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생태문화축제 ‘우리의 좋은 시간’ 관계자의 말이다. 이 축제는 대안적 삶을 모색한다. 지구가 병들어가는 현대에 ‘석유 이후 시대’를 어떻게 실현할지 들여다본다. 이를 위해 지구와 생태를 고민하며 행동하는 ‘크루’들을 모았다. 인디언 티피의 매력을 보여줄 로키(활동명), 영국에서 6개월간 적정기술을 배워 책을 낸 신은경씨, 캐나다 커뮤니티 허브를 통해 ‘함께 가기’의 비법을 들려줄 정윤진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최근 문화비축기지에서 세 명을 만났다.

◆인디언 티피는 단순한 삶의 상징

로키는 “경북 영덕 시골에서 도사님을 모시고 수행하고 농사도 짓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직업은 농부도 수행자도 아닌 ‘자유인’이다. 그는 “돈이 안 돼도 좋아하는 걸 한다”며 “제게는 좋아하는 걸 하면 그게 직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축제에서 인디언 티피를 소개한다. 티피는 인디언들이 쓰던 이동용 천막이다. 그는 “티피는 제게 대안적 주거를 고민하다 찾게 된 단순한 삶의 상징”이라며 “단순·튼튼하면서 과학적인 구조”라고 소개했다. 인디언들은 유목생활을 해야 할 때 가죽만 가져가고 현지에서 나무를 조달해서 티피를 지었다. 중앙에는 불을 피웠다. 연기는 자연스럽게 밖으로 빠지고 비가 와도 물이 덜 새 아늑하고 따뜻하다.

로키는 이번 축제에서 사전 신청자 10명과 티피를 설치한다. 현대인에게 낯선 불 쓰는 법도 알려준다. 그는 “모닥불의 은은함이 사람들을 편하게 한다”며 “티피의 삼각형 구조가 피라미드처럼 에너지를 모아 자연스레 마음을 터놓는 분위기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인디언들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모닥불을 피우고 둥글게 앉아 각자 의견을 말하며 더 이상 반대 의견이 없을 때까지 상대 이야기를 경청했다”고도 덧붙였다.

◆적정기술 찾아간 영국에서 만난 것

축제에서 신은경씨는 영국 CAT(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적정기술센터)에서의 경험담을 전시한다. CAT는 런던에서 기차로 4∼5시간 거리인 웨일스 시골에 있다. 식량, 정책, 커뮤니티, 건축, 에너지 등 전 분야에 걸친 적정기술을 연구한다. 적정기술은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친환경 기술과 비슷하다. 신씨는 “기술 자체가 환경에 해를 덜 끼쳐야 하고, 기술에 사람이 끌려가기보다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적정기술로는 아프리카의 항아리 냉장고가 있다.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고 이 사이에 모래를 채운 구조다. 모래에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항아리에 냉장효과가 생긴다.

최근 6개월간 CAT 숲 관리팀에서 자원봉사를 한 그는 당시 경험을 책 ‘다시 시작, CAT 다이어리’로 엮었다. 그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글을 곁들였다. 생태문화축제에는 이 책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된다. 관객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낙서하거나 색칠하며 놀 수 있다.

◆토론토에서 함께 가기가 가능한 이유

정윤진씨는 캐나다에서 15년 이상 산 미술작가다. 그가 축제에서 소개할 곳은 캐나다 토론토의 커뮤니티 공간인 ‘에버그린 브릭웍스’다. 과거 벽돌공장으로 흥하다 문을 닫은 뒤 현재는 커뮤니티 허브로 재생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지속가능한 지구, 인간과 자연 모두 좀 더 잘 지내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쯤 되면 ‘해외 선진 사례’에 감탄하는 자리이겠거니 싶지만 정씨의 의도는 다르다. 에버그린 브릭웍스를 재생하는 작업에는 7년이 걸렸다. 지금도 차근차근 재생작업이 진행 중이다. 2∼3년 만에 보란 듯이 성과물을 내는 한국과는 호흡 자체가 다르다.

정씨는 “토론토 사람들이 착하고 친절해서 잘 기다려준 게 아니라 이민사회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라며 “이민사회는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전쟁터가 된다”고 전했다. 최근 2년간 고국을 드나들며 ‘한국의 일하는 방식’을 알게 된 그는 이민사회인 캐나다가 어떻게 소수 의견을 끝까지 듣고 느리더라도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전하려 한다. 또 공동체의 이슈를 내 문제로 인식할 때 가능한 변화들에 대해 말할 계획이다.
 
글·사진=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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