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컬타임즈] 지난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층간소음’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의 피의자인 60대 남성은 과거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며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지속적인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특별시 관악구의회 이경관 의원은 최근 KT HCN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시공할 때 발생한 문제가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자재 성능뿐만 아니라 실제 시공 제품이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층간소음 관련 상담 건수는 연 3만 3천여 건으로, 10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살인 등 5대 강력범죄로 이어진 층간소음 사건도 지난 5년간 10배 급증하며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처럼 층간소음은 단순한 민원이 아닌 ‘사회적 위험 요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건설 초기 단계부터 시공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제출한 입법 청원서에는 ‘공동주택 시공 시 전수조사를 의무화하고, 법적 기준을 초과한 바닥충격음에 대해서는 시공사에 벌금 부과 또는 입찰 제한 등의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윤은주 정책국장은 “층간소음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인내심에 맡겨서는 안 되는 국가적 문제”라며, “국회와 정부가 시공사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층간소음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지방의회 차원의 대책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악구의회는 사업계획 승인 단계에서 ‘층간소음 차단 품질관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전문가 심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경관 의원은 “시험성적서를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전문가를 동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과 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의 ‘이웃사이센터’에 연간 3만~4만 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정부 관련 부처의 공식 조정 신청 건수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는 건축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법적 규제와 함께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개입, 지역사회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로컬타임즈 / 조재천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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