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년 중임제 개헌’을 화두로 띄우면서 권력 구조 개편 논의가 재점화됐다. 청와대로 권력이 쏠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끝내자는 개헌 제안을 이 후보가 공개적으로 던진 것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대신 대선과 총선·지방선거 시기를 맞추기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 1년 단축도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띄운 ‘개헌론’에 대해 즉각 선을 그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개헌을 꺼낸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장영하 변호사가 공개한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의 파문을 덮기 위해 민주당이 이슈 전환에 나섰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개헌 제안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얕은꾀에 불과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논의 가능성을 닫았다. 평소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권력 분산형 개헌을 주장하던 안 후보도 이 후보의 개헌 주장에는 반대했다. 안 후보는 현재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4년 중임제가 되면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서 재선될 것이라며 대통령을 8년 하겠다는 주장과 저는 똑같은 주장이다고 잘라 말했다.
개헌론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향후 대선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화두로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물론 현행 헌법은 1987년도에 개정돼 35년간 변한 시대정신이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저성장·양극화, 저출산·고령화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고 미증유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고 있다.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가 다르기에 불규칙하게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총선거가 치러지는 ‘이격 현상’의 문제점도 노정돼 있다.
우리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이 일상화 됐다.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됐기에 정치 회복과 민생을 위해서도 개헌 추진의 당위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개헌은 신중해야 한다.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곧 국정운영시스템을 전환하는 일이다. 개헌을 통해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다수당과 소수당이 견제와 균형,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선진국 형 틀을 구축해야 하는 일이기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과제는 시기와 권력구조, 선거구제, 세계화·지방화시대에 걸맞게 지방분권적 개헌 방향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방적 관계가 아닌 밀접한 소통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선결요건이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도 개헌 발의권이 있으나 오해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내 개헌특위를 다시 만들지 말고, 국회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물론 여당의 수적 우위에 근거한 밀어붙이기가 아닌 여야 합의에 의한 개헌 추진을 대전제로 해야 한다. 개헌 문제는 대선이 끝나고 나서 진지하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서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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