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에는 등급이 있다. 개인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인격(人格)이 묻어나고, 국민이 어느 정도의 언어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수준이 평가된다. 말은 소통의 핵심 도구이기에 그렇다. 같은 사람이 말을 해도 대상과 사물, 환경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언어에는 자의성(恣意性)이 있기에 그렇다.
여하튼 말은 신중해야 한다. 언어는 의사교환의 수단이자 사물의 의미를 규정하거나 그 의미를 확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많은 다언(多言)이나 준비되지 않은 말, 곧 실언(失言)은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낳는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말실수가 끊이질 않고 있다. 거친 말, 막말이 문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제가 이번에 (대선에서) 지면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발언했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선 “검찰공화국이 열린다”라고도 했다. 이어 "특수부 수사를 받은 사람들이 자꾸 세상을 떠나는데 그런 세상이 열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초대형 부패 범죄로 거론되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비리 의혹을 염두에 둔 말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자칭 ‘설계자’라고 했다. 최근 ‘대장동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개발사업 실무자가 구역 변경과 관련, 정민용 변호사가 투자사업파트장이었던 전략사업팀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방침을 받아 와 실무진들 사이에서 "위에서 찍어 누르는 것처럼 받아들여 안 좋게 (봤다)"고 말한 것만 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재명 후보가 말한 두려움의 원천은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은 죄’에 대한 단죄의 두려움을 예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양심의 소리로 받아들여진다. 이 후보는 “(검찰) 특수부 수사를 받은 사람들이 자꾸 세상을 떠난다”고도 했다. 이재명 후보 사건으로 모두 세 명이 유명을 달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와 관련 사건의 주요 참고인이나 피의자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고인과 유족에 죄스러운 자세로 임하는 게 온당하다.
문재인정부 검찰은 작년 9월 말 시작한 대장동 의혹 수사에 배임 윗선과 이른바 '50억 클럽'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미적대고 있다. 정권의 큰 덕을 보고 있는 이 후보가 아닌가. 이유야 어떻든 현직 성남시장 시절 이 후보가 내뱉은 ‘형수 쌍욕’은 차마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패륜이자 윤리성 몰각의 극치라고 하겠다. 오죽하면 민주당 당원 4369명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에 위반한다”며 직무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최근 법원에 냈겠는가.
말은 개인의 인격이자 한 나라의 국격(國格)이다. 이재명 후보는 현실에 부합한 언어 구사를 해야 한다. 여하튼 대장동 건은 자성하고, 사법당국에 협조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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