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대선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명명에서 보듯 최고권력자 주변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과 현직 대통령 탄핵 및 구속 기소가 미친 국정공백을 보면서 국민들은 제대로 된 지도자를 잘 뽑아야겠다는 공감대가 크다.
이런 기대치가 강하기에 새로운 선거 현상도 일고 있다. 입후보자나 정당, 쟁점 등이 역대 선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역대 대선과는 달리 대구·경북(TK)과 호남을 대표할 맹주가 사라짐에 따라 지역대결 구도가 약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 대선을 선진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분기점으로 삼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권자의 의식이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 이번 대선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명선거 구현이라는 시대상을 충족하는 대선이 돼야 하는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공명선거와는 거리가 먼, 혼탁선거 조짐이 적잖다.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형성되면서 양 후보 간에 검증을 빌미로 한 네거티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과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양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자식 문제’를 들춰내며 공방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수차례 제기된 문 후보의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며, 전 의원은 안 후보 딸의 재산고지 거부 의혹을 해명하라며 맞받아쳤다. 검증이 어려운 문제를 놓고 벌인 양측의 설전은 퇴행적이고 소모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선거 문화를 흐리는 저급한 네거티브 경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조폭 및 사이비 종교 연루 의혹, 부인의 서울대 정교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으며, 또한 사드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맞서 안 후보 측도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의 음주교통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 후보를 향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지만 부당한 의혹을 제기해서 후보 검증을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은 네거티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당연히 대통령 후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가 극심해지면 그것은 방해를 받게 된다.
마침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번 대선을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르겠다고 대국민 담화문을 본격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는 17일 발표했다.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전례 없이 짧은 기간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임에도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흑색선전 등 불법 사례가 늘어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칠까 우려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는 공명선거 문화가 확고히 정착되도록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노력해야겠다. 금품선거·흑색선전·여론조작·불법단체동원·선거폭력 등 5대 선거사범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 조치,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공명선거의 전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공직자들의 역할이 시급하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이 요청된다.
중앙이나 지방공무원 공히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줄을 서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지지·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하는 것이다. 사정당국이 철저하고 엄정하게 감찰활동을 하고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은 누구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공명선거 기틀을 다져야 한다. 선거운동을 해선 안 될 단체 등도 대선 기간 행사 및 홍보 활동 등을 중단하는 게 공명선거를 돕는 길임을 명심해야겠다. 물론 공명선거는 법의 제재 이전 후보자와 정당, 유권자가 솔선수범하는 게 정도일 것이다. 이번 대선을 선진민주주의 정착의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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